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교사의 인성과 밥상

오늘 아침 밥상, 아니면 가장 기억에 남는 밥상을 스케치 해보자.

그리고 음식과 그 재료들의 이름을 적어보자. 다음으로 음식들의 특징, 효능 등 다른 사람에게 안내할 글을 써보자.

실제로 이런 과제를 받는다면 어떨까.

아마도 많이 당황스러울 것이다.

생각 나누기가 소통 핵심
생각의 퇴화로 관계 단절
SNS에 마음까지 빼앗겨
보고 생각하고 느껴야

1. 프롤로그
2. 첫번째 밥상 : 인성 교육 곱씹기
3. 두번째 밥상 : 담백한 인성 교육
4. 세번째 밥상 : 의미 교육
5. 네번째 밥상 : 메아리 교육
6. 다섯번째 밥상 : YHY 교실
7. 여섯번째 밥상 : 과수원 길을 따라서
8. 일곱번째 밥상 : 자연 옮기기-생태도감
9. 여덟번째 밥상 : 자연의 밥상-노작교육
10. 아홉번째 밥상 : 공동체 밥상 -마을학교
11. 열번째 밥상 : 맛있는 인성 밥상 완성

이 당황스러움의 이유는 바로 습관이다.

우리는 당연함의 마법에 빠져 일상적인 일들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사용하지 않는 기능은 철저히 퇴화되듯 우리의 생각도 퇴화되고 있다. 생각의 퇴화는 감정의 퇴화를, 감정의 퇴화는 사람을 병들게 하고, 나아가 인간관계를 단절시킨다.

그 단절의 부작용은 최근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분노조절장애 등으로 나타난다.

우리가 사용 기능을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린 것 중 대표적인 것이 대화다. 대화에 대한 기억은 이미 화석이 된지 오래다.

오죽했으면 대화의 기술이라는 책까지 나왔을까.

누군가 반문 할 수 있다, “오늘 나는 많은 사람과 대화를 했는데 무슨 소리를 하느냐?”라고.

그런데 소리만 주고받는 것이 대화가 아니다. 대화, 즉 의사소통의 핵심은 생각 나누기다.

우리는 생각이 죽은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니 대화가 있을 리 만무하다. 대화는 시대에 따라 변한다.

Social Network Service의 약자인 SNS가 대표적인 예이다.

요즘은 연령층 상관없이 모두 SNS에 중독되어 있다.

SNS에 중독되었다는 것은 대화에 중독되었다는 것인데, 이 중독만은 그다지 달갑지 않다.

요즘 사람들은 사이버 공간, 즉 SNS에서는 참 말들을 잘 하지만 직접 만나서 얼굴을 보고 이야기 하라면 어색해 한다.

혹 SNS가 “신체가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이에 대처해 주는 기능”을 나타내는 교감신경계의 약자라는 것을 알고 있는지.

우리를 위급 상황에서 구해준다는 SNS가 오히려 우리를 더 위급한 상황에 빠뜨리는 이런 아이러니가 어디 있을까.

SNS를 키보드에서 한글로 치면 `눈`이 된다. 우리는 SNS에 우리의 눈을 빼앗겨 버렸다.

눈만 빼앗기면 다행인데 우리는 우리의 마음까지 빼앗겨버렸다.

눈이 없으니 주변의 어려움을 볼 수가 없다. 또 마음이 없으니 느낄 수도 없다.

그러니 이 사회는 물론 사람들이 흉악 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 사회가 더 포악해지기 전에 우리 눈을 가리고 있는 SNS에서 탈출해야 한다.

그리고 봐야 한다. 보게 되면 생각하게 되고, 생각하면 느끼게 된다.

느낌은 분명 화석이 되어버린 우리를, 우리의 대화를, 우리의 인간관계를 복원시켜 줄 것이다.

학생들에게 자연을 보여주자.
 
과연 우리가 불러줄 수 있는 자연의 이름은 몇 가지나 될까.

우리가 자연의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 자연도 우리의 잃어버린 이름을 불러 줄 것이다. 그것이 곧 인성이다.

영어 단어, 수학 공식도 중요하지만, 이 겨울을 이겨내고 있는 야생초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그 푸른 생명력을 기록해보자. 그럼 우리도 자연의 푸른 생명력을 얻을 것이다.

/이주형 영천 산자연중학교 교사

    이주형 영천 산자연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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