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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개는 내 뺨에 뺨을 마주 대고마음을 표현하는 작은 소리들을 내.내가 깨어 있거나 잠에서 깨어나면발랑 등을 뒤집어 네 발을공중으로 들어 올리지,그 열렬한 검은 눈.“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줘.” 개가 말하지.“또 말해줘.”이보다 더 달콤한 편곡이 있을까? 자꾸만 자꾸만개는 묻게 되지.나는 말하게 되지.(민승남 옮김)우리가 집에서 키우는 개를 사랑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개는 사랑에 순수하고 정직하기 때문이다. 개는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표현”할 줄 안다. “작은 소리들을 내”면서. 개의 “열렬한 검은 눈”은 그 열망을 순수하게
시
등록일 2023.09.26
게재일 2023-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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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내리고,그리운 기억을 따라 오솔길로 들어간다혹시 네가 있을지도 몰라가로등 지나고 나무 지나고오르막 오르고 내리막 내리니숲 속의 그 자리 거기에 그대로 있다네가 앉았던 그 자리에 앉는다하늘 위 별빛은 사탕처럼 반짝이고사방의 바람은 과자처럼 부드러운데느닷없이 가슴이 뭉클해진다이런!언제였던가?우리들 가슴이 뭉클하던 때가!‘그리운 기억’은 예전의 오솔길을 그대로 재생한다. 가로등, 나무, ‘그 자리’ 역시. 하지만 기억은 ‘나’와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너’가 지금은 내 옆에 없다는 것을 드러낸다. ‘너’와 함께 있던 기억은 여
시
등록일 2023.09.25
게재일 2023-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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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은건가 내 몸에서 흔들리는 나뭇가지, 우아한 풀들이 자라나는 공중의 들판 너는 길고 나는 아름다워 꼬리에서 자꾸만 긴 뱀이 자랐네 팔에선 좁은 들길이 자랐네 내가 걸어간 발자국을 달빛 내려앉은 공중이라고 해줘 나에게 와주었을 때의 저녁, 나무가 흔들리는 들판에서의 만남 별들이 고요해지면 우리는 긴 혀를 뻗어 서로의 입술을 훔쳤네 관자놀이에서 흘러내리던 별몸에서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공중에 들판이 펼쳐진다. 그 들판 위에 길게 늘어져 있는 ‘너’는, ‘나’의 ‘꼬리’에서 자라난 뱀이 되고, ‘좁은 들길’이 된다. ‘나’는 이
시
등록일 2023.09.24
게재일 2023-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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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한 줄기에그렇게 단단했던 몸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움켜쥔 늑골마저 포기하고 형체 없이 사라져 갔다온전히 녹여진다는 의미는이승의 경계를 넘었다는 것아버지의 붉은 상처까지 비우고 떠났다는 것그 자리에 머위 순 같은 언어 하나 자라났다다시 눈이 내리면나는 아버지를 단단하게 뭉쳐드리고맛있는 오리탕으로 밥상을 차려내고 싶다그 아침이 다시 맑게 깨어난다면시인은 ‘아버지 눈사람’을 만든다. 그 눈사람은 해가 뜨면 ‘붉은 상처’와 함께 “이승의 경계를 넘”을 것이다. 눈사람은 밤 시간에 행하는 기억을 통해 존재하기에. 그 기억은 사라지게 될
시
등록일 2023.09.21
게재일 2023-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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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이 쓰러져야 할 때꽃은 스스로 억울해하는 법 없이아름다움을 끝낼 줄 안다서정을 경계하며 살아온 지 얼마인가함부로 반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나는 아무 의미도 되지 못한 채차라리 꽃이라도 될걸 그랬다형형색색 지천으로지천의 너머로피어날걸 그랬다시인은 왜 “서정을 경계하며 살아”왔을까. 시인이 빠질 수 있는 함정인 감정의 남발을 조심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도저히 저항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는 것이다. “함부로 반”할 수밖에 없는 세계가. “억울해하는 법 없이/아름다움을 끝”내는, “형형색색 지천으로” 피어 있는 꽃들이 그렇다.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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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3.09.20
