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호랑이는 폐암에 걸려 죽었다는 어느 휴게소 화장실에 있던 글귀가 쓴웃음을 자아내게 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한때 우스갯소리에 지나지 않았던 흡연에 대한 단상들이 오늘날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심각한 문제로 대두하게 되었다. 흡연은 WHO(세계보건기구)가 세계 제1의 공중보건문제로 지정할 만큼 중대한 사안이며 흡연으로 인한 피해는 굳이 나열하지 않아도 될 만큼 크다고 알려져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한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흡연으로 인해 흡연자는 암 발생이 비흡연자에 비해 최대 6.5배 높고 매년 1조7천억원의 진료비 추가 지출 부담금이 발생하고 있으며 또한 흡연으로 인한 폐해에 대해 흡연자인 국민은 건강증진법상의 부담금을 물고 있는데 정작 원인 제공자인 담배회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사람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 것인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만들어진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교육받고 성장한 사람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사람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말씀을 어떻게 대하느냐는 굉장히 중요하다. 먼저 말씀의 권위를 인정해야 한다. 하나님의 말씀의 권위를 인정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 들려야 한다. 하나님의 말씀이 심령을 통과한 사람들은 무릎을 꿇고 회개한다. 말씀을 피하는 사람들은 그 말씀이 자신의 가슴을 찌를 때 돌로 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다. 죄가 무엇인가?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 하거나 순종에 부족한 것이 죄다. 예수님의 달란트 비유에서 한 달란트 받은 자는 빗나간 줄 몰랐다. 한 달란트를 받았던 자는 주인에게 “약하고 게으
인터넷을 뒤져 보면 초소형 국가라는 말이 나온다. 혹은 초미니 국가라고도 하는 이 나라들은 국민이 100명도 채 안 되는 나라들이지만 지구상에 약 400개나 존재한다고 한다. 국민, 영토, 주권이 국가의 3요소라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 이 초소형 국가들은 국민은 수십 명 수준이 대부분이고 무슨 시설 따위를 영토로 삼을 정도로 빈약하며 가장 큰 문제는 도대체 주권 국가로 아무데서도 공인을 받지 못한다고 한다. 이제 텔레그래프 지가 소개하고 세계일보의 명민한 기자님이 추려낸 그 국가들의 이름을 나열해 보면, 카리브해의 레돈다 왕국, 영국 남바다의 시랜드 공국, 미국 플로리다 주의 콘치 공화국, 미국 네바다주 사막 지역의 몰로시아 공화국, 리투아니아 수도 빌니우스 외곽의 우주피스 공화
힐러리 클린턴이 남편을 이어 대통령이 되느냐 하는 것이 이번 미국 대선의 관전포인트다. 대만에서는 차이잉원이 총통에 올랐고, 아웅산 수치는 미얀마 총선에서 압승했다. 독일은 메르켈 총리를 연임시켰고, 호주는 길러드를 총리로, 브라질은 호세프를 첫 여성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영국, 핀란드, 덴마크, 뉴질랜드,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이 여성 국가정상을 뽑은 경험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역대 어느 누구도 손 못댄 개혁들을 과감히 해내고 있는 것은 두터운 지지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사무총장으로 거론되는 인물에도 여성이 많다. 3월 8일`여성의 날`을 보내며 돌아보는 국제정치다. 한국은 여성 장군이 2명이고, 여군이 6천600명이나 되고, 남성의 영역에 여군들이 과감히 진출한다. 육군 2항공여단 장
20대 총선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포항에서도 당내 공천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이는 선거 때마다 문전성시를 이루는 포항시청 8층 브리핑룸에서도 드러난다. 특히 여당 예비후보들의 경우 당내 선거 전 초반에 앞다퉈 배포하던 정책공약 자료들이 막바지에 들면서는 고발장을 첨부해놓은 비슷한 두께의 폭로 기자회견문으로 바뀌고 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당수는 사안의 절박성과 수사를 통한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고 보이는 경우도 많은 반면 마치 난타전을 유도하는 듯한 동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본 선거에 들어가기 전 당내 예비후보 간 고소ㆍ고발로 상징되는 과열 양상은 특히 경북권에서 두드러져 보인다. 이유는 뿌리 깊은 일당 독주 체제 때문이다. 승자 독식도 이런 승자 독식은 없
