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나이로 100세를 맞는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일상이 각종 매체에 조명되면서 연초부터 화제다.

KBS ‘인간극장’에 등장한 그는 “나이가 두 자릿수에서 세 자릿수로 올라서니 조금 부담스럽다”는 말로 100세 된 소감을 피력했다.

3·1운동이 일어난 다음해인 1920년 태어난 그는 일본에서 유학한 우리나라 1세대 철학자다. 옥고를 치르고 나온 도산 안창호 선생의 강연을 직접 들었고 윤동주 시인과는 같은 반에서 수학했다. 1960대 서정적 문체의 ‘고독이라는 병’ 등 다수의 베스트 셀러를 집필한 우리시대 최고의 지성이란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은퇴 후에도 쉼없이 30여 년간 강단에 섰다. 지금도 한해에 160여 차례나 강연을 다닐 정도 바쁜 일정을 소화해 내고 있다. 인생의 절정기를 60∼75세라 한 그의 말대로 그는 그야말로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산증인이다.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는 인간수명 100세를 뜻하는 말이다. 2009년 유엔이 내놓은 세계인구 고령화 보고서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다. 보고서는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긴 국가가 6개국뿐이었지만 2020년에 가서는 31개국에 이를 것이라하고 이를 ‘호모 헌드레드 시대’라 불렀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고 건강하게 잘 사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호모 헌드레드 에코노미쿠스란 말도 생겨났다. 100세에 이르기까지 쓸 수 있는 자산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인간은 100세 시대를 소망하지만 현실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과학자들은 인간이 의학의 도움이 없이 자연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나이를 최대 115세 정도라 한다. 미국 텍사스대 노화연구재단은 2150년에는 인간의 최고 수명이 150세가 될 것이라 예측 보고했다. 인간의 수명을 연장할 의학 기술의 발달로 실제 가능할지도 모른다.

김 교수는 100세 인생을 되돌아보며 “고달팠지만 행복했다”고 말했다. 100세 시대가 제대로 열리려면 각자가 행복하다고 느낄 때 비로소 가능할 것같다는 말로 들린다. 행복하지 않는 100세 시대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