장규열 한동대 교수
장규열 한동대 교수

지난 해 11월 미국의 우주탐사선 인사이트(Insight)호가 화성에 착륙하였다. 화성은 고사하고 달에도 못 가봤을 뿐 아니라, 겨우 발사체 개발의 초기단계를 지나고 있는 우리에게 ‘우주개발’ 또는 ‘우주여행’은 머나먼 이야기이다. 하지만, 달을 정복하고 화성에 도달하며 우주를 넘나드는 일에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는 미국인들의 마음이 궁금하다. 당장 그 어떤 이득도 보이지 않는 일에 어쩌면 그렇게 집착하는 것인지 그리고 열광하는 것인지. 자율주행자동차 테슬라(Tesla)의 CEO인 일란 머스크(Elan Musk)는 ‘화성으로 이주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그 정도면 지구에서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터에, 스스로 기대하기에도 70%가 넘는 사망에 이를 확률을 감수하고라도 화성에 가 살겠다고 한다. 저 무모해 보이는 도전의식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우리와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우선, 생각의 끄트머리가 길다. 우리는 교육을 백년대계라고 알고 있으면서도,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에 옮길 때에는 시선의 끝이 늘 턱없이 짧다는 걸 연거푸 목격하지 않는가. 나 죽은 다음에 벌어질 일에 관해서는 관심조차 두지 않는 것이 우리들의 인지상정이라고 여기지 않는가. 그러다 보니, 망가져 가는 지구와 무너져 가는 환경은 보통 사람들의 흥미를 자아낼 방법이 없다. 미래 뿐 아니라 과거를 되짚는 태도도 길어야 내가 살아있었던 시간 정도만 의미가 있다. 그러니, 오늘 적용할 교훈을 역사로부터 찾아 새기는 일에 서툴고 어색하다. 미국 언론인 스티븐 페트라넥(Stephen Petranek)은, 화성을 인간이 가서 살만한 곳으로 만들어 내는 데에 대략 천 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하였다. 태연하고 진지하게, 천 년이 걸릴 일이라고 하였다. 천 년. 우리들 가운데 누구라도 천 년이 걸릴 일에 진심으로 착수할 사람이 과연 있을까? 어떻게 하면 우리도 보다 길게 생각해 볼 수 있을까.

또 하나, 생각의 테두리가 넓다. 대개 우리들은 일상에서 나 한 사람을 지탱하기에도 버거운 삶을 이어가고 있지 않은가. 기껏해야 관심과 흥미의 대상이 가족과 친지 정도가 되지 않는가. 우리 사회에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어려운 이웃들과 눈에 보이지 않는 저 먼 곳에는 시선이 좀처럼 가 닿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Bill Gates)는 전 세계 60억 인구 가운데 적어도 40억은 문명의 혜택을 덜 누리며 어려운 환경에 살고 있다고 하면서, 우리들이 시선을 보다 넓고 따뜻하게 가질 것을 요청하고 있다. 배려와 관심의 테두리가 ‘나와 우리’로부터 ‘이웃과 지구’로 펼쳐질 때 모두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되지 않을까. 그런 끝에, 지구의 위기에 시선이 닿아 우주개발과 화성이주로까지 생각이 펼쳐지지 않았을까.

새 해가 되었다. 그동안 가졌던 생각의 끄트머리와 그 테두리를 살펴보았으면 한ㅂ다. 다음세대를 생각하며 보다 긴 생각으로 교육의 미래를 열어갔으면 한다. 70년 분단의 역사를 올바로 극복하기 위해서 민족의 긴 미래를 품고 생각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생각의 끄트머리가 길면 길수록 더욱 든든한 내일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새 해에는 나와 내 주변 뿐 아니라, 힘들고 어려운 이웃들을 향한 시선이 살아났으면 한다. 생각의 테두리가 보다 넓어져 따뜻한 배려와 정 깊은 나눔이 살아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생각의 테두리가 넓어질 때, 이웃과 함께 온 세상과 우주를 담는 너른 시야가 생겨날 것이다.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 뿐 아니라 세계를 조화롭게 만드는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

새 해 2019년에는 생각지평의 끄트머리가 길어지고 그 테두리가 넓어져서 이전보다 그릇이 커지고 깊어지는 우리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하여, 포용과 화합을 당겨오는 돼지해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