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통행식 바우처 정책 그칠까' 우려 목소리
`일방통행식 바우처 정책 그칠까' 우려 목소리
  • 윤희정기자
  • 등록일 2012.05.24 21:37
  • 게재일 2012.0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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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도청 문화바우처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재의 문화카드 읍면동 사무소 전달체계를 사회복지사와 마찬가지로 읍면동 사무소에서 (가칭)문화복지사와 같은 문화 복지 전담 인력을 새로이 도입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사진은 경북도 문화바우처 행사 모습.

문화바우처는 기초생활수급자와 법정차상위계층(자활·장애인·의료급여·한부모 가정) 등을 대상으로 연간 5만원 상당의 문화예술 상품을 구매하거나 이용할 수 있는 `문화카드'를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정부가 2005년 5억원 예산으로 시작했다.

경북도청은 지난해 부터 문화바우처를 실시하고 있다. 정부가 문화바우처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전국 16개 시·도로 업무를 분담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문화바우처는 지난해 347억원으로 증액되는 등 대표적인 문화복지 정책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정책이 만년 `경제적 지원'에만 한정돼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예상을 빗나가게 한 `괜찮다'고 불릴 만한 정책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올해들어 많은 쟁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각 주관처를 두고 실시토록 하고 있는 기획바우처 사업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상북도 문화정책의 허와실

① 경상북도의 문화복지 현주소
② 경북도내 문화사각지대 현장
③ 경북도민 대상 문화회관 등 문화시설 이용 설문
④ 경북도청 문화바우처 허와 실
⑤ 경북도청 문화정책 진단
⑥ 프랑스 문화부 소외계층을 위한 문화정책 들여다보기
⑦ 독일 등 유럽의 문화 소외계층을 위한 문화정책
⑧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문화정책 수립 제언


후불제 정액권 형식 `문화 카드' 시스템 오류·늑장대응 ... 사용 못한 카드잔여금 문제점도
특정서비스 한정 `기획바우처' 한계 프로그램 `직접 참여' 기회 늘려야


먼저 문화카드는 지원의 방식 면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300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시스템의 운영을 위해 정부에서는 카드 사업자를 공모해 신한카드를 대행업체로 선정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카드는 신용카드가 아닌 후불제 정액권 카드 형식이기 때문에 카드사의 입장에서는 일반 신용카드와 같은 이익을 누리기 어려운 구조다. 이 경우 카드사에서 얻는 이익은 발급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할 때 얻는 카드수수료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불친절한 콜센터 운영과 잦은 시스템 오류 및 늦은 대응 등으로 인해 서비스 이용자들의 불만과 민원이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현상이 지속되는 실정이다.
 


경북도의 문화바우처 주관처인 금수문화예술마을운영협의회 관계자는 “특히 신한카드사는 문화 카드 승인 뿐 아니라 문화 카드 가맹점 관리도 맡고 있는데 경북에 신한카드 업무를 보는 곳이 적어 가맹점의 등록 및 민원을 해소하기 어려운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제의 또다른 문제점은 예산의 효율적 활용 여부다. 카드제의 경우 일단 발급된 카드에 대해서는 5만원 상당의 금액이 할당된다. 하지만 문제는 개인별 한도액인 5만원이 전부 사용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카드 잔여 금액으로 인해 예산의 상당액이 불용될 가능성이 높다.

또 문화 카드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계층에 지급한다는 원칙 아래 시행되고 있지만 그 대상에는 한계가 있다. 저소득계층의 수는 많은데 정부가 지원해 주는 예산인 국비와 각 시도와 지자체가 부담하는 시도비, 시군 모두를 합쳐도 저소득계층에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기에는 부족한 예산이다. 경북도의 경우 지난해 9월 현재 바우처 대상자가 6만8천780가구 11만5천546명인데 반해 카드 수혜자는 5만3천840명으로 46.6%만 카드를 지급 받을 수 있었다.

