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주한동대 교수
김학주
한동대 교수

오직 미국만이 고용을 포함해 경제환경이 좋아 보인다. 이기적인 정책 덕분이다. 그런데 미국 기업들은 대체로 건강할까? 많은 분들이 미국과 함께 FAANG과 같은 신기술 기업들을 연상한다. 그러나 미국 한편에는 구경제 한계기업들이 널려 있고, 이는 마치 미국의 민낯을 보는 것같다.

신용등급이 투자적격에서 투기등급으로 강등된 기업을 ‘추락한 천사(fallen angel)’라고 부른다. 최근 제록스(Xerox)가 그런 경우였고, 그 뒤를 Ford, GE 등이 이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은 과거 구경제에서 이름을 날렸지만 이제는 늙었다. 한편 2017년 Ford의 투자수익률(ROIC)가 2.4%였는데 현대차가 이와 비슷한 수준임을 감안할 때 한국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얼마나 노쇠했는지 실감할 수 있다.

미국에는 투자적격등급의 회사채 인덱스(index)가 있는데 그 규모가 5조달러를 넘어 선다. 그 인덱스 가운데 신용등급이 가장 낮은, 즉 투기등급에서 한 단계 위인 BBB- 등급의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4%다. BBB 전체적으로는 인덱스의 절반이 넘어가며, 그 비중은 상승 중이다.

이들 구경제 제조업체들은 고정투자부담이 매우 크기 때문에 매출이 약간만 줄어도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이 적자로 돌아서고, 그만큼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그런데 투기등급으로 떨어지면 은행에서 돈 빌리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회사채를 발행해야 하며, 그 만큼 자금조달 금리가 상승한다. 그 동안은 이런 제조업체들이 운전자본 및 시설투자를 줄이며 자금부족을 버텨왔지만 만일 소비가 위축되어 매출이 감소한다면 방법이 없어진다. 특히 지금 세계경기가 꺾이고 있기 때문에 더 긴장된다.

이제 미국정부가 2016년부터 왜 재정정책 카드를 꺼내 들었는지 이해할 수 있겠는가? 구경제 한계기업들을 ‘추락한 천사’로 만들지 않기 위해 소비를 진작시켜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트럼프가 왜 유가를 누르려 하는지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인플레 압력을 낮춰야 재정지출을 통해 소비진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은 지금 시중 자금을 회수하며 증시 불안을 야기하고 있지만 이런 한계기업들을 돕기 위해서 언젠가는 태도를 바꿔 시중에 재차 자금을 투입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증시를 안정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책의 기조를 바꾸는데 시간이 소요되고 그 기간 동안 증시는 충분히 폭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여기에 베팅하고 있다. 즉 당장은 증시 유동성이 줄어 드는 환경이므로 공매도 포지션을 늘리고 있다. 공매도 표적으로는 쏠림이 심했던 주식들, 그리고 스마트폰이나 반도체처럼 모멘텀이 꺾이는 종목들을 조준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 증시에 과도한 공매도 포지션이 몰린 것같다. 예를 들어 삼성전기의 경우 전체 발행주식 가운데 30% 이상이 공매도 포지션이다. 유통주식 기준으로 따지면 50%가 넘어간다는 이야기다. 아무리 삼성전기의 주력제품인 적층세라믹 콘덴서(MLCC) 관련 모멘텀이 꺾였어도 이런 공매도는 과해 보인다.

지금 증시를 단기적으로 보면 답이 없다. 결국 투자를 길게 봐야 하는데 오래 기다려야 한다면 증시가 상승반전됐을 때 주가가 크게 오를 종목을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공매도 포지션이 과도해 낙폭이 컸던 주식들의 저점매집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유동성이 복원되어 증시가 돌아선다면 투자자들은 미래 희망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되찾게 될 것이므로 테마주의 반등폭도 클 것이다. 연말 미국 증시가 반짝 반등을 했었는데 그 요인들을 지속적인 것으로 믿기는 어렵다. 단, 여기서 얻을 수 있는 힌트는 기술주 위주의 반등이라는 점이다. 나중에 증시가 본격적으로 반등할 때도 비슷한 모습을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