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소외계층 제대로 즐길 기회가 없다
저소득·소외계층 제대로 즐길 기회가 없다
  • 윤희정기자
  • 등록일 2012.05.10 21:21
  • 게재일 2012.0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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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경북도내 문화사각지대 현장

▲ 영덕에 위치한 경북기독보육원 어린이들이 지난해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 관람 후 출연배우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일주일간 경북도내 오지마을을 다녀봤다. 주민 대부분이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들이었다. 노인복지회관에서 이웃 노인들과 이야기를 하는 등 아무 하는 일 없이 하루 일과를 보내고 있는 이들을 취재하면서, 무언가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것들을 찾아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갈만한 곳도 그다지 없고 볼거리나 즐길거리가 별로 없다며 옛 영화라도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들에게, 이젠 우리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문화적으로 소외된 저소득이나 소외계층들의 형편도 마찬가지 였다. 문화적 체험과 참여의 기회가 부족한 문화소외계층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할 다양한 문화 행사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문화소외계층은 문화를 향유할 줄 몰라서가 아니라 보고 즐길게 없어 향유하지 못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문화소외지역에서 느낀 아쉬운 점을 짚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경상북도의 문화복지 현주소

② 경북도내 문화사각지대 현장

③ 경북도민 대상 문화회관 등 문화시설 이용 설문

④ 경북도청 문화바우처 허와 실

⑤ 경북도청 문화정책 진단

⑥ 프랑스 문화부 소외계층을 위한 문화정책 들여다보기

⑦ 독일 등 유럽의 문화 소외계층을 위한 문화정책

⑧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문화정책 수립 제언





정부돈 25만원으로 한달 사는데 공연이고 뭐고 갈 엄두조차 못내



#. 청송의 한 극빈층 조손 가정.

80을 바라보는 양재영(74) 할머니와 중학교 2학년, 3학년 남자 어린이가 10평도 채 안되는 방 한 칸에서 살고 있다.

할머니는 이곳에 군에서 운영하는 공연장이 있는지도 모르고 있을 뿐 아니라 평생에 음악회라곤 가 본 적이 없다. 태어나 엄마, 아빠가 모두 자신을 버리고 할머니를 엄마처럼 살아온 어린이들은 또래 친구들에의 삶과는 낯선 생활을 하고 있다. 컴퓨터는 물론이고 엄마, 아빠와 함께 뮤지컬 공연 한 번 가보지 못했다.

양 할머니에게 공연장에 가 보신 적이 있냐고 물으니 50여년 전 마을에 노래자랑이 있어 두 어번 가보긴 했지만 그런 곳에서 무엇을 하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할머니는“25만 원 남짓 정부에서 주는 돈으로 그럭저럭 사는 거지 뭐. 그러니 사는 것이 사는 것 같지 않고 공연이고 무엇이고 삶이 힘드니까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갈 수도 없는거지”라고 했다





수백석 근사한 공연장 지어놔도 공연·전시는 1년에 고작 서너번



#. 청송군 진보면에 위치한 진보문화체육센터.



지난 2005년 주민들의 문화향수 기회 확대를 위해 개관한 이곳에는 480석의 공연장이 있지만 이곳 주민들은 근사한 공연을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다.

지난해에는 영화상영 5회, 공연 2회가 고작이었다.

가정의 달인 5월에도 중순 쯤 1차례의 영화상영이 예정돼 있을 뿐이다.

이 곳의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박승환 사업소장은 “아무리 농촌이라 해서 관객이 없어다로 공연 해 보면 좋겠다. 공연이라고는 가뭄에 콩 나듯이 있으니 일자리와 소득, 자녀 교육, 그리고 익숙한 도시생활을 떠나는 두려움을 극복하며 농촌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30~40대들에게는 아쉬울 따름이다. 수준높은 공연과 전시회 관람을 통해 아이의 창의력과 감수성을 발달시키고 싶은 마음은 어느 부모나 다 가지는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 지난 9일 영덕군 영해면 노인복지회관을 찾은 지역 어르신들이 일과를 보내던 중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하루 종일 화투나 치며 `하세월` 셔틀버스라도 있어 갈수 있다면



#. 영덕군에 있는 한 노인복지회관에는 하루에 평균 60여명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하루를 보낸다. 친구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화투나 치면서 시간을 때우며 하세월을 보내고 있다. 복지회관이라 이름 지어졌지만 특별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90%이상이 화투로 여가를 보내고 있어 새로운 여가 프로그램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정봉순(87·영덕군 영해면) 할머니는 “공연장에 가 보고 싶어도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공연이라고는 꼭 저녁 시간대에 하니 어둡고 버스도 가지 않고 셔틀 버스라도 있어 우리 늙은이들을 좀 데리고 가면 좋겠다”고 했다.

서석학 영해면 노인회장은 “경북도내에서 영덕, 청송, 봉화는 정말 오지다. 문화혜택이 없고, 70대 이상 노인들은 갈 곳이 없다. 가끔 공연이 있지만 노인들이 잘 즐기지 않는 이해하지 못하는 공연들 뿐이다”고 했다.



촉박하고 부실한 프로그램이라도 수혜자입장이라 그저 따를수 밖엔



#. 초·중·고등학생 45명이 생활하고 있는 영덕군의 한 보육원에는 예술강사지원사업이나 문화순회사업 등 중앙의 여러 기관에서 하는 프로그램을 매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업들은 사회복지시설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실무자들이 혼란스러울때가 많다. 이곳의 신종숙 사무국장은 “사회복지시설을 대상으로 지원되는 문화예술 관련사업 주관 단체가 너무 많아 실무자로서 혼란스러울 때가 많고 프로그램의 질적 서비스측면이 부족해 아쉬운 점이 있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문화예술활동들이 진행되다 보니 농어촌 지역에서는 수박 겉핧기식의 프로그램 진행이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가끔은 남은 예산처리때문에 촉박한 일정속에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하지만 수혜기관이다 보니 감사한 마음으로 사업에 참여할 수 밖에 없는 것이 기관의 입장”이라며 “산발적으로 추진되는 문화예술관련 사업들이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돼 소외계층들에게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문화예술활동 기회를 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영덕의 한 문화예술회관 관계자는 “저소득계층의 삶은 문화향유라는 단어가 부끄러울 만치 인간다운 생활의 기준에서 저만치 멀어져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된 지도 오래다. 이들에게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를 많이 주기 위해서는 돈과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다. 특히 문화소외계층은 저소득, 고령자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에게 다양한 연극, 뮤지컬, 음악회 등 다양한 문화 기획공연을 마련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이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는 대중적인 명품 공연과 전시회를 유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여러 문화예술 행사에 대해 인원 등 결과에 치중하지 말고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소외계층들에 대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문화예술 행사를 기획하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상북도 문화정책의 허와 실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취재 지원을 받았습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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