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순례
효자동 `우수리`

▲ 아늑한 동네 맛집 분위기를 풍기는 남구 효자동 우수리.

“주문해, 재료만 있으면 다 만들어줄게”

일본에서 인기몰이를 한 만화 원작의 드라마 `심야식당`의 대사 일부다. 영업시간은 자정부터 오전 7시까지. 정해진 메뉴는 단 4가지 뿐이지만 있는 재료와 손님이 원하는 재료로 각종 요리를 선보인다. 비엔나소시지, 계란말이 등 소소한 요리로 사람사는 이야기와 함께 감동을 전하는 스토리다.

국경과 장소와 시간은 다르지만 포항에도 `심야식당`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 있다.

저녁 6시, 남구 효자동 `우수리`의 문이 열린다. 골목 안쪽에 있는데다가 식당 간판과 내부가 화려하지 않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에 발길이 자연스럽게 향해진다.

이 집은 본래 다양한 사케와 저렴한 아사히 생맥주를 판매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주류와 곁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들이 입소문을 통해 알려지면서 조명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메뉴는 바로 수제감자고로케다.

큰 쟁반에 여자 주먹크기만한 감자고로케 5개가 샐러드와 함께 담겨져 나온다. 감자의 둥근 모양 그대로 튀겨낸 고로케의 속을 갈라보면 으깬 감자가 가득 들어있다. 그야말로 속이 꽉 찼다. 텃밭에서 직접 가꾼 생감자를 찌고 으깬 뒤 베이컨을 잘게 썰어 함께 버무린 다음 튀김옷을 입혀 조리했다. 바삭한 튀김옷 위에 얹은 소스와 달콤하고 담백한 감자의 맛이 잘 어우러진다.

 

▲ 으깬 감자와 잘게 썬 베이컨을 넣어 만든 수제감자고로케. 샐러드와 함께 곁들어 먹으면 감자의 담백한 맛이 더해진다.
▲ 으깬 감자와 잘게 썬 베이컨을 넣어 만든 수제감자고로케. 샐러드와 함께 곁들어 먹으면 감자의 담백한 맛이 더해진다.

소고기 타타키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인기메뉴. 기다란 쟁반에 야채를 올리고 그 위에 살짝 익힌 소고기를 얹은 뒤 다시 야채와 함께 겨자 드레싱을 곁들었다. 타타키는 겉만 살짝 익힌 음식을 말하는데 생고기에 가까운 소고기는 풍부한 육즙을 뽐내며 아삭한 야채와의 하모니를 자랑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새우, 홍합 등 각종 해산물을 넣어 비주얼부터 남다른 얼큰해물짬뽕 역시 빠질 수 없는 메뉴다. 가장 큰 특징은 국물이 텁텁하지 않고 오히려 맑은 해물탕처럼 깔끔한 맛을 낸다는 점이다. 국물의 끝 맛이 구수하면서도 매콤해 자꾸만 손길이 간다.

직장인 이미소(31·여)씨는 “점심식사 땐 우수리의 요리를 맛볼 수 없어 아쉽지만 저녁에만 문을 열기 때문에 더욱 특별한 공간으로서의 매력을 갖고 있다”며 “수제감자고로케 뿐만 아니라 모든 요리에 하나하나 정성이 담겨 있어 다양한 메뉴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의 054-277-0837, 월~일요일 저녁 6시~오전1시30분까지, 첫째·셋째 일요일 휴무)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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