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정치권에서 같은 사안을 놓고 서로 다른 해석을 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새해 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둘러싼 해석이 바로 그렇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에로 나아가려는 것은 본인의 확고한 의지”라고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했지만 “미국이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 일방적 제재와 압박을 한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강온양면의 화법을 구사했다.

정치권에선 갑론을박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앞으로 있을 북미고위급회담, 북미정상회담의 전망을 밝게 했다”고 호평했고, 청와대 역시 1일 오후 김의겸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는 남북관계의 발전과 북미관계의 진전을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본다”고 환영입장을 내놨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마치 대단한 비핵화 의지가 있는 것처럼 말했지만 현재 핵을 어떻게 하겠다는 의지는 밝히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핵보유국 지위에서 미국의 제재해제와 같은 선제적 상응조치를 요구하고, ‘제재가 지속되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는 협박성 엄포까지 내놨다”고 꼬집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강화하려 한다”면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를 매개로 한미관계를 이간하려는 시도도 보였다”고 혹평을 내놨다. 특히 한국당 대권주자로 꼽히는 오세훈 국가비전미래특위 위원장은 ‘김정은 신년사로 본 2019년 한반도 정세 분석과 전망’이란 간담회에서 “핵무기는 대외에 알리고 굳히기로 들어가는 신년사란 느낌을 받았다”면서 “많은 전문가들은 핵 폐기에 대해 2018년과 달라지지 않는 분위기를 감지했을 것”이라고 환영 일색인 청와대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 자리에 초청받은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도 “미국에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거나 제재 완화를 노리려는 의도가 명백하다. 제재 해제와 한국전쟁 평화 협정이 비핵화의 전제라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청와대가 민간인을 사찰하고 여권 유력 인사의 비리 첩보를 알고도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온 전 청와대 특감반원인 김태우 수사관이나 청와대의 ‘KT&G 사장 교체 관여’및 ‘적자 국채 발행 강요의혹’을 내부고발 형식으로 폭로한 기재부 신재민 전 사무관에 대한 입장도 여야는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어쨌든 정부여당이 김 수사관과 신 전 사무관에 대해 검찰고발 등 강경대응에 나선 데 대해 ‘공익제보자 보호강화’를 공약한 것과는 배치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은 물론 2017년 대선에서도 부정부패 근절 방안으로 ‘공익 제보자 보호 강화’를 공약했고, 2017년 6월 현 정부 출범 직후엔 대통령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공익 신고자 보호 강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전 정권때 부터 내부고발자를 공익제보자로서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예를 들면 2014년 말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박관천 당시 경정의 폭로로 이른바 ‘정윤회 문건’사건이 터졌을 때 민주당은 “박관천 경정에게 얼마나 무서운 회유와 협박이 있을지 참으로 걱정된다”고 옹호했다. 또 2016년 말 ‘국정 농단’ 사태가 벌어졌을 땐 최순실씨 관련 사항을 폭로한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을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치켜세우며 후원금 모금에 나선 적도 있다. 그랬던 민주당의 태도는 정반대로 달라졌다. 홍익표 당 수석대변인은 신 전 사무관에 대해 “꼴뚜기가 뛰니 망둥이도 뛰는 것일까. 나가도 너무 나갔다”고 비판했다. 국민들은 같은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과 입장을 내놓는 정치권에 그저 의아하기만 하다. 겉다르고 속달라서 그렇다고 해야할까. 아님 그게 정치권의 속성이라고 치부해야 할까. 불편한 진실이 마냥 궁금한 신년벽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