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역사 간직한 `해체의 대상`이 아닌
의미있게 활용할 문화재 인식공유 필요

일제강점기에 지어졌다는 이유로, `일제잔재`라는 이유로 근대건축물들은 재개발·재건축의 바람과 함께 자취를 감추고 있다. 

대구와 경북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일제강점기 근대건축물들은 고대유적에 비해 상대적으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근대건축물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활용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먼저 근대건축물을 제대로 평가하고 보존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전북 군산과 포항의 경우가 좋은 예이다.

군산은 일제 식민지정책의 총본산이었던 옛 조선은행 군산지점과 나가사키 18은행, 일본식 가옥 등을 근대역사문화벨트라는 이름으로 관광자원화 하고 있고, 포항도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를 근대문화역사거리 관광지구로 보존·활용하는 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

다시보는 일제시대 건축물
① 철거 앞서 보존·활용 고민해야
② 지역에 산재한 건축물 현주소
③ 건축물의 역사·문화적 가치
④ 효과적인 활용·보존 방안은

민족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건축물을 철거와 해체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소중하게 보존하고 의미있게 활용해야 할 문화재라는 인식을 공유한 결과물이다.

그러나 근대건축물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과 역사적가치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이견이 많다.

포항시는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의 경우 해방 이후 일본인 최고 부자인 도가와 야스브로(十河彌三郞)를 기리기 위해 7m 높이로 세운 공덕비와 공원으로 향하는 계단에 세워져 있는 120개의 돌기둥이 신사 축조 공헌 일본인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는 이유로 시멘트로 덧칠해져 있는 부분에 대해 `복원`의 개념을 내세워 덧칠한 시멘트를 제거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반면, 일부 주민들은 있는 그대로의 역사 자체만으로도 가치와 교훈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서인만(49) 구룡포 근대문화거리 조성 주민 추진위원장은 “설사 구룡포 주민들이 일본의 착취와 수탈이 부끄러워 시멘트를 발랐다 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도 역사적 가치로 인정해야 한다”면서 “해방 이후 일본인들이 모두 떠난 뒤 신사를 파괴하고 `왜색일소`를 외쳤던 청년들이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억울하고 분통해서 시멘트 덧칠을 했다면 이 또한 강자라고 해서 죄없는 약자를 억압한 결과물로 충분히 일본인 관광객과 우리 후손들에게 역사의 현장으로 보여주고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전문가들은 근대건축물 건물마다의 가치평가를 구체적으로 벌이는 작업과 역사적 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우는 일도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은 “일본인들이 지은 건축물 중에서도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는데, 건물 마다의 가치평가를 달리해야 한다”면서 “예를 들면 구룡포 적산가옥의 경우 일제 수탈의 흔적을 기록으로 남겨둘 필요가 있는 것이지, 기념하고 복원할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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