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순례
양덕동 `불미골오리`

▲ 북구 양덕동의 불미골오리. 양덕정수장 방향으로 길을 따라 들어가면 한옥구조의 식당이 보인다.

놀람의 연속이다. 화려한 네온사인 건물과 장엄한 고층 아파트로 메워진 포항시 북구 양덕동. 양덕정수장 방향으로 굽이굽이 난 길을 따라가다 보면 한층 낮아진 공기가 콧속으로 스며드는 순간 고급스런 한옥과 마주하게 된다. 주변에서 오리 우는 소리까지 들린다면 제대로 찾아온 것이 맞다. 오리고기 맛집인 불미골오리 식당이다.

이곳은 오리참숯구이와 오리불고기가 유명한 집이지만 단골들이 말하는 `진짜 맛있는 요리`는 따로 있다. 먹어본 사람들만이 그 진가를 알고 주문한다는 가마솥더덕비빔밥이다. 오리고기 집에서 먹는 가마솥더덕비빔밥이라니, 반전의 묘미란 바로 이런 것이다.

주문과 동시에 단장을 시작한 가마솥더덕비빔밥은 맛보는 데까지 약 20분간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화장에서부터 머리, 옷 스타일까지 웬만한 여성들의 외출준비와 맞먹는 시간이다.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여성들의 마음만큼이나 가마솥더덕비빔밥은 최상의 맛을 준비한다.

가마솥에 지은 밥은 비벼 먹기 좋도록 큰 대접에 담겨 나온다. 청송 약수로 지은 밥이라 윤기부터 예사롭지 않다. 참기름 향조차 찾아볼 수 없이 그릇 가득 오직 나물의 온전한 향으로만 채웠다. 더덕과 콩나물, 당근 등 각종 나물은 잘게 썰어 먹기 좋게 만들었다. 덕분에 비빌 때도 잘 비벼지고 숟가락으로 한 입에 떠먹기에도 편하다.

 

▲ 1인분에 1만원인 가마솥더덕비빔밥. 고기 식사 후 주문시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맛볼 수 있으며 각 재료의 맛에 충실해 정갈한 것이 특징이다.
▲ 1인분에 1만원인 가마솥더덕비빔밥. 고기 식사 후 주문시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맛볼 수 있으며 각 재료의 맛에 충실해 정갈한 것이 특징이다.

식당 주변에 놓인 장독대로 맛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는 고추장은 맵거나 짜지 않아 밥에 비벼 먹으면 자극적이지 않고 오히려 담백하다. 여기에 두부 넣어 끓인 된장찌개 몇 술까지 떠 넣어 함께 비벼 먹으면 더덕비빔밥 완성이다.

각종 반찬들 역시 구색을 맞춰 비빔밥의 풍미를 더한다. 고사리와 시금치, 취나물무침부터 버섯전, 도라지북어무침, 각종 장아찌에 살얼음 띄운 물김치까지. 자연을 머금은 맛에 빠져들수록 빈 접시만 켜켜이 쌓여 간다. 이 중 단연 으뜸인 더덕양념무침은 깊고 그득한 더덕 향이 일품이다. 이 기막힌 한상차림의 피날레는 가마솥의 못다 한 열정으로 우려 낸 맑은 숭늉의 몫이다.

직장인 백승태(36·북구 장성동)씨는 “상쾌한 공기 속에서 특유의 맛과 향으로 입맛 살리는 가마솥더덕비빔밥까지 맛보니 이곳이야말로 몸과 마음까지 달래는 힐링 플레이스다”라며 웃었다.(문의 054-253-5252, 오전 11시30분~저녁 9시까지, 연중무휴)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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