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葛藤)의 갈(葛)은 칡 갈자다. 등(藤)자는 등나무의 등자다. 칡은 왼쪽으로 덩굴을 감고 올라가며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덩굴을 감으며 올라간다. 두 가지가 얽히면 아주 풀기 어려운 모양이 된다. 칡과 등나무는 아주 질겨 자르기도 힘들다. 뿌리까지도 뽑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이 식물체의 특성에서 따온 뜻의 말이 갈등이다.

사전에서는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의견이나 신념, 목표 등이 서로 달라 상호 충돌하고 상충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현상으로 설명한다. 심리학에서는 두 개 이상의 상반되는 경향이 거의 동시에 존재하여 어떤 행동을 할지 결정을 못하는 상태라고 한다.

한국 사회에서 갈등 관계의 대표적 사례는 고부(姑婦)간 갈등이다. 아들을 중시하는 부계 중심의 가족관계에서 파생한 구조적 문제다. 따지고 보면 같은 처지에 있는 며느리에게 온정적이지 못할 것도 없으면서 불신의 관계로 발전해가는 잘못된 가족관계의 문화다. 일찍부터 자녀를 독립시키는 외국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다. 갈등 구조가 꼭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갈등이 없는 집단을 살펴보면 조화롭고 평온하다. 협동적이기도 하나 매우 정적이다. 감동이 별로 없으며 무덤덤하다. 오히려 의견 충돌이나 가치관의 충돌 등 작지만 갈등적 요소가 있는 집단은 진취적이다. 남의 의견을 엿볼 수 있는 긍정적 효과가 조직 변화를 일으키는 힘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작금 우리 사회가 겪는 갈등 구조는 이런 정도를 훨씬 넘어선 현상이다. 갈등의 수준을 떠나 이해관계 집단의 대충돌로 비견된다. 종착점도 보이지 않는다. 사회가 복잡 다변화되면서 개인이나 집단의 욕구도 다양화 되는 구조를 띠게 된다. 욕구를 분출하는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그러나 그것이 민주적이고 쌍방향적이지 못할 때는 우리 사회가 혼란해 진다. 지금이 그렇다.

정부의 소통력도 없다. 그래서 사회적 합의나 통제도 잘 안 된다. 한국 사회의 갈등지수는 OECD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갈등 구조로 지출되는 비용이 천문학적이라 한다. 연초부터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갈등 구조가 격해지고 있다. 올 한해 우리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는 이런 갈등에 있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