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향한 성토 한목소리
“정든 이웃들이 떠나가요”
어린 학생 호소문에 ‘울컥’
이강덕 시장·서재원 시의회의장
예정 없던 삭발에 분위기 격앙돼
10만 돌파 국민청원 결과 ‘주목’

포항시민들이 포항지진과 관련해 그동안 정부에게 쌓였던 분노를 표출했다.

이날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범시민결의대회가 열린 포항시 북구 육거리 일원은 경찰추산 3만여명의 인파가 몰려 한목소리를 냈다. 집회를 주최한 ‘포항 11·15 지진 범시민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당초 예상한 2만명을 훨씬 웃도는 시민들이 운집했다.

포항청년회의소, 포항향토청년회, 포항지역발전협의회 등 대책위 소속 단체 회원들이 지난 주말 동안 참여를 독려하는 홍보활동을 펼쳤고, 주요 교차로마다 설치된 관련 현수막도 시민들의 참여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됐다. 집회가 시작되는 오후 2시가 되자 육거리부터 북포항우체국까지 이어진 포항중앙상가 실개천거리 700여m는 집회 참가자들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흥해중학교 남이정(16) 양이 “지진 당시 공포로 정든 이웃들이 떠나가고 있다. 국민이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말씀을 기억한다. 포항에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주기를 바란다”며 ‘대통령님께 드리는 호소문’을 낭독하자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 정부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지진 위험을 알고도 추진했다는 일부 논란에 대해서도 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한 시민은 “정부는 포항지진이 지열발전 때문에 발생했다는 정부조사단의 발표 후에도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현 정부의 TK 홀대가 도를 넘어섰다. 앞으로도 계속 힘을 뭉쳐 국민의 권리를 지켜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강덕 포항시장과 서재원 포항시의회 의장이 행사 막판 무대에 올라 예정에 없던 삭발식을 하자 이를 본 시민들은 박수를 치고 힘껏 소리를 지르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연세가 지긋한 몇몇 어르신들은 눈물을 흘리며 이 장면을 지켜봤다.

삭발식으로 분위기가 격앙되자 참가자들은 ‘무너진 지역경제 살려내라!’‘국가는 지진피해 배상하라!’ 등의 피켓을 하늘 높이 치켜들며 포항지진 특별법안 제정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 특별법은 자유한국당 김정재 국회의원(포항 북구)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다.

2017년 11월 15일과 이듬해 2월 11일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4.6 지진으로 경제적·신체적·정신적 피해를 본 사람에 대한 피해 구제와 생활·심리안정 지원이 골자다.

또 지진의 발생원인과 책임 소재의 진상을 밝히고 재난의 예방과 대응방안을 수립하도록 ‘포항지진 특별조사위원회’를 독립기구로 설립하도록 규정했다.

이날 대책위는 참가자들에게 국민청원 참여도 독려했다. 지금까지 청원 내용을 몰라 동의하지 않았던 시민들은 저마다 휴대전화기를 꺼내 청원에 동의했고,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은 인근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참여했다. 실제로 지난 1일 오후 6시 기준 8만1천929명이 참여했던 ‘11·15포항지진 피해배상 및 지역재건 특별법 제정을 간곡히 요청합니다’라는 국민청원은 이날 10만명을 돌파했다. 빠른 속도로 청원동의자가 늘고 있으며, 2일 오후 6시 현재 10만5천215명을 기록했다. 이 청원은 “인재로 결론이 난 지진의 피해 보상을 받고 침체된 지역을 되살리려면 특별법 제정이 절실하다”며 “소송 비용을 대지 못하는 저소득층, 몸이 불편한 노년층,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은 보상을 받을 길이 막막한 개별소송보다는 특별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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