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교사의 인성과밥상

우리는 다른 사람이 차려주는 밥상에 너무 익숙하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 밥상이 차려지기까지의 과정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
단지 눈앞에 놓인 결과물을 보고 “맛있다, 맛없다”로만 평가할 뿐이다.
그래도 평가를 하는 사람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왜냐하면 평가를 한다는 것은 뭔가를 생각한다는 것이니까.
많은 사람들은 별 생각 없이 당연하다는 듯이 밥상을 받는다. 그런 사람들에게 생각이 있을 리 만무하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받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사회가 돼버렸다. 누군가 주어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살아간다.

1. 프롤로그
2. 첫번째 밥상 : 인성 교육 곱씹기
3. 두번째 밥상 : 담백한 인성 교육
4. 세번째 밥상 : 의미 교육
5. 네번째 밥상 : 메아리 교육
6. 다섯번째 밥상 : YHY 교실
7. 여섯번째 밥상 : 과수원 길을 따라서
8. 일곱번째 밥상 : 자연 옮기기-생태도감
9. 여덟번째 밥상 : 자연의 밥상-노작교육
10. 아홉번째 밥상 : 공동체 밥상 -마을학교
11. 열번째 밥상 : 맛있는 인성 밥상 완성

받는 것 당연시하는 사회
주어야 받는다는 사실 망각
학생들 재능·꿈·끼로
스스로 수업밥상 준비를


그래서 가면 갈수록 사회가 삭막해지는지도 모른다. 이런 삭막함은 밥상보다 학교에서 더 심각하다.

언제부턴가 학교에서는 선생님, 제자라는 말 대신 교육 수요자와 공급자라는 낯설고도 무서운 말이 통용되고 있다. 수요자 중심 교육, 교육 수요자 만족도 제고 등 말(言)은 정신을 지배한다고 했다.

학생들은 더 이상 제자가 아니라 교육 수요자가 돼 버렸다.

그래서 요즘 학생들은 가르침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교육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받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당연함에 사로 잡혀 그것을 주는 사람에 대한 생각을 잊는다. 그 잊음이 습관화 된 것이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다.

누군가를 위해 밥상을 준비해본 사람은 안다. 아무리 초라한 밥상이라도 그 안에는 정말 많은 생각들이 녹아 있다는 것을. 그 생각들이 바로 정성이고 사랑이다. 그 정성과 사랑을 아는 것이 감사다.

YHY 교실은 학생들이 또래 학생들을 위해 수업 밥상을 준비하는 것이다. 즉, 자신이 가진 재능을 또래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나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는 모두 잘 알 것이다.

나를 넘을 수 있을 때 바로 나눔이 가능하다.

YHY 교실은 Youth Helping Youth의 약자로 `청소년이 청소년을 돕는 교실`이다. YHY 교실은 받는 것에 익숙한 학생들이 스스로 누군가를 위해 밥상을 차리는 것이다.

그 밥상의 재료는 자신의 재능과 꿈과 끼와 용기다. 비록 조금 부족할 수도, 또 엉성할 수도 있지만, 또래 학생들을 위해 자신의 것을 나눈다는 것 자체가 바로 진정한 인성 밥상이다.

정성껏 준비한 밥상에는 사랑과 배려와 감사가 녹아 있다.

사람의 영혼을 살찌우는 밥상이란 산해진미로 가득한 밥상이 아니라, 비록 초라하더라도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며 준비한 밥상이다.

이제부터라도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공장에서 찍어낸 것과 같은 밥상이나 수업을 일방적으로 학생들에게 제공하지 말자.

더 이상 학생들이 받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가 주지 않고는 절대 받을 수도 없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

받기보다는 먼저 주는 것의 즐거움을 알게 하자.

YHY 교실이야말로 진정한 인성 밥상이다. 지금부터라도 학생들이 더 많은 YHY 교실을 개설하도록 용기를 주자.

사랑을 해 본 사람만이 사랑을 알 듯, 나눠 본 사람만이 나눌 수 있다.

/이주형 영천 산자연중학교 교사

    이주형 영천 산자연중학교 교사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