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호

서편으로 가는 동안 이별이 다가온다

사막은 깊고 멀어야 한다

별이 내려 작은 모래와 살을 맞대고

지나온 기억들은 반짝인다

부르카가 흔들리지 않는다

길을 잃지 않기 위한 느린 걸음

(중략)

모든 신들은 사막에 산다

목마른 자들만이 신들을 추억한다

숨을 곳이 없는 자들만이 죽음을 마주한다

심연이 이내 신들이 되곤 했던 그곳

걸음들이 깊은 발자국만큼 겸손해지곤 했던

사막 끝, 그곳 어디

‘목마른 자들’이 있다. 그들에게 삶이란 죽음(‘서편’)을 향해 깊고 먼 사막을 걷는 일이다. “이별이 다가”오는 사막에서는 별빛에 모래가 반짝이듯이 “지나온 기억들”이 반짝인다. 또한 사막은 “숨을 곳이 없”어서 “죽음을 마주”할 수 있는 곳, 그 마주한 죽음의 심연에서 신들이 나타난다. “모든 신들은 사막에” 사는 것, 하여 사막에서는 “길을 잃지 않기 위한 느린” 발자국은 더욱 깊어지며, 삶은 겸손해진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