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경
사방을 둘러보면
눈 녹은 바위 곁, 여기저기
언 몸 일으키며 파르르 올라오는 푸른 잎들
내 길을 묻고 있다
어디로 가려고?
무엇을 보려고?
따라오던 새 소리 잦아든다
숨을 고르자
흐린 하늘을 뚫고 쏟아지는 햇살
초원이 들썩인다
눈 속 가득 꿈틀거리며 밀려오는 푸른 잎들이
언 땅을 흔들며 천지로, 천지로 달려간다 (부분)
시인의 마음은 얼어 있고 검은 구름이 낀 하늘처럼 흐려 있다. 그는 자신의 길이 어디를 향하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 백두산 천지 밑 푸른 잎들이 시인에게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이 시인의 마음을 뒤흔들고 들썩거리게 만들고, 그 잎들은 천지를 향해 달려감으로써 시인이 갈 길을 알려준다. 천지로 향해가는 길, 그것은 분단 극복의 길 아니겠는가. 얼어붙은 삶이 햇살을 받고 따듯하게 회복될 수 있을 길.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