게재일 2023-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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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아무리 기억의 머리칼 소중히 받들어도기억은 시간과 어깨동무 언제란 듯 사라지고시간 밖의 나는 시간의 그림자로 떠돌 뿐이다똑딱똑딱 이 글을 쓰는 이 시간의 나 또한모든 순간의 똑딱임에 지나지 않는다결국 모든 기억은 백지 한 장으로 남겨진다나의 아버지가 그랬고, 숱 많은 할머니도 그랬다기억이란 눈앞이 가물가물한 무형의 실체안녕이란 이별의 손수건에 다름 아니다빈 나뭇가지의 몽유 그 허허로운 공백의모든 기억은 백지의 백지로 자손을 잇는다우리는 지나간 시간을 되살리기 위해 기억한다. 하나 아무리 “기억의 머리칼 소중히 받들어도” 지나간
시
등록일 2023.09.19
게재일 2023-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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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제때다해가 그렇고, 달이 그렇고방금 지나간 바람이,지금 온 사랑이 그렇다그럼으로 다 그렇게 되었다생각해보라 살아오면서피할 수 있었던 것이 있었던가진리는 나중의 일이다운명은 거기 서 있다지금이다시인에 따르면, 지금 여기만이 삶을 이룬다. 세계도 마찬가지다. 지금 여기, 바람이 불고 해와 달이 저기 떠 있다. “모든 것은/제때”인 것, 지금 일어난 일도 이미 피할 수 없다. 제때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이기에. 그러니 후회하지 말 것. 그 일은 그렇게 됨으로써 운명이니.“지금 온 사랑”도 역시 운명이다. 하여, 여기 나타난 세계
시
등록일 2023.09.18
게재일 202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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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편으로 가는 동안 이별이 다가온다사막은 깊고 멀어야 한다별이 내려 작은 모래와 살을 맞대고지나온 기억들은 반짝인다부르카가 흔들리지 않는다길을 잃지 않기 위한 느린 걸음(중략)모든 신들은 사막에 산다목마른 자들만이 신들을 추억한다숨을 곳이 없는 자들만이 죽음을 마주한다심연이 이내 신들이 되곤 했던 그곳걸음들이 깊은 발자국만큼 겸손해지곤 했던사막 끝, 그곳 어디‘목마른 자들’이 있다. 그들에게 삶이란 죽음(‘서편’)을 향해 깊고 먼 사막을 걷는 일이다. “이별이 다가”오는 사막에서는 별빛에 모래가 반짝이듯이 “지나온 기억들”이 반짝인
시
등록일 2023.09.17
게재일 20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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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 퇴근길에 뜬 반쪽 달덩그러니 쳐다보며 우울했던 적 있네잠깐 떴다가 사라지는 달이슬프냐고 물어주고 측은해주기도 했네따스한 인적은 가닿을 수 없이 멀고드넓은 하늘 혼자 흘러갈 수밖에 없네 귓바퀴에 걸리는 고뇌의 음악은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네상현, 그 예리한 각에 삶이 베이네‘현(弦)’은 활시위를 뜻한다. 반달을 활처럼 생겼다고 하여 오른쪽이 둥근 반달을 상현, 왼쪽이 둥근 반달을 하현이라고 한다. 시인은 어느 퇴근길에 우울에 빠지고, 하늘을 쳐다본다. 상현이 시인을 쳐다보며 위로해준다. 나아가 시인은 그 상현달에 자신의 운
시
등록일 2023.09.14
게재일 2023-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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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북정맥을 이어보려고/적근산으로 향한다/군부대가 길을 막자/산에서 산으로/이어진 산경표의/길이 흩어진다흩어지는 길을 따라/생창리로 달리다/생창상회 옆 공터에서/트램펄린 위에서/샘물처럼 솟아오르는/아이들 본다. 그 웃음/그 맨발에 북녘 하늘이 첨벙거린다(중략)애기똥풀 무성한/지뢰밭에서그 웃음 그 맨발에/끊어진 정맥에서/적근산 벽력암산이/맥박 뛰듯 솟아오른다북쪽으로 향한 ‘한북정맥’을 걷다보면 군부대가 가로막을 것이다. 여기서 “산경표의/길이 흩어”지는데, 시인이 흩어지는 길을 따라 내려온 곳이 생창리. 마을 자체가 분단된 곳. 하지만
