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순례
해도동 `부산재첩국`

▲ 포항시 남구 해도동의 부산재첩국 전문식당. 입에 착착 감기는 비빔밥과 감칠맛 나는 재첩국을 함께 맛볼 수 있다.

“술 한 잔 걸쭉하게 마신 다음날이면, 요 시원한 국물 맛이 절로 생각나지요”

애주가들의 똑같은 사연 때문인지, 식당 안에는 유독 남자 손님들이 많다. 점심시간이면 열 개 남짓 테이블은 금세 꽉 차고 만다. 이 시간대엔 혼자 식사하러 오는 게 미안할 정도다. 장터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곳은 바로 남구 해도동의 `부산재첩국`이다.

이 집은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모두 아는`식당으로 통한다. 그만큼 단골이 많다. 삼삼오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들은 익숙한 듯 신발을 냉큼 벗어 던지고 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재첩국`부터 주문한다.

곧이어 콩나물, 시금치 등 각종 나물무침과 함께 고등어조림, 가자미조림, 열무물김치 등 형형색색 반찬들이 속속들이 나열된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주인공인 재첩국이 등장한다. 부추 송송 썰어 동동 띄운 우윳빛 국물을 한 숟갈 `호로록` 떠먹으면, 입에 착 감기는 맛에 푹 빠지게 된다. 숟가락으로 바닥을 휙휙 저어보면 살이 통통하게 오른 재첩이 두둑이 건져진다.

눈길을 끄는 것은 국그릇보다 밥이 담겨 나온 그릇이 더 크다는 점. 밥 양이 많다. 7천원 정식에 밥을 이만큼이나 주다니. 이곳에 손님이 많은 이유를 푸짐한 밥이 대변한다. 주인의 넉넉한 인심이 따뜻하게 전해져 밥맛 또한 배가 된다.
 

▲ 쫄깃한 재첩이 푸짐하게 들어간 재첩국.
▲ 쫄깃한 재첩이 푸짐하게 들어간 재첩국.

밥은 쌓여 있고 반찬은 널렸는데 뭐부터 먹어야 하나 싶어 뜸들이고 있으니 옆 테이블에서 “처음 왔나보네. 이렇게 먹는 거라우!”라며 밥이 담긴 큰 그릇에 나물을 골고루 넣고 고추장에 참기름까지 얹어 싹싹 비빈다. 아예 입 크게 벌려 한 술 떠먹는 모습까지 시범을 보인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 솔솔 풍기는 비빔밥이 입속으로 꿀떡 넘어갈 땐 그 맛에 푹 빠져 주인공이 누구였는지 잠시 잊게 될 정도. 재첩을 몇 술 크게 떠 밥에 넣어 비벼 먹으면 아삭한 비빔밥에 쫄깃한 식감이 더해진다.

이 집 단골인 강문열(62)씨는 “뜨끈한 국물 한 술 떠먹으면 피로와 스트레스가 한방에 풀린다”며 “요즘같이 찬바람 쌀쌀하게 불 때는 재첩국 한 그릇 먹고 나면 금세 몸이 녹는다”고 말했다.

(문의 054-283-9496, 오전 11시~밤 9시, 오후 4시~5시30분까지 브레이크타임, 첫·셋째 일요일 휴무)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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