기업인에게는 `시간이 돈`이라 관청의 민원처리가 빠를수록 좋고 공무원은 질질 끌수록 재미를 더 본다. 그래서 관련 서류를 빨리 돌려달라고 `급행료`를 내고 매끈하게 해달라고 `기름칠`을 한다. 이것이 `민간과 공무원의 전통적 관계`다. 늑장을 부리는 것은 위법·불법·무법이 아니었다. “신중을 기했다”하면 된다. 행정행위에는 재량(載量)이란 것이 있다. 모든 것을 다 법률에 규정할 수 없으니 공무원이 알아서 결정·처리하는 권한이다. 허가를 해줄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공무원의 마음`에 달린 것이 많다. 바로 이것이 `재미`를 가져다 준다. 인사혁신처가 공무원의 자유재량권을 크게 제한할 작정이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안 하거나 고의로 늑장을 부리는`소극행정`을 하면 최고 파면이나 해임까지 갈 수
나는 내 이름을 싫어한다. 이미 세상에 널리 알려진 사람의 이름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남이 입다 벗은 옷을 주워 입는 듯한 찜찜한 기분이 들고, 이름의 주인이 따로 있는 것만 같다. 내 고유한 생이 누군가의 아류처럼 여겨지는 것만 같아 불쾌하다. 새 학기 출석을 부를 때면 선생님들은 꼭 “회장님이 여기 계시네? 너희 집 돈 많으냐?”라고 물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 군대에 가서도, 심지어 사회에 나가서도 그 질문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하도 자주 물어보니까 “이름만 부자고 사람은 거지”라고 신경질적으로 쏘아붙인 적도 있다. 회장님과 나는 이름의 한자도 똑같다. 아버지께서 작명소에 가 지어왔는데, 돈 많이 버는 이름이라면서 역술인이 추천한 것이다. 그렇게 할 것 같으면 나도 미
2016학년도가 돛을 올렸다. 장기결석 학생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광풍으로 몰아친 이후여서인지 교육 약자에 대한 배려를 다시금 생각해본다. 정말 두 번 다시 어른들의 무지와 이기심 때문에 희생되는 학생들이 없기를 기원하며 필자도 2016학년도를 시작한다. 교문마다 만국기처럼 내걸린 입학 축하 현수막 아래로 학생들은 운동회보다도 더 신나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꿈꾸며 교정에 첫발을 내디뎠다. 학생들의 웃음소리에 긴 겨울잠을 자던 학교 조경수들이 잠을 깨고 꽃눈을 밀어 올렸다. 산수유와 매화의 개화를 시작으로 모든 생명들은 때에 맞춰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것이다. 자연의 장단에 맞춰 학생들의 학교생활도 활짝 피길 바란다. 최근 학교에는 `안정부장`이라는 보직이 새로 생겼다. 그리고 위기학생대응매뉴얼이라는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지 2주 되었다. 지난달 22일 인천공항의 입국장을 통해서 한국으로 들어왔을 때, 가장 눈에 띈 것은 사람들이었다. 입국 심사를 위해서 길게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필자가 받은 인상은 표정이 모두 굳어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대부분은 음력 설 연휴와 겨울 방학 등을 이용해서 해외여행을 갔다 온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신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얼굴은 어두웠다. 23일은 필자가 재직 중인 대학에 교수 연수회가 있었다. 1년 만에 학교 동료들을 본다고 생각하니 많이 마음이 설렜다. 하지만, 1년만의 교수 연수회에서 만난 동료들의 얼굴은 입국장의 얼굴들처럼 어두웠다. 보직 교수들은 학교 운영과 관련된 발표를 하면서 “대학 구조조정” 혹은 “연구업적
