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김진홍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지난해도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보낸 것같다. 이는 어쩌면 매년 새해를 시작할 때마다 밝은 이야기만 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황금돼지의 해’라는 말도 같은 맥락인 것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는 반대로 예견 가능한 위험(Risk) 요인들을 미리 알아보자. 아주 약간의 가능성이라도 있는 리스크가 있다면 이를 사전 인지해 각 요인별로 지역 각계가 대응책을 마련하거나 한번쯤 생각해두는 것은 나쁘지 않다. 오히려 부지불식간에 닥친 다양한 사건에 대해 혹시라도 발생할 실수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포항경제는 해외의존도가 높은만큼 국내경제 상황보다는 외국의 정치경제 정세변화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수년 전부터 지역경제에 타격을 입혔던 미국의 경우에는 언제든지 철강보복관세나 쿼터물량의 조정 등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미국경제는 지금까지의 성장세가 내년 이후부터는 다소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 비춰본다면 미국으로의 철강수출물량이나 수출여건은 올해도 지난해보다 개선될 여지는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중국도 사정은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얼마 전 미중간 정상회담 결과 미국의 대중국 관세인상을 90일 유예시켰지만 양국 간 의견차가 큰 데다 세계질서의 패권경쟁이라는 정치적 역학이 함께 작용하고 있어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므로 여파가 우리에게 미칠 가능성에 여전히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중국경제는 과잉채무와 과잉설비와 같은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데다 미국과의 무역마찰에 따른 악영향이 가세하고 있어 경기감속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때문에 미중 간 무역전쟁이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지가 관건인 셈이다.

일본경제는 금년 7월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2013년 선거당시 대승하며 과반수를 넘겼던 의석수를 얼마나 지킬 것인가에 따라 향후 정책방향이 달라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10월로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은 이후 일본경제를 일시적이나마 감속시킬 것이다.

한편 유로지역은 연중 내내 불투명한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먼저 3월 말로 예정된 영국의 유로 이탈 즉 브렉시트가 메이 총리의 의회 설득으로 순조롭게 질서있는 이탈로 이어질지, 아니면 시한종료로 인한 무질서한 이탈로 이어질지에 따라 혼란의 정도가 달라질 것이다. 이탈리아의 경우에는 정부채무나 부실채권 규모가 커 금융시장까지 여파가 미칠 가능성도 완전 배제하기는 어렵다. 아울러, 지금까지 EU를 견인해왔던 독일의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의 구심력 회복 여부도 주목할 부분이다. 5년마다 실시되는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수뇌부 교체에 따른 정책방향도 EU경제 전체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중동지역의 이란 핵미사일을 둘러싼 미국과의 대립, 기자살해사건에 따른 사우디아라비아의 고충 등 중동의 불안정한 지정학적 리스크는 덤인 셈이다.

결국 올해도 여전히 다사다난한 해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지역 수출기업 가운데 중국, 일본, 미국, 유럽 등지에 지사를 두고 있거나 시장조사를 담당하는 곳이 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중소기업들의 경우에는 이와 같은 세계 정치경제 정세의 변화가 발생하였을 경우 자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최소한 한번쯤 미리 대응책을 생각해둔다면 우왕좌왕하지 않고 보다 냉정하게 상황을 직시할 수 있을 것이다. 주식시장을 통해 투자하려는 개인투자가들이라면 당연히 앞서 언급하였던 모든 정황들이 시장을 출렁이는 재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므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때 이러한 국제정세 변화를 충분히 고려하였으면 한다. 부디 금년 말에는 지역민 모두 다사다난했던 한해가 아닌 무난하게 잘 넘긴 한해가 되었다고 자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