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시민결의대회 3만명 구름인파
특별법 제정하고 신속 보상하라
범대위공동위원장 4명 거듭 촉구
지역 정치권 여야 없이 단합 과시
이강덕 시장 삭발에 분위기 절정
국민청원 20만명 달성 노력 다짐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열망이 3만여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단합으로 열기를 뿜었다. ‘포항 11.15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 주최로 열린 ‘범시민 결의대회’가 2일 오후 포항시 북구 육거리 중앙상가 일원에서 대중 가수의 공연 등 식전 문화행사를 시작으로 열기가 달아올랐다.

▶관련기사·화보 3·4·5면

포항 지진 특별법 제정 촉구 및 시민화합을 위한 이날 결의대회에는 포항시 창설 이래 최대 인파가 집결하면서 지진배상과 특별법에 대한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대변했다.

흥해읍 주민 김모(47)씨는 “평일 낮 시간대에 일반인들이 직장에서 근무할 시간대임에도 3만여명의 인파가 몰려 놀랐다”면서 “시민들의 지진특별법 제정에 대한 여망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라고 해석했다.

실개천 상가를 따라 북포항우체국을 지날 정도로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입추의 여지없이 들어찬 가운데 진행된 행사는 시민 호소문 및 대정부 촉구 결의문 낭독, 시민구호 제창, 국민청원 참여 퍼포먼스, 소원풍선 날리기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행사의 목적을 잘 드러낸 구호제창 순서에서는 포항시민을 대표해 4명의 범대위 공동위원장이 나서 포항시민들의 요구를 조목조목 밝혔다.

맨 먼저 등장한 이대공 애린복지재단 이사장은 “특별법 제정을 위해서 여야 간 동참하라”고 목이 쉴 정도로 목소리를 높여 박수를 받았다. 허상호 포항지역발전협의회장은 이어 “지진피해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김재동 포항상의 회장도 “무너진 지역경제 살려내라”고 목청을 돋웠다. 공원식 수석공동위원장은 “국가는 지진피해 보상을 하라”고 말해 참석한 시민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범대위는 이날 행사를 통해 소송보다는 ‘특별법’ 제정 촉구에 집중하겠다는 방향을 시사했다.

김정재 의원(포항 북)이 전날 대표 발의해 얼개를 드러낸 자유한국당의 지진특별법안에 대해 시민들은 삼삼오오 얘기를 나누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범대위 관계자는 “특별법 제정에 있어 시민들의 요구 사항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국회 및 정부에 의견을 전달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강덕 포항시장과 서재원 포항시의회 의장이 단상에 올라 지진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삭발식을 갖자 분위기가 절정에 달했다. 이 시장 등이 눈을 감은 채 머리를 밀자 일부 참가 시민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지진 특별법 제정”을 외치기도 했다. 이강덕 시장은 삭발식 이후 “시민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최일선 시장으로서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깊이 고려하지 못한 것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시민들에게 유감을 표명한 뒤, 여야정당 관계자들을 향해 “우리 시민들에게 신속한 배상과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특별법이 하루빨리 가능한 한 연내에 완전히 집행될 수 있도록 속도를 높여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허대만·오중기 지역위원장, 자유한국당 박명재·김정재 국회의원, 장경식 경북도의회 의장 등 지역정가의 핵심인사들이 나란히 단상에 올라 여야를 떠나 하나가 된 모습을 보여 시민들에게 안도감을 주기도 했다.

특히 국민청원 20만명 달성을 위한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민주당 오중기 포항북지역위원장은 “오늘 문재인 정부에서는 당정청 협의를 통해서 특별법 제정 및 정부 차원의 포항지진에 대해서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발표했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끊임없이 포항지진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시민들을 위해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보상과 향후 미래에 대한 설계도 중요하지만 진상조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특별법 제정과 함께 책임소재 규명에 무게를 실었다.

결의대회 참가 시민들은 국민청원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현 정부의 의중과 방향성을 바로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인 만큼, 20만명 달성을 위해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중앙상가 일원에 설치된 국민청원 안내부스 4곳에서는 참가자들이 북적거렸고, 시민들의 소원을 담는 ‘소원지 보드판’ 등에도 의견을 써 붙이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범시민대책위원회 공원식 공동위원장은 “앞으로 국민들과 정부, 국회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범대위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해 나가겠다”며 “시민들이 원하는 모든 내용이 특별법에 들어가도록 노력할 것이며, 만족스럽지 않고 소송해야 하면 최고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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