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7일부터 조례시행 심의 보호위 설치 등 추진
서울명동 한국은행 본점 등 성공적 재활용 사례로 손꼽혀

다시보는 일제시대 건축물

① 철거 앞서 보존·활용 고민해야
② 지역에 산재한 건축물 현주소
③ 건축물의 역사·문화적 가치
④ 효과적인 활용·보존 방안은

일제시대에 지어진 근대건축물들은 역사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데다 현대적 건물 보다 실용성이 떨어지는 탓에 사라지거나 훼손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전통과 현대를 이어주는 가교이자 지역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근대건축물들은 지금이라도 제대로 가치를 평가받고 보존·활용돼야 한다.

그래서 개발 바람에 허물어져 자취를 감추는 근대건축물 보호에 나선 부산시의 노력이 더욱 눈에 띈다.

부산시는 법적 보호장치가 없어 철거운명을 맞는 등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는 부산의 근대건축물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보존하기 위해 `근대건조물 보호에 관한 조례`를 제정, 지난 7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조례에 따라 시장이 근대건축물의 가치 유형별 보존·정비 방안과 범위를 마련해 보호해야 한다.

또 5년 마다 보호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수행해야 하고, 근대건축물의 체계적 보호 및 관광자원화를 위한 특화거리 지정과 근대건축물 보호관련 정책, 지원범위와 규모 등 관련사항에 대한 심의를 맡는 보호위원회도 설치해야 한다.

특히 근대건축물에 대한 수리가 필요할 경우 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대 7천만원까지 지원하고, 필요시에는 근대건조물을 시가 매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부산시 도시재생과 관계자는 “부산지역에 보호가치가 있는 근대건축물 170여곳이 이번 조례 시행으로 인해 체계적인 보호·관리를 받게 됐다”며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근대건축물의 보존 및 관광자원화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다 2001년 3월 도입된 등록문화재 제도 또한 근대건축물을 보존하고 관리할 수 있는 한 방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근대건축물이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를 보존하고 활용하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일제 때 지어진 서울 명동의 한국은행 본점이 화폐금융박물관으로, 미쓰코시 백화점이 신세계백화점 명품관으로 변신한 사례는 근대건축물의 원형이나 역사적 성격을 살렸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재활용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또 인천시, 군산시, 포항시 등도 근대건축물의 가치를 재발견과 지역정체성의 새로운 이정표를 새기기 위한 노력들을 펼쳐나가고 있고, 근대운동에 관한 건물과 환경형성 의 기록조사 및 보존을 위한 조직인 도코모모코리아 또한 20세기의 중요한 조류였던 근대운동에 속하는 건축과 도시를 대상으로 건물과 자료의 보존과 활용을 위해 활발할 활동을 벌이고 있다.

경성대 도시공학과 강동진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도 근대건축물을 재활용하고 리모델링해서 지역을 재생시키는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사라져가는 근대건축물도 살리고 역사적인 교훈도 얻고, 지역의 정체성도 정립할 수 있는 근대건축물 보존과 활용이 이제는 당연한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끝>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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