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순례
학산동 `학산식당`

▲ 얼큰한 닭개장과 푸짐한 국수가 어우려져 구수한 맛을 자랑하는 닭개장국수.
▲ 얼큰한 닭개장과 푸짐한 국수가 어우려져 구수한 맛을 자랑하는 닭개장국수.

`학산식당`의 간판을 보는 순간 `진정한 맛집을 제대로 찾아 왔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맛집 분위기 풀풀 풍기는 허름한 간판이 `닭개장국수`에 담긴 깊은 손맛을 느끼게 해준다.

간판만큼이나 식당 내부도 단출하다. 20년 넘은 내공을 자랑하듯 몇 되지 않는 테이블과 덩그러니 벽에 붙어 있는 메뉴판 외엔 특별히 눈에 띠는 것이 없다.

이 집의 대표메뉴인 닭개장국수는 단골만이 맛볼 수 있는 음식으로 통한다. 메뉴판에 나와있지 않아 소문을 듣고 찾아가지 않는 한 맛보기 힘들다.

닭개장국수는 입맛에 따라 따뜻하거나 혹은 차갑게 주문해 먹을 수 있다. 요즘처럼 바람이 쌀쌀할 땐 따뜻한 닭개장국수의 인기가 많다. 국물이 아슬아슬하게 넘실거리는 닭개장국수 한 그릇이 떡하니 놓이면 푸짐한 양에 깜짝 놀라고 만다. 먹어도 줄지 않을 것만 같다. 북북 찢은 닭고기 고명도 가운데 수북이 얹었다. 군침 돋는 모양새와 넉넉한 양에 4천500원이라는 가격도 믿기지 않는다.

▲ 포항세관 근처에 있는 학산식당. 유명세를 대변하듯 간판이 허름하며 낡아있다.
▲ 포항세관 근처에 있는 학산식당. 유명세를 대변하듯 간판이 허름하며 낡아있다.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 국수와 건더기를 한데 집어 후루룩 삼키면 몇 번 씹지도 않았는데 금세 입안에서 사라지고 만다. 생선초밥보다 더 부드럽게 살살 녹는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국물까지 한 모금 들이키고 나면 꽁꽁 얼었던 마음까지 눈 녹듯 녹아버린다. 특히 이 집 닭개장국수는 구수하면서 얼큰한 맛이 특징이다. 칼칼하고 매운 맛이 아니라 오히려 정성 담아 우려낸 사골처럼 깊은 맛이 배어 있다.

가짓수가 많지 않은 반찬 역시 손맛이 느껴진다. 빨갛게 양념한 배추김치를 먹기 좋게 살짝 찢어 국수와 건더기에 얹어 한 입에 쏘옥 넣으면 아삭한 김치와 쫄깃한 국수가 어우러져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주방에서 홀로 음식 준비 중인 주인 김정선(62)씨는 바쁜 와중에도 낯익은 손님이 들어오면 눈을 맞추고 환하게 웃는다.

남편과 함께 이곳을 찾은 서명희(49)씨는 “매번 친정엄마처럼 따뜻하게 맞아주고 음식까지 푸짐하게 차려줘 자주 찾게 된다”며 “이 집 닭수육도 별미다. 특히 등산갈 때 닭수육을 포장해 갖고 가 산 정상에서 막걸리와 함께 먹는 그 맛은 기가 막힌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문의 054-252-2548, 매일 오전9시~저녁10시)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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