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순례
오천읍 `삼육식당`
`오늘 뭐 먹지?`라는 고민을 해결하는데 국수만한 메뉴가 없다. 요즘은 재료 구입이나 조리법이 비교적 쉽고 간편해 누구나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지만 조선시대에만 해도 특별한 날에나 먹을 수 있었던 귀한 음식이었다. 시간이 흘러 차츰 밀가루 보급이 보편화되면서 국수는 가벼운 주머니로 배부르게 식사할 수 있는 대표적인 메뉴가 됐다.
남구 오천읍 문덕리의 `삼육식당`은 닭볶음탕, 삼계탕 등 닭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지만 그 중에서도 별미는 바로 `닭냉국수`다. 삶은 국수에 닭 가슴살 등 고명을 얹고 살얼음 육수를 부어 시원하게 먹는 것으로 뜨거운 여름 날 입맛 돋우는 대표적인 보양식으로 꼽힌다.
먼저 삼육식당의 닭냉국수를 맛보기 위해서는 대기시간을 단단히 각오하고 찾아가야 한다. 특히 식사 시간대에는 번호표를 나눠줄 정도로 손님들이 북새통을 이뤄 발 디딜 틈조차 없다. 세계에서 1인당 면(麵) 소비가 가장 많은 나라이자 전국에서도 가장 높은 면 소비율을 자랑하는 지역이 경상도라는 통계조사 결과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순간이다.
이처럼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가장 큰 비결 중의 하나는 바로 가격이다. 한 그릇에 5천원으로 저렴한데다 양까지 푸짐해 직장인들의 얇은 지갑 사정을 위로할 뿐만 아니라 국수로 배고픔을 달래던 시절을 겪은 이들에겐 추억까지 선물한다.
이 집 닭냉국수의 특징은 차가운 얼음 육수 부은 면발 위에 닭고기와 오이, 배, 무절임, 달걀 등 각종 고명을 얹은 다음 고춧가루를 뿌려 마무리했다. 푸짐한 양에 한 번, 더위에 지친 입맛을 되살리는 감칠맛에 또 한 번 놀란다. 맛을 결정짓는 재료는 닭고기와 면이 전부다. 냉면이나 메밀 면과는 달리 깔끔한 국수 면발은 쫄깃한 닭고기와는 물론 구수한 육수와도 조화를 이룬다. 영양가로 치면 삼계탕에 버금가면서도 냉면만큼이나 시원해 여름철 가벼운 한 끼 식사로 손색없는 이유다.
특히 꽁꽁 언 육수를 슬러시처럼 서걱서걱 곱게 갈아 얹어 면발과 닭고기의 탱탱함과 쫄깃함이 더욱 생동감 넘친다. 새콤달콤하면서도 구수하고 담백한 맛에 아이부터 어른까지 고루 인기가 좋다.
반찬은 무절임과 고추가 전부이지만 닭냉국수와 이만큼 잘 어울리는 사이드메뉴도 찾기 힘들다. 식사 후 계산대에 마련된 땅콩캐러멜은 마지막으로 입안 가득 진한 달콤함을 전하며 향수(鄕愁) 어린 날을 달랜다.
지난 주말 중학생 아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러 온 주부 정모(40·남구 오천읍 문덕리)씨는 “날씨가 더워져 도통 입맛 없어 하던 아이도 시원한 육수를 꼴깍꼴깍 들이키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며 “요즘처럼 물가가 비쌀 때 5천원으로 한 끼 든든하게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있어 반갑다”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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