문화 바우처 정책은 지난해부터 읍면동 사무소 전달체계를 구축했다. 문제는 문화 복지 전담 인력이 형성돼 있지 못한 점이다. 문화 복지 정책인 만큼 제대로 된 문화 복지 분야 전달 체계를 갖춰야 한다. 현재 경북도는 사업 주관단체로 금수문화예술마을운영협의회를 선정해 맡겨두고 있지만 이들의 역할은 기획 사업에 한정되고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예산의 확대와 서비스 내용의 증가에 따라 지속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문화 복지 분야의 전달 체계는 사회복지사와 마찬가지로 읍면동 사무소에서 (가칭)문화복지사와 같은 문화 복지 전담 인력을 새로이 도입하는 방안에 대한 진지한 고려가 필요하다.
 


기획바우처 사업은 카드 방식만으로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문화예술 관람이 어려운 계층을 위해 마련된 사업이다. 하지만 공연장이나 전시장 등으로 초청해 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모셔오는 서비스'와 전·현직 예술인, 전공 학생, 문화예술동호회원 등 재능 기부 예술인을 활용한 `찾아가는 서비스' 방식이 운영되고 있지만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한 문화복지 정책 전문가는 “바우처는 그 내재적 특성상 개인의 소비를 특정한 물품(서비스)에 한정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문화의 민주화 관점에서 보면 개인은 수동적 주체일 뿐이며 이들을 위해 좀 더 나은 무엇인가를 선별해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그는 “하지만 문화민주주의 관점에서 보면 문화예술 교육이나 아마추어 예술 활동 등을 매개로 해 수혜자 스스로 주체화해 문화예술의 창조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나마 경북도 문화바우처 주관처인 금수문화예술마을운영협의회는 올해 수혜자들이 문화예술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사진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지만 정부가 이 사업을 처음 시작할때 내놓은 거창한 문화권 실현이라는 지향점과는 달리, 정작 구체 정책 측면에서는 마땅히 내세울 만한 내용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영덕군에 사는 문화바우처 회원 김모씨는 “아이들과 공연을 관람한 후 뮤지컬에 관련된 책을 읽고, 상황극을 만들어 연기자처럼 책을 읽기도 하고, 엄마 아빠가 책 속의 상대역도 하며 오랜만에 즐겁고 환한 웃음꽃을 피웠다”면서 “세상 살면서 돈이 전부가 아니구나, 이런 세상도 있구나”를 깨달았다고 했다.

“저처럼 문화바우처가 저소득가정과 문화소외계층에 희망의 사다리가 되고 있는 좋은 사례도 있다.”, “즐거움과 기쁨을 알게 했다”는 반응이 이어지며 일상의 행복과 삶의 여유를 찾아주고 있는 것이다.

서민들이 복권을 구매하는 것은 한 끼 밥을 해결하거나 실업자가 작은 봉급이라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직장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이 평소에 다가설 수 없는 도시 중심에 사는 사람들 중산층 혹은 상류층처럼 살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다.

“왜 가난한 사람들에게 문화체험의 기회를 주어야 할까? 쇼리스는 우연한 기회에 교도소를 방문해 한 여죄수에게 “왜 가난한 사람들이 존재할까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비니스 워커라는 여인이 “시내 중심가 사람들이 누리고 있는 정신적 삶이 우리에겐 없기 때문이죠”라는 대답을 듣고 깊은 충격을 받았다. 가난한 사람들은 중산층들이 흔히 접할 수 있는 연주회와 공연 전시회, 강연과 같은 `인문학'을 접하는 것 자체가 원천적으로 힘들고, 그렇기 때문에 깊이 있게 사고하는 법, 현명하게 판단하는 법을 몰라 가난한 생활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배고픈 사람에게 단순히 점심 한 끼를 대접하는 것은 빈곤을 연장시켜줄 뿐이다. 영국 문화부 장관을 지낸 테사 조엘은 “빵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빈곤에서 탈출하려는 열망을 갖게 하는 것이다. 문화예술에의 참여는 이 열망의 빈곤을 경감시켜줄 것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라고 했다.

저 같은 사례가 문화분야의 복권이랄 수 있는 문화 바우처가 보다 많은 저소득계층에게 골고루 나누어져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



※`경상북도 문화정책의 허와 실'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취재 지원을 받았습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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