지방자치제가 부활된 지 벌써 20년, 성년의 세월이 지났다. 흐른 세월만큼 모양도 다듬어지는 법이어서 각 지자체들도 자구책에 몰두하여 자치의 틀을 다지고 있다. 물론 중앙정부로부터의 완전한 독립과 자치에는 여전히 일정부분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긴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오늘날의 지자체는 저마다 지역정체성 확립을 위한 연구와 도시브랜드 가치의 상승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각 도시마다 고유의 정체성을 담은 슬로건을 정하여 이를 시정목표에 반영하고 지역축제를 계발하는 등 차별화된 문화정책 추진에 열중하고 있다. 문화가 지방자치의 첨병으로 도시의 명운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포항문화재단 설립을 위한 논의가 활발하다. 지역의 문화예술정책을 일관성 있게 계획하고 긴 안목으로
누란지위란 알을 포개 놓은 것처럼 위험한 상태란 뜻으로 위태위태한 상황을 의미하는 사자성어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영주가 이런 상태다. 지난 2일 A후보를 지지한다며 한 농민단체 현 지도부가 영주시청 기자실을 찾아 기자회견을 통해 지지 성명서와 이에 대한 당위성을 발표했다. 그러나 하루 지난 3일 오전 같은 단체 회원들이 A의원 지지반대 회원 모임을 결성하고 전날 현 지도부가 발표한 성명서가 원천 무효라는 성명서를 내 놓았다. 선거를 앞두고 한 단체가 반목과 갈등이 시작된 것이다. 선거 때만 되면 특정 단체들이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성명서를 앞다투어 발표하고 지지를 호소하는 것은 자율적인 선택의 문제이기에 탓할 수는 없지만, 이런 선택이 진정성 있는 자율적 행동인
조선을 망국으로 몰아넣은 지독한 당파싸움은 피비린내 나는 사화(士禍)들을 낳았다. 역모조작과 궤변으로 왕을 꼬드겨 반대파를 몰살시키려는 사악한 정치집단이 존재했고, 그런 흐름을 왕권강화에 써먹은 교활한 군주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참화였다. 천재 학자요 대표적인 북벌론자였던 백호 윤휴가 당쟁에 몰려 사약을 받으면서 “나라에서 유학자를 쓰기 싫으면 안 쓰면 그만이지 왜 죽이는가?”라고 한탄했다는 야사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4월13일로 예정된 20대 총선을 저만큼 앞두고 정치권의 권력다툼이 점입가경이다. `컷오프`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학살극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먼저 시작했다. 야당 불모지 대구에서 출마를 준비하던 홍의락을 `컷오프` 명단에 넣은 것이 김부겸의 잠룡 부상(浮上)을 차단하려는 음험
아베정부는 여전히 “일본군이 위안부를 강제 동원한 증거가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과`는 왜 했나.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억지로 화해시키려 하니 마지 못해 한 사과인가. 러시아 속담에 “내 얼굴이 얼보인다고 거울을 탓하지 말라”했다. `역사의 거울`은 정직한데 일본은 그 거울을 나무라며 소녀상 철거를 요구한다. 그러나 소녀상은 계속 더 선다. 영화 `귀향`은 관객이 몰리고, TV조선 다큐는 여러 나라들에 남아 있는 `위안부 흔적`을 찾아내 방영했다. “낮에는 식모살이, 밤에는 성노예였다. 휴일에는 종일 일본군들이 위안소 앞에 줄을 섰다” “일본군은 항복후 자기 나라 위안부만 데리고 떠났다. 우리는 돌아갈 여비도 없고, 가는 길도 몰라 여기 주저앉아 살 수밖에 없었다. 고향에 돌아갈 수도 없는 몸이었다.
최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부채가 많은 영국정부는 EU의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그동안 몇 번에 걸쳐 재정지출을 줄여 왔다. 즉, 사회보장과 관련된 지출에 제약을 받으며 내핍을 해 왔던 것이다. 이제는 지쳤을 것이다. 과거 그리스가 추진했던 것처럼 차라리 EU를 떠나 파운드가 절하되더라도 사람답게 살자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특히 금융에 의존하는 영국이 최근 금융시장 위축으로 인해 살림이 더 어려워진 가운데 난민 수용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더 주목해야 할 동기는 관료적인 EU에서 독립해 새로운 창조 금융을 시도하자는 의도이다. 일종의 르네상스를 추구하는 것이다. EU는 완전히 은행중심의 경제이다. 규제들이 대부분 로비(lob
포항시는 최근 지역마다 인기를 끌고 있는 음식테마거리를 조성해 외래 관광객 유치를 활성화한다는 취지 아래 두호동, 환호동 해안로 일원에 `설머리 물회 맛집거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 외식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특색과 품격을 갖춘 선진 외식문화 조성과 향토음식 및 로컬푸드의 소비 촉진, 음식문화관광 활성화를 추진하기 위하여 우수 외식업 지구 육성사업을 선정하게 됐다. 설머리라는 지명의 유래는 매우 아름답고 유서가 깊다. 신라 경순왕 때 지금의 경주시 강동면 부조동에 위치한 형산사 절에서 동해바다를 내려다보니 이 지역의 바다와 인접한 고운 모래밭이 하얗게 눈으로 덮여 있는 것처럼 보여 눈 설자를 써서 설머리로 불려지게 됐다고 한다. 이제는 인근에 포항시립미술관과 환호해맞이공
