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등 고대문화재 많아 정책·예산 소홀
경주역 관사건물 등 옛모습 대부분 사라져

글 싣는 순서
① 철거 앞서 보존·활용 고민해야
② 지역에 산재한 건축물 현주소
③ 건축물의 역사·문화적 가치
④ 효과적인 활용·보존 방안은

② 경주

현재 경북도에 등록된 경주지역 일본강점기 근대건축물은 73곳에 달한다.

신라시대 때부터 경북지역의 주요 교통중심지로서 전성기를 누려온 경주는 일제 강점기에도 역시 경북 전역을 아우르는 행정중심지의 역할을 해왔다.

1936년도에 지어진 경주역사(경주시 황오동) 인근에만 금수탑, 북천교 등 4개의 공공시설물과 16개의 관사 등 무려 20개의 근대건축물이 골목을 빽빽하게 메우고 있는 것이 그 증거가 되고 있다.

이 관사들은 일제 강점기에 역장 등 철도공무원들과 행정공무원들이 주로 기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17일 직접 찾은 경주역 관사골목에는 일본강점기 특유의 건축양식을 조금도 느껴볼 수 없었다.

60여년이 흘러오면서 개인 소유자들이 개보수를 꾸준히 진행해 온 탓이다. 심지어 몇몇 가구는 아예 헐어져 현재는 소형 빌라단지가 조성돼 있다.

이 밖에도 경주금융조합, 구 YMCA본관, 구 경주고등학교 본관, 구 성동성당 본관 등 시내에 흩어져 있던 근대 건축물들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져 버렸다.

타지역보다 월등히 많은 고대 문화재를 보유한 경주는 상대적으로 근대 문화재에 대한 정책이 부족한 편이다.

경주시 문화재과 이준호 문화유산담당은 “지난해 1억원의 예산을 신청해 고 건축물 일제조사를 벌이려 했으나 시의회 심의에서 누락돼 시행하지 못했다. 내년에 다시 예산을 신청할 계획이지만 심의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라면서 “경주는 신라시대 문화재도 아직 모두 발굴·보존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 와중에 근대문화재까지 신경 쓰기란 예산 면에서나 효율성 면에서나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주지역에는 지정 문화재가 320점, 사적지가 76곳이나 된다.

이들 문화재를 유지·보존하는 비용은 모두 문화재청을 통해 지원받는다.

하지만, 문화재청의 국가 예산 반영률은 겨우 0.6%에 불과하다.

부족한 예산으로 현 문화재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빠듯하다는 것이 경주시 학예연구사들의 설명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최소한 광역도 차원에서 근대건축물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경주의 경우 신라시대에서부터 고려시대, 조선시대를 모두 아우르는 문화재들이 산재해 있어 이를 활용한 거대한 역사박물도시 조성도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경주대 건축학과 최무현 교수는 “최근 학자들끼리 최소한 기록이라도 남길까 해서 경주지역의 근대건축물을 조사해 봤지만, 현재까지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며 “경주는 고려읍성과 조선 양동마을 등 우리나라 역사 흐름을 모두 품은 문화재가 많다. 신라만 강조하기보다 점진적으로 변화돼 온 우리 역사의 흐름, 그 자체를 관광자원화시킬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신동우기자 beat08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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