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철

밤이 내리고,

그리운 기억을 따라 오솔길로 들어간다

혹시 네가 있을지도 몰라

가로등 지나고 나무 지나고

오르막 오르고 내리막 내리니

숲 속의 그 자리 거기에 그대로 있다

네가 앉았던 그 자리에 앉는다

하늘 위 별빛은 사탕처럼 반짝이고

사방의 바람은 과자처럼 부드러운데

느닷없이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런!

언제였던가?

우리들 가슴이 뭉클하던 때가!

‘그리운 기억’은 예전의 오솔길을 그대로 재생한다. 가로등, 나무, ‘그 자리’ 역시. 하지만 기억은 ‘나’와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너’가 지금은 내 옆에 없다는 것을 드러낸다. ‘너’와 함께 있던 기억은 여전히 달콤하고 부드럽지만. 그때의 뭉클했던 가슴은 재생되지 않는다. 그래서 시인은 역설적으로 가슴이 뭉클해지는데, 그것은 “우리들 가슴이 뭉클하던 때가” 사라졌음을 깨달으면서 일어나는 현상인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