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원찬

한때 넓고 넓은 대서양에서 놀다

수족관에 들어와 삼 년째 살고 있다

수인번호라도 단 듯,

거실에 불 나가고 수족관에 밤이 찾아오면 뜬눈으로 지샌다

껌벅껌벅 눈물 밀어내며 창밖을 기웃거린다

남은 거라곤 개뿔, 초조 불안밖에 없다

먹거리 쌓여 있어도 바깥세상 고입에 강대나무 닯아간다

작은 울음들 다닥다닥 붙어 있는 각진 벽

들이받은 주둥이 아물 날 없다

그럴 때마다 수면이 퍼덕퍼덕 요동친다

머릿속 시나브로 비워져 가고 눈앞 아득히 흐려져 간다

시인의 정신은 대양을 횡단하는 물고기와 같을 테다. 하나 시인이 이 지상의 세상에서 사는 일은, 붙잡힌 대양의 물고기가 수족관에 갇혀 사는 일과 같다. 시의 정신은 자유롭게 유영하고 싶지만 곧 “각진 벽”에 주둥이를 들이박을 뿐이다. 하여 “초조 불안” 속에서 “창밖을 기웃거”리는 것이 시인의 삶이 되었는데, 이젠 대양 속을 유영하던 기억마저 점점 지워지며 시인의 ‘눈앞’은 “아득히 흐려져” 가기만 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