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재현<br /><br />편집부국장
▲ 임재현 편집부국장

20대 총선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포항에서도 당내 공천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이는 선거 때마다 문전성시를 이루는 포항시청 8층 브리핑룸에서도 드러난다. 특히 여당 예비후보들의 경우 당내 선거 전 초반에 앞다퉈 배포하던 정책공약 자료들이 막바지에 들면서는 고발장을 첨부해놓은 비슷한 두께의 폭로 기자회견문으로 바뀌고 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당수는 사안의 절박성과 수사를 통한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고 보이는 경우도 많은 반면 마치 난타전을 유도하는 듯한 동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본 선거에 들어가기 전 당내 예비후보 간 고소ㆍ고발로 상징되는 과열 양상은 특히 경북권에서 두드러져 보인다. 이유는 뿌리 깊은 일당 독주 체제 때문이다. 승자 독식도 이런 승자 독식은 없다. 중앙당에서조차 경선의 룰도, 당론도 정하지 못하고 계파 싸움에 여념이 없는 상황에서 지역의 후보들에게 당내 선거전의 하루하루는 정글과 같은 딜레마이다. 당내 기여도는 `커녕` 평소 지역구를 다지며 지역의 발전에 기여해온 성과가 공천심사위원들이 손에 쥐어든 평가표에 빈칸이나 채울 수 있을지 조차 회의적인 상황이다. 낮과 밤의 세계가 다른 `돌아온 탕아`이건, 화려한 관운의 출세주의자이건 따지지도 않고, 하여간 낙점만 받아 선거판에 뛰어들었다고 하면 판세가 뒤집어진다. 이러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천증만 손에 들면 이후 선거는 없는 거나 다름 없다.

후진 정치를 `섰다판`으로 비아냥거리는 데는 도박과 유사한 속성을 강조하는 의도도 있지만 판이 깨지면 자성은커녕, 언제 그랬냐는 듯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선거의 세태도 담겨 있다. 이러한 경북의 정치 풍토에서 여당과 야당을 번갈아 유리하게 활용하는 지역발전 전략은 늘 딴 동네의 그림 속 떡이 될 수밖에 없다. 지역에서 입을 모아 수도권의 중앙 집중을 성토하지만 기실 지역민은 소탐대실의 쳇바퀴를 돌고 있을 뿐이다. 차라리 서울대 학생회관에 내걸린 시구를 패러디 해서 `누가 지역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 들어 충청을 바라보라`고 자조하고 싶은 심정이다. 충청은 대권 구도와 정당 간 경쟁을 활용한 덕에 이제 수도권에 편입된 각종 혜택을 누리고 있다.

지금 지방에서 국회의원 선거는 더 이상 총선이 아니다. 그냥 또 하나의 지방선거일 뿐이다. 이런 경우 지방이란 단어는 중앙에서 마치 저 아래를 내려보듯 내뱉는 변방과 촌스러움, 협소함을 상징한다. 돈 안 드는 선거를 위해 너도나도 권유하던 SNS는 이미 마타도어의 시장판이 된지 이미 오래다. 가점을 줘가며 정치신인으로 우대한다고 했더니 선거 초반부터 황색언론을 줄줄이 동원해 네거티브 전략부터 구사하는 품이 구태 정치인은 저리 가라다.

이런 회의론에 대해 진보진영은 정치허무주의라고 지적할 것이다. 국민이 관심을 버리는 동안 집권여당은 국가를 마음대로 주무를 것이라고. 5공이 `3S`(스포츠, 스크린, 섹스)로 그랬다면서. 하지만 언론에 대해 `국회 내의 다툼만 너무 부각시켜 정치 허무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만 보더라도 일련의 정치허무론은 문제가 있다. 테러방지법을 비롯해 여야가 대부분의 안건에 대해 진영논리의 참호 속에서 맞선 상황에서 `본질`에 천착해 보도해봤자 소용 없는 일이다. 지금의 상황은 진보 진영에게도 책임이 많다. 제도 정치권을 견제할 세력인 시민사회계도 마찬가지다. 빙하기나 다름 없는 침체기에서 총선연대를 할 수도 없을 뿐이거니와 설사 낙선운동을 해봤자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아 국민의 외면만 받을 것이다. 이 점에서 참여연대 출신 송호창 국회의원의 출마 포기 선언을 단순한 당내 불만의 표출이라고 굳이 평가절하하고 싶지만은 않다.

결국 지역에서는 여전히 지방선거 수준인 지금의 총선을 정치 개혁하려면 제3의 정치세력화라는 신조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 다시는 안 볼 것처럼 싸워대다가 선거가 끝나면 또다시 `저 사람 어느 캠프에 있었더라`면서 곱씹어봐야 하는, 이 지긋지긋한 선거를 이어가야 한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