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석

사랑한다는 것은/ 썰물에 갯벌 드러나듯/ 마음이 열리는 것이어서/ 조금씩/ 천천히/ 바닥이 되는 것이어서/ 낮게, 낮게 흐르는 것이지

파도에 시간을 풀어주고/ 물길 발자국도 거두어 주고/ 제 속이 훤히 드러난 자리/ 멀리, 멀리서 날아오는/ 바닷새 몇쯤 앉히는 일이지

물길 열려 걷는 길/ 발가락 사이로 진흙 빠져나오듯/ 부드럽게 그대 감싸 주며/ 가만, 가만히 풀어지는 먹빛/ 그 그늘 머금은 바위섬/ 오래 두고 기다리는 것이지

위의 시에 따르면, “사랑한다는 것은” ‘썰물’이 “낮게 흐르”면서 천천히 드러내는 ‘갯벌’처럼, “마음이 열리”며 “제 속이 훤히 드러”나는 “바닥이 되는 것”이다. 사랑하는 마음은 썰물처럼 시간을 풀며 과거를 거두기도 하고, 멀리서 날아온 바닷새를 넉넉하게 앉히기도 한다. 하지만 사랑은 무엇보다 ‘그대’를 향한 오랜 기다림이다. 저기 “가만히 풀어지는 먹빛”에 부드럽게 감싸여 사라지는 ‘바위섬’과 같은 그대를.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