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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를 뒤집어쓰고 누웠다멀어지는 날개를놓아주었다나무 사이로슬픔이 타오르는 것을 지켜보며우리는 포옹을 하고서로의 깃털을 다듬으며가장 먼 곳사랑이라는 이름으로성홍열이 지나간 자리를불어 주는 검은 얼굴이 되어우리는 사랑을 좀처럼 보내지 못하지만 결국 사랑을 놓아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마음 안에서 “슬픔이 타오르는 것을 지켜보”면서, ‘멀어지는’ 사랑의 “날개를/놓아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여, 시인의 영혼은 불타는 슬픔으로 잿더미가 되지만, 시인은 “서로의 깃털을 다듬으며” 사랑과 이별하고, 검게 그을린 재의
시
등록일 2023.08.30
게재일 20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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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에 모일 식구 없음을 알면서도그래도 아버지 흉내를 내보느라호떡을가방에 사 넣고지하철에 몸 싣는다하나둘 가로등에 불빛이 들어오면왜 눈물이 나는 건지, 본성의 눈물인지품 안에넣어온 아버지의 풀빵목젖까지 젖는 밤아버지가 귀가하시면서 맛있는 것을 사다주셨을 때 기뻐했던 아이 때의 기억은, 누구나 여전히 생생할 테다. 최도선 시인의 아버지는 호떡을 사다주시곤 했던 모양이다. 시인의 아버지는 이제 세상에 안 계신 듯, 식탁은 비어 있다. 호떡의 기억을 되살리고픈 시인은 호떡을 사서 가방에 넣는다. 그러자 아버지가 부재하다는 사실이 도리어
시
등록일 2023.08.29
게재일 202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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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넓고 넓은 대서양에서 놀다수족관에 들어와 삼 년째 살고 있다수인번호라도 단 듯,거실에 불 나가고 수족관에 밤이 찾아오면 뜬눈으로 지샌다껌벅껌벅 눈물 밀어내며 창밖을 기웃거린다남은 거라곤 개뿔, 초조 불안밖에 없다먹거리 쌓여 있어도 바깥세상 고입에 강대나무 닯아간다작은 울음들 다닥다닥 붙어 있는 각진 벽들이받은 주둥이 아물 날 없다그럴 때마다 수면이 퍼덕퍼덕 요동친다머릿속 시나브로 비워져 가고 눈앞 아득히 흐려져 간다시인의 정신은 대양을 횡단하는 물고기와 같을 테다. 하나 시인이 이 지상의 세상에서 사는 일은, 붙잡힌 대양의 물
시
등록일 2023.08.28
게재일 202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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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대지급금 제도 외 다른 임금체불 해소 지원사업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도산대지급금 외 간이대지급금 제도가 있습니다. 간이대지급금은 2015년 7월 1일부터 종전에 도산한 사업장에 한해 지급하던 것을 사업주의 도산여부와 관계없이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고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의 체불 임금 등·사업주 확인서를 첨부하여 우리공단에 신청하면 사업주를 대신하여 체불된 대지급금 중 임금(휴업수당)과 퇴직급여액을 각각 700만원 한도(간이대지급금 총 상한액 1천만원)로 지급하는 제도입니다.또 2021년 10월 14일 이후 발급받은
상담
등록일 2023.08.27
게재일 2023-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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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라는 말보다는흠집이란 말이 더 아늑하다마음에, 누가 허락도 없이집 한 채 지어놓고 간 날은종일 그 집 툇마루에 걸터앉아홀로 아득해진다몇 날 며칠부수고 허물어낸 빈터에몇 번이고 나는,나를 고쳐 짓는다‘흠집’에 대한 재의미화가 돋보이는 시. 시인에 의하면, 흠집도 ‘집’이어서 ‘아늑’한 집이다. 하지만 이 집은 “누가 허락도 없이” 지어놓은 집, 시인이 그 집 “툇마루에 걸터앉아/홀로 아득해”지는 것을 보면. 예전에 사랑했던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 지어놓은 상처-흠-의 집 아닐까 한다. ‘흠집’에서 계속 살 수는 없다. 시인은 이 집
시
등록일 2023.08.27
게재일 2023-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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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노래하고 있었다. 침상의 엄마는, 쇠잔하여,어둠 속으로 아름다운 이마를 숙이고, 임종을 맞고 있었다.(중략)아이는 다섯 살이었다. 창가에서,그의 웃음과 그의 놀이가 쾌활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엄마는 하루 종일 노래하는 이 가련하고온화한 존재 곁에서, 밤새 기침하고 있었다.엄마는 수도원 포석 아래로 가 잠들었다.어린아이는 다시 노래하기 시작했다….고통은 하나의 열매이다. 신은 열매를 키우지 않는다.매달고 있기에 너무 약한 가지에는.침상엔 쇠잔하여 죽어가는 ‘아이의 엄마’가 있다. 그 옆엔 웃으며 노래 부르며 놀고 있는 ‘다섯
