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논리 밀려 `근대건축물` 사라질 위기
반일감정 넘어 역사적 교훈으로 삼아야

글 싣는 순서

① 철거 앞서 보존·활용 고민해야
② 지역에 산재한 건축물 현주소
③ 건축물의 역사·문화적 가치
④ 효과적인 활용·보존 방안은

15일은 일제강점(强占)하의 식민통치 시기를 벗어난 날을 기념하는 광복절이다. 65주년을 맞은 올해에도 일본의 독도침탈 야욕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올해는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여느해보다 더 국민들의 반일감정은 높아만 가고 있으며, 일제 강점기 문화 청산운동도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일제의 영향을 받은 잘못된 관습이나 문화는 당연히 청산해야 하지만, 역사·문화적 가치로 삼아 보존·활용하며 역사적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이에 본지는 대구와 경북지역에 산재해 있거나 사라져 가고 있는 일제 강점기에 건립된 적산가옥(敵産家屋: 적국의 재산, 일본인들이 일제 강점기때 우리땅에 지어 살았던 집)과 건축물들의 현황을 살펴보고, 이 건축물들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살펴 보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일본식 가옥의 전형을 가진 경주 최초의 일본인이 경영했던 여관건물이 지난해 철거됐다.

또 감포지역에 산재한 적산가옥도 보존하거나 역사교육 공간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나 노력 없이 개발논리에 따라 사라질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다.

경주 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적산가옥과 일제 시대에 세워진 근대 건축물들이 제 가치를 인정받아 보존되고 활용되기 보다는 일제의 잔재라는 이유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반면, 경상북도와 포항시는 100여년전 일본인 1천여명이 살았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를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는 사업을 한창 진행 중이다.

어족자원의 보고인 구룡포 어장을 탐냈던 일본인들의 코리안드림의 장으로 빼앗겼던 뼈아픈 역사의 공간이지만, 근대시기 한국에 도입된 주택인 적산가옥을 보존하고 한국과 일본 모두에게 소중하고 의미있는 역사의 한 부분으로 의미부여를 하는 작업들이다.

실제 이곳에는 내국인은 물론 일본인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지난 역사를 반성하고 보다 의미있는 미래를 맞기 위한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90여년간 구룡포 지킴이를 자처해 온 서상호(90)할아버지는 “일본인 가옥거리에 있었던 일본 신사와 위령탑은 아예 파손됐거나 훼손된 상태이다”며 “부숴버린다고 지워지지 않는 과거에 얽매이기보다는 당시 잔재물들을 보존하고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주대학교 건축학과 최무현 교수는 “문화재청이 근대문화유산을 등록해 보존하고 활용하려는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각 지자체에서는 근대 건축물 등에 대한 구체적인 현황 파악도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라며 “여건상 모든 근대건축물을 보존할 수는 없지만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할 때이다”고 지적했다.

근대 건축물 보존운동을 펼치고 있는 도코모모 코리아 관계자는 “일제강점기 건축도 한국건축사에서 뚜렷한 위치를 점하게 되면서 문화유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정부도 이에 대응해 제도적인 뒷받침을 하기 시작했다”며 “재개발·재건축의 열풍과 막연한 반일감정을 넘어서서 근대 건축물들을 보존하고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