시
등록일 2023.09.13
게재일 2023-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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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만나지 않았을 때엔작은 바람에도 쉽게 흔들렸다서로에게 기대어 결이 통하게 된 후더는 울지 않았다속리산 천왕봉 오르는 길두 나무라 부를 수 없는 한 나무굴참나무 사랑이 눈부시다두 나무라 떼어놓을라 치면생살이 잘려 나가는 고통을 참아야 한다나무에게도 이별은 아픔으로 온다‘연리지’란 한 나무와 다른 나무의 가지가 붙게 되어 결이 하나가 된 나무를 가리킨다. 몸이 이어지기 이전의 나무의 삶은 “쉽게 흔들”리고 그래서 눈물을 흘리곤 했지만, 다른 나무와 한 몸이 된 삶은 “더는 울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눈부신 사랑이다. 연리지를
시
등록일 2023.09.12
게재일 202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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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 바른 곳산기운이 품고 있는 뜬봉샘강줄기 돌돌 말은 물길에이고 온 구름 빠뜨리며물속을 들여다본다몸속으로 열리는 물길물 흐르는 대로물 아랫마을 할머니들아득한 손자들 모으라고물 흐르는 대로합수머리에 이름 없는 길 모으라고뜬봉샘엔 새순 같은 물방울이 돋아 나온다 (부분)‘뜬봉샘’은 금강의 발원지라고 한다. 먼 길을 걸어온 시인이 뜬봉샘에 도달하고, 그는 “강줄기 돌돌 말은 물길” 속을 들여다본다. 그러자 ‘몸속으로’도 물길이 열리며 그는 어떤 깨달음을 얻는다. “물 흐르는 대로”의 삶에 대한 깨달음이다. 그 삶은 이미 “물 아랫마을 할
시
등록일 2023.09.11
게재일 202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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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벼랑 끝에 엎드려구름 흐르는 대로장전항에서 온정리로 들어온다.풀 매는 할배와 이불 너는 아낙과뵈지 않을 때까지 흔드는아이들의 웃는 손에 이끌려군사분계선을 막 벗어 나온다.비로봉에서 지리산으로백두대간 줄기차게 뻗어 내려간다.오, 지리산에 살다 죽어도백두산에 살다 죽는 한 핏줄이여벼랑 끝에 있는 시인은 구름을 타고 “장전항에서 온정리로 들어”올 때의 장면을 기억한다. 평화로운 사람들. “뵈지 않을 때까지 흔드는/아이들의 웃는 손”은 시인을 ‘절벽-군사분계선’으로부터 벗어나도록 이끈다. 그러자 “줄기차게 뻗어 내려”가는 백두대간이
시
등록일 2023.09.10
게재일 2023-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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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을 둘러보면눈 녹은 바위 곁, 여기저기언 몸 일으키며 파르르 올라오는 푸른 잎들내 길을 묻고 있다어디로 가려고?무엇을 보려고?따라오던 새 소리 잦아든다숨을 고르자흐린 하늘을 뚫고 쏟아지는 햇살초원이 들썩인다눈 속 가득 꿈틀거리며 밀려오는 푸른 잎들이언 땅을 흔들며 천지로, 천지로 달려간다 (부분)시인의 마음은 얼어 있고 검은 구름이 낀 하늘처럼 흐려 있다. 그는 자신의 길이 어디를 향하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 백두산 천지 밑 푸른 잎들이 시인에게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이 시인의 마음을 뒤흔들고 들썩거리게 만들고, 그 잎들은
시
등록일 2023.09.07
게재일 202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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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흔적만 봐도/흔들리는 대간길/신선봉을 내려와/무너진 성황당 돌 더미에 이르면/새이령/누군들 그냥 스쳐 지나갔으랴/갈 길 내려놓고/갈 데 없이 떠도는 혼을 달래며/새이령을 넘나들었으리영은 마장터로 내려가고/바람은 능선으로 몰려가네/암능을 타고 너덜 지대에서 휘청거리다/병풍바위를 지나 마산마산 봉우리는/참호와 참호/벙커와 벙커에 걸쳐 있고/대간길 절벽으로 떨어지네흘리로 흘러들어도 절벽/진부령으로 흘러내려도 절벽/군사분계선을 끼고 사는 우리들/어딜 가도 절벽이네산속에 있는 성황당의 파괴는 전쟁 때문일 테다. 이곳에서 많은 이들이 죽
