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일

한북정맥을 이어보려고/적근산으로 향한다/군부대가 길을 막자/산에서 산으로/이어진 산경표의/길이 흩어진다

흩어지는 길을 따라/생창리로 달리다/생창상회 옆 공터에서/트램펄린 위에서/샘물처럼 솟아오르는/아이들 본다. 그 웃음/그 맨발에 북녘 하늘이 첨벙거린다

(중략)

애기똥풀 무성한/지뢰밭에서

그 웃음 그 맨발에/끊어진 정맥에서/적근산 벽력암산이/맥박 뛰듯 솟아오른다

북쪽으로 향한 ‘한북정맥’을 걷다보면 군부대가 가로막을 것이다. 여기서 “산경표의/길이 흩어”지는데, 시인이 흩어지는 길을 따라 내려온 곳이 생창리. 마을 자체가 분단된 곳. 하지만 이곳에서도 새로운 삶은 자라난다. 마을 북쪽엔 무시무시한 지뢰밭이 있건만, 웃음을 퍼뜨리고 있는 아이들. 시인은 아이들의 웃음이 정맥을 이을 수 있는 미래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저기 솟아올라있는 “적근산 벽력암산” 같은 힘.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