시
등록일 2023.08.24
게재일 2023-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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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는 꼭 필요한 경우에는 약이 되지만 남용할 경우에는 독이 된다. 장내 미생물과 관련이 있어 소아비만 위험을 높이며, 성인의 경우 당뇨병, 치매와 알츠하이머병, 그리고 폐암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제 막 돌이 지난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빈혈약 처방을 받으러 온 30대 여성이 진료실을 나가면서 묻는다.“아이가 감기 걸리면 항생제를 함께 먹여
건강
등록일 2023.08.24
게재일 2023-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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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마음이기에부드럽고 포근한가그러나 눈이 되기까지티끌 하나 남김없이스스로를 완전연소 시켜야 했다그러므로 눈이 된다는 것은사악한 것과 까칠한 것죄라고 생긴 모든 것 헹궈야비로소 순백의 마음을 얻을 수 있으니사랑이여당신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면우리가 뜨거워져사라져도 좋으리.시인에 따르면, 눈은 “스스로를 완전연소 시켜야” 탄생한다. 지상의 물이 증발해 생긴 구름이 찬 공기와 만나 눈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발상이다. “죄라고 생긴 모든 것”이 묻어 있는 지상의 물이 연소되어야 증발은 이루어질 수 있다. 그 연소
시
등록일 2023.08.23
게재일 2023-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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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자신감을 갖지 않는다열정으로 가지를 뻗는 것이 아니다강은 야망을 품고 흐르지 않으며바위는 인내가 무엇인지 모른다희망 때문에 또 봄이 찾아오는 것이라 말할 수 없고무슨 목적이 있어 비바람이 거세질 리 없다(중략)자연은 오직 자연스럽게 생성하고 소멸한다어쩌다가 나고 살고 죽는 것이 싫어인간이 몸부림친들인간은 자연의 일부라고 배웠다인간은 메타포를 통해 자연을 생각하곤 한다. 가령 나뭇가지에서 열정을 읽는다든지 봄에서 희망을 읽어내기도 한다. 위의 시는 이러한 메타포의 사용이 “죽는 것이 싫어” 몸부림치는 인간의 의지로 본다. 하나
시
등록일 2023.08.22
게재일 202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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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이 창밖의 그녀와 걸어간다첫사랑처럼 가까이 있으면서도 투명했던말하지 못했던유리창 밖으로 봄날 꽃이 피고지나간 사랑이 유리창처럼 투명하다가까이 있어도 창밖의 사람처럼투명하게 바라본다밖에는 꽃이 핀다창밖의 그녀가 꽃 속에 있다시평“가까이 있”는 사람이 있다. 아내 같은 이. 시인은 유리창을 통해 살아온 과거를 들여다본다. “그녀와 걸어간” 시간이 창밖에 펼쳐진다. 그리고 “지나간 사랑이 유리창처럼 투명”한 사랑이었으며, 그녀는 “가까이 있으면서도 투명했던” 이였음을 깨닫는다. 투명한 사랑은 갓 피어난 꽃과 같은 첫
시
등록일 2023.08.21
게재일 2023-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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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체불임금 해결을 위해 국가에서 운영 중인 제도가 궁금합니다.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사업주로부터 임금 등을 지급받지 못한 퇴직 또는 재직 노동자가 일정한 기간 내에 미지급 임금 등에 대해 지급을 청구하는 경우에 일정 범위내에서 사업주를 대신해서 지급(대지급금 제도) 해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세부적으로는 사업장에서 퇴직한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도산대지급금, 간이(퇴직)대지급금 제도와 재직 중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간이(재직)대지급금 제도로 구분하고, 그 외에도 체불청산지원을 위한 사업주 융자제
상담
등록일 2023.08.20
게재일 2023-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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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에 몰린 은어때삐비꽃 손들이 둘레를 따면달무리가 비잉, 빙 돈다가아응 가아응 수우워월래에목을 빼면 시름이 솟고….백장미(白墻薇)밭에공작(孔雀)이 취했다뛰자 뛰자 뛰어나보자강강술래뇌누리에 테프가 감긴다열두발 상모가 마구 돈다달빛이 배이면술보다 독한 것기폭이 찢어진다갈대가 스러진다강강술래강강술래강강술래 놀이의 묘미는 처음에는 느린 가락으로 노래하며 천천히 원을 돌다가 나중에는 빠른 가락으로 노래 부르면서 빠르게 원을 도는 데에 있다. 이러한 묘미를 위의 시는 시에 잘 살려 놓았다. 또한 시인은 이 놀이에 대한 자신의 해석도 시에 녹