시
등록일 2023.09.06
게재일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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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동생의 하이얀 첫아이를 보듬고어둠에 잠긴 도시를 내려다본다해골을 넣고 다니는 시뻘건 그림자들을낚시 바늘처럼 반짝이는 네온의 불빛을 바라보며아이의 눈썹 속에 소리없이 떨어진두 개의 까아만 씨앗을 어루만진다.허, 내가 이 아이에게 노래할 제목은 무엇일까아직 부르지 않은 노래만이 그 제목일 것 같아어둠에 잠긴 도시를 뒤돌아선다방 가운데 매달려 흔들리는 하늘에누이동생의 첫아이를 올려 놓는다그리고 별들이 내려와 속삭이는 소리를 듣는다.“하이얀 첫 아이”의 ‘까아만’ 눈동자와 ‘네온의 불빛’만 반짝이는 도시의 어둠이 대조된다. 저 “낚시
시
등록일 2023.09.05
게재일 202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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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것은/ 썰물에 갯벌 드러나듯/ 마음이 열리는 것이어서/ 조금씩/ 천천히/ 바닥이 되는 것이어서/ 낮게, 낮게 흐르는 것이지파도에 시간을 풀어주고/ 물길 발자국도 거두어 주고/ 제 속이 훤히 드러난 자리/ 멀리, 멀리서 날아오는/ 바닷새 몇쯤 앉히는 일이지물길 열려 걷는 길/ 발가락 사이로 진흙 빠져나오듯/ 부드럽게 그대 감싸 주며/ 가만, 가만히 풀어지는 먹빛/ 그 그늘 머금은 바위섬/ 오래 두고 기다리는 것이지위의 시에 따르면, “사랑한다는 것은” ‘썰물’이 “낮게 흐르”면서 천천히 드러내는 ‘갯벌’처럼, “마음이 열리
시
등록일 2023.09.04
게재일 202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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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발가락보다 더 가난한 게 어디 있으랴지푸라기보다 더 가는 발가락햇살 움켜쥐고 나뭇가지에 얹혀 있다나무의 눈썹이 되어 나무의 얼굴을 완성하고 있다노래의 눈썹, 노래로 완성하는 새의 있음배고픈 오후,허기 속으로 새는 날아가고 가난하여 맑아지는 하늘가는 발가락 감추고 날아간 새의 자취좇으며 내 눈동자는 새의 메아리로 번져나간다새의 “지푸라기보다 더 가는 발가락”을 응시하는 시인의 눈동자. 새는 그 발가락으로 햇살 한 줌만을 움켜쥐고 있다. 새가 가진 것은 그 햇살 한 줌이 전부다. 그렇게 가난한 새는 “나뭇가지에 얹혀” 나무의 눈썹
시
등록일 2023.09.03
게재일 202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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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無) 밭인 창공을 향해한 뼘만큼의 설움을바닥을 치고 오른 가지처럼 내민다영혼이 누워도안간힘으로 버티는육신의 굴레에서 움트는 지독한 사랑아무도 모를잔상殘像이 겨울로 고스란히 남아감히 나는 울음 우는 것조차 망설여진다슬픔의 글자들이강물 위에 비로소 역할을 내려놓는다위의 시에 따르면, 사랑은 영혼이 아니라 육신에 존재하는 것인지 모른다. “영혼이 누워도” 사랑은 “육신의 굴레에서 움트는” 것을 보면 말이다. 어쩌면 사랑은 굴레가 있기 때문에 절절하고 지독한 것 아닐까. 그래서 사랑은 영원하지 않아 언젠가 실패하며, “아무도 모를/잔상
시
등록일 2023.08.31
게재일 202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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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를 뒤집어쓰고 누웠다멀어지는 날개를놓아주었다나무 사이로슬픔이 타오르는 것을 지켜보며우리는 포옹을 하고서로의 깃털을 다듬으며가장 먼 곳사랑이라는 이름으로성홍열이 지나간 자리를불어 주는 검은 얼굴이 되어우리는 사랑을 좀처럼 보내지 못하지만 결국 사랑을 놓아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마음 안에서 “슬픔이 타오르는 것을 지켜보”면서, ‘멀어지는’ 사랑의 “날개를/놓아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여, 시인의 영혼은 불타는 슬픔으로 잿더미가 되지만, 시인은 “서로의 깃털을 다듬으며” 사랑과 이별하고, 검게 그을린 재의
시
등록일 2023.08.30
게재일 20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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