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혜자-전문가-행정기관 `3박자` 독창적 정책 수립

▲ 주민의 실질적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새로운 문화정책은 사회전체의 창의성과 상상력을 증진할 수 있는 문화환경을 만드는 일에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 사진은 프랑스 파리 공원.

문화정책은 문화예술을 발전시키고 국민들의 문화복지 수준을 높이기 위해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일련의 행위와 상호작용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선진적 문화정책 도입이 시급하다. 왜냐하면 문화는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삶에 환희를 가져다 주고 개인을 완성시켜 주기 때문이다.

글 싣는 순서
① 경상북도의 문화복지 현주소
② 경북도내 문화사각지대 현장
③ 경북도민 대상 문화회관 등 문화시설 이용 설문
④ 경북도청 문화바우처 허와 실
⑤ 경북도청 문화정책 진단
⑥ 프랑스 문화부 소외계층 문화정책 들여다보기
⑦ 독일 등 유럽의 문화 소외계층을 위한 문화정책
⑧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문화정책 수립 제언

■ 현재의 문화정책과 그 문제점

현재 경북도 문화정책의 기조와 법령체계, 문예진흥기구 및 제도들을 면밀히 검토해 보면 두 가지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하나는 삶의 의미와 세계관을 제공해 주며 삶을 인도하는 문화가 어떻게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정신적인 영역에 대한 관심보다는 공연예술이나 출판, 건물의 건립 등에 치중함으로써 문화영역과 문화정책의 중요성을 제한하고 있으며 문화정책이 기구나 관리하고 예산이나 편성하는 협소한 영역에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다른 문제는 문화정책을 행정적으로 기능적으로 밀어붙이면 문화가 변화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화는 그 속성 자체가 5·6공화국에서처럼 “하면된다”고 해서 무엇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의식개혁 하시오”라고 말해 되는 것도 아니다. 문화는 다양한 사회적 여건들과 결합돼 따로 분리해 내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러한 문화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밀어붙이기만 한 결과 비인간화된 사회문화, 관료적이며 기능적인 문화 그리고 전문화된 문화를 정책적으로 고려해 왔을 뿐이다.

그러나 문화는 정신의 문제, 내면의 문제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창조하려고 노력하며 개발하려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문화정책의 운영방법에 있어서 문화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고 문화와 정치, 경제 등 제반 사회적 여건들과의 역동적이며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사회제반 여건들의 정신적인 기반을 문화가 제공하고 있음을 알고 정신적인 기반을 변화시키는 정책을 수립하지 않고서는 문화정책이 제대로 수행될 수 없다. 현 상황에서는 오히려 형식적이나마 의식개혁을 외치고 있을 뿐 사회 전체에 대한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문화의 진공상태는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 문화행정 체제 개선

지방문화행정체제의 기본은 자체기구와 전문인력 확보, 중앙정부로부터의 권한위임과 예산지원, 지역문화정책의 독창적수립과 시행이라 할 수 있다.

첫째 지방자치단체의 문화기구를 보강해야 한다. 현재 경북도청은 중앙의 문화체육관광부 조직에 순응해 문화관광과로 하고 계선 조직에서 비껴나 막료조직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선 개선돼야 할 점은 조직을 운영하는 문화전담 공무원의 확보다. 중앙의 문화부도 같은 문제점이 있으나 그래도 중앙관서는 일단 초임공무원이 문화부에 들어오면 평생을 이 분야에 봉직할 각오로 전문성을 키워나갈 수 있다. 그러나 지방에서는 문화기구가 독립성이나 특별직군(문화직 등)으로 구분될 수 없는 실정이고 보면 예산과 권한이 많은 다른 기관으로 지망할 것이 상식일 것이고 문화행정에는 정을 두지 않은 과객들의 경유처로 전락되기 쉽다. 그렇다고 문화행정요원을 별정직화하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 빈번해질 지방선거 때마다 이 별정직은 전리품으로 제물이 되고 문화행정은 지방정치의 바람을 타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방문화행정을 담당할 우수한 행정요원의 확보방안은 그 지역의 문화를 발전시키겠다는 그 지역의 의지 여하에 달려 있다고 본다. 공채로 임용되는 직원 중 우수한 인편을 유입시켜 간단없는 교육훈련을 가하고 능력있는 장기 근무자에게만 문화행정 간부직으로 승진시키는 풍토의 조성 외에 별다른 묘책이 없을 것이다. 그러한 풍토를 조성함에는 중앙정부의 세심한 배려와 지원이 있어야 함은 물론 지역 단위로 문예진흥위원회, 문화재위원회, 유파별 예술문화단체 등이 지방행정체제를 유지 발전시키는 역할구조로 기능하도록 조성돼야 할 것이다.

둘째 독창적인 지역문화정책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 장기간에 걸친 획일화, 통합정책과 매스컴의 유행에 휩쓸려 전국의 문화가 동질화의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공산품의 대량생산, 대량소비 시대에 상품의 규격화, 표준화 등은 소비자의 편의에 영합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화분야에까지 그러한 현상이 파급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개성이 없는 인격, 전통이 없는 사회, 고유한 문화를 갖지 못한 민족은 멸시를 받게 마련이다. 지방자치는 각 지역의 특징을 살리는데 묘미가 있다. 보수적인 지방이 있는 가 하면 개방적인 지역도 있을 수 있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영화가 어떤 지방에서는 볼 수 있는 다양성의 시대가 전개돼야 한다.

■ 문화소외계층 위한 실질적 정책

우리는 종종 공적 문화시설이 일반국민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어느 정도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지 정확히 인지하지 못할 때가 있다. 또한 문화소외계층을 위해 어떤 문화정책을 마련하고 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 어떤 감동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지 알지 못할 때가 있다.

뛰어난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휘자 없이 연주자 개개인의 능력에만 맡기면 자칫 불협화음을 낼 수 있다.

반대로 훌륭한 지휘자가 있어도 이를 뒷받침할 연주자가 없다면 무용지물에 가깝다. 여기에 관객의 호응과 관심은 완성도 높은 연주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왼다.

문화사각 지대 해소를 위한 사업에서도 상생보다는 갈등이 번지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주민들은 행정기관이나 외부단체와의 협력을 우려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행정기관과 외부단체는 주민들의 우려를 `고집불통`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문화소외계층을 위한 실질적인 복지정책도 오케스트라의 연주처럼 마을을 구성하는 다양한 주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져야 가능하다. 문화소외계층 스스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거쳐 체계적인 발전 계획을 수립하고 행정기관인 경북도청 기준으로 결실을 맺는 `3박자`가 작동해야 하는 것이다.

문화소외계층 해소를 위한 우선 순위를 정부의 대규모 투자에 두고 있는 현실은 곱씹어볼 대목이다. 대규모 투자는 문화프로그램 창출 등에 일부 영향을 미칠 수는 있으나 소외계층의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에는 오히려 역기능을 가져올 수 있다. 소외계층에게 골고루 분배돼야 할 소득기반이 특정인에게 몰리는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향유층 유치를 위한 투자비용이 늘어나면 그만큼 비용 회수 부담이 커지고 일부 정보력이 있는 소수에게 향유의 대부분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소외계층들이 골고루 향유하는 `살기 좋은 문화복지 나라 만들기`는 요원해 질 수 밖에 없다.

민관의 협력과 정책의 진정성이 동반돼야 문화소외계층들이 실질적으로 문화복지를 향유할 수 있다. `저비용 고효율`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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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문화정책의 허와 실`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취재 지원을 받았습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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