야당의 분열은 안철수의 탈당으로 본격화 되었다. 안철수는 합당하여 새정련 공동대표까지 맡다가 또 다시 `철수`하여 신당을 창당하였다.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외형적으로는 의원 18명까지 확보한 번듯한 제 3당이다. 원내 교섭단체 구성에서는 2명 모자라지만 신당 창당치고는 드문 현상이다. 국민의당은 안철수를 선두로 친노 패권주의를 반대하는 호남 의원들로 구성되어 지역적 한계를 극복치 못하고 있다. 당의 상징인 연녹색은 현란한 유니폼으로 시민들의 시선을 자극하지만 당의 장래는 결코 밝지 않다. 창당 초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을 압도하였지만 최근 그 인기는 여지없이 추락하고 있다. 안철수는 탈당 시 기자회견에서 정권 교체를 위한 수권 정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혔지만 여러 전문가들의 분석은 대체로 비관적이다. 결국
모택동은 신(神)이 되고 싶었다. 집권 당시 붉은 표지를 입힌 그의 어록은 `성경`이었다. 인민들은 그의 어록을 깡그리 외웠고, 마치 신라 사람들이 작은 불상을 품에 품고 다녔던 것처럼 그의 책을 항상 손에 들고 다녔다. 지금 시진핑 주석이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최근 그는 3대 공영언론사(인민일보·신화통신·중앙TV)를 시찰하며 `군기`를 잡았다. `모택동 따라배우기`다. 모(毛)는 대장정 당시 “적과 싸워 이기려면 두 가지 군대가 필요하다. 하나는 총을 든 군대요, 하나는 필봉을 든 문화군대”라며, “당의 영도에 따라 인민을 단결시키며, 여론전(선동 선전)을 수행하는 전위 역할이 언론의 사명”이라 했다. 시(習)주석도 “모든 매체는 당의 의지를 체현하고 당 중앙의 권위를 수호해야 한다”고 훈시했
국가공무원법에는 6가지 공무원의 의무(성실의무, 복종의무, 친절공정의무, 비밀엄수의무, 청렴의무, 품위유지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모든 의무가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항목이 청렴의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청렴의 자세가 기본이 되어야 나머지 의무들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 하나인 고려시대 명장 최영 장군은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라는 명언을 남겼다. 물질적인 것에 욕심을 두게 되면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흐려지게 되고 백성을 핍박하게 된다는 아버지의 유언을 받들어 평생 황금보기를 돌같이 하며 청렴함을 갖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비록 부정한 방식으로 재산을 축적했다는 누명을 쓰며 죽었지만 죽는 순간까지도 그러한 사실을 부정하며 만약 부
봄을 시샘하는 무리들이 저만치 물러났다 싶더니 또다시 기승을 부린다. 그래도 통도사 자장매는 시기를 놓치지 않는다. 선암사의 선암매나 백양사의 고불매보다 가장 서둘러 눈을 뜬다. 고혹적인 자장매 향기를 품고 서운암을 오른다. 투두둑투두둑 실밥이 터지듯 내 가슴에서 홍매화가 쉼 없이 꽃을 피운다. 서운암은 봄이 완연해질 때 와야 좋다. 매화밭에서 한바탕 꽃축제를 열고나면 더 낮은 자리에서 봄꽃들이 지천으로 핀다고 했다. 봄의 문턱에서 여전히 바람은 차건만 영축산은 봄꿈을 안고 나를 맞는다. 꽃등처럼 환하게 서운암을 밝히는 수많은 장독대들, 어둡고 답답한 장독 안에서 발효되어가는 먹거리들을 생각하면 저절로 숙연해진다. 매화꽃 아래에서 익어갈 서운암 된장을 상상하며 나를 돌아본다. 더러더러 매화가 하
독 안에서 시큼한 냄새가 난다. 뚜껑을 여니 검은 봉지 틈으로 새순들이 핼쑥하게 목을 빼고 있다. 당근, 감자를 사서 잠시 넣어둔다는 게 한 달이 지났다. 저들이 싹까지 틔우며 얼마나 구시렁거렸을까. 싱크대 바닥에 쏟으니 곪은 상처에 상한 물이 배었다. 그 와중에 감자 세 알은 탄탄히 버티고 있다. 이들은 내 기억 밖에 있었다. 생명이 있는 것들을 무심하게 독에 가두어 저들의 꿈을 저버렸다. 싹 한 잎 틔우는 농부의 정성보다 화폐의 가치만 느끼던 무지가 부끄럽다. 상한 뿌리가 살아서 내 물컹한 건망을 깨운다. 한 친구를 참 좋아했다. 그녀는 음악을 즐기고 사색적이라서 이야기가 잘 통했다. 여행도 같이 다니고 좋은 생각이 나면 편지도 자주 보냈다. 그녀는 이루지 못할 지독한 사랑을 하고 있었다. 아내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