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일

풀씨가 날아다니다 멈추는 곳

그곳이 나의 고향,

그곳에 묻히리.

햇볕 하염없이 뛰노는 언덕배기면 어떻고

소나기 쏜살같이 꽂히는 시냇가면 어떠리.

온갖 짐승 제멋에 뛰노는 산속이면 어떻고

노오란 미꾸라지 꾸물대는 진흙밭이면 어떠리.

풀씨가 날아다니다

멈출 곳 없어 언제까지나 떠다니는 길목,

그곳이면 어떠리

그곳이 나의 고향,

그곳에 묻히리.

저기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있는 풀씨는 사랑의 씨앗이다. 이 씨앗은 날아다니다 멈추거나 “멈출 곳 없어 언제까지나 떠다니”기도 한다. 시인은 이 부유하는 풀씨가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나의 고향”이라고 한다. 그곳은 사랑이 발아하는 곳이며, 자신 역시 사랑을 통해 태어났기에. 사람은 모태회귀 욕망에 따라 고향에 묻히고 싶어 하는 것, 하여 시인은 풀씨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그곳에 묻히리.”라고 희구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