시
등록일 2023.08.20
게재일 2023-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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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암 발생 위험을 높이고 면역력을 떨어트려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하게 할 뿐 아니라 혈압과 인슐린 저항성을 올리며 기억력, 집중력은 떨어뜨린다.이같은 작용으로 노화는 가속화 된다. 천천히 나이 들기 위해서는 스트레스 관리가 필수다.① 과도한 일정 개선·워라밸 확보 등 유발 원인 파악해 일상 리모델링② 과거·미래보다 현재 순간에 집중, 마음챙김 명상·멍때리기 도움돼③ 취미·종교·봉사 등 사회적 활동 통해 인생의 또 다른 즐거움 찾아야□ 예측하기 어려워 더 위험한 스트레스만성 스트레스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건강
등록일 2023.08.17
게재일 2023-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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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자기 몸을 쳐서 건너간다. 자기를 매질하여 일생일대의 물 위를 날아가는 그 새는 이 바다와 닿은, 보이지 않는, 그러나 있는, 다만 머언, 또 다른 연안 (沿岸)으로 가고 있다.잠언을 품은 바다의 광경. 그 광경은 바다 위를 나는 새가 완성한다. 저 새는 “자기를 매질하여” 저기 바다와 바다 너머 사이의 수평선을 횡단하고 있다. 바다 너머에는, 여기서 보이지는 않지만 다른 연안이 분명히 존재하리라. 새는 다른 세계의 연안으로 “자기 몸을 쳐서 건너간다.” 이 모습은 그 자체가 삶의 잠언이다. 시인은 저 새처럼 저 너머 연안으로
시
등록일 2023.08.17
게재일 2023-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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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살지 않는 마을이호수에 덮여 자고 있다태어나지 않은 아이들 꿈꾸고 있다햇살 눈부셔 눈부셔 눈 뜨는 마을푸른 잉태 하나 낚시에 걸려 온다손바닥에 퍼런 불을 토하는 생명풀 풀 날아드는 비릿한 살내음잃어버린 고향하늘 한자락 타고 있다사랑하는 가슴끼리 타고 있다불타는 눈끼리 타고 있다사람들 살지 않는 마을댐이 건설되고 호수가 만들어지면서 수몰된 고향 마을. 하나 시인은 저 마을은 사라지지 않고 자고 있을 뿐이며,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 꿈꾸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그 꿈은 고향을 되찾고자 하는 실향민들의 꿈일 터, “낚시에 걸려”
시
등록일 2023.08.16
게재일 202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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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그 강물이 끝나는 곳에/ 인고의 세월 실개천이 흐르고/ 서럽게 서럽게 흐르고/ 그 실개천이 끝나는 곳에/ 다시 밤으로 흐르는 바다가 있고/ 그 바다가 끝나는 곳에/ 지난겨울 약간의 가을을 이고/ 건넛마을 죽도로 시집을 간/ 내 사랑하는 누이의 말라/ 비틀어진 젖꼭지가 있고/ 그 젖꼭지에 달겨붙어 악을 쓰는/ 어린것의 울음소리가 있고/ 그 울음소리가 끝나는 곳에/ 그 울음소리가 끝나는 곳에/ 텅 빈 그물을 한숨으로 채우는/ 어부의 달이 있고/ 빈사의 달이 있고폐수로 오염된 강물의 끝에서 “인고의 세월 실개천”이 서럽게 흐르기
시
등록일 2023.08.15
게재일 2023-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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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씨가 날아다니다 멈추는 곳그곳이 나의 고향,그곳에 묻히리.햇볕 하염없이 뛰노는 언덕배기면 어떻고소나기 쏜살같이 꽂히는 시냇가면 어떠리.온갖 짐승 제멋에 뛰노는 산속이면 어떻고노오란 미꾸라지 꾸물대는 진흙밭이면 어떠리.풀씨가 날아다니다멈출 곳 없어 언제까지나 떠다니는 길목,그곳이면 어떠리그곳이 나의 고향,그곳에 묻히리.저기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있는 풀씨는 사랑의 씨앗이다. 이 씨앗은 날아다니다 멈추거나 “멈출 곳 없어 언제까지나 떠다니”기도 한다. 시인은 이 부유하는 풀씨가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나의 고향”이라고 한다. 그곳은
시
등록일 2023.08.13
게재일 2023-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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