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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바 구들장은 쩔쩔 끓고 순천 석수 정씨는 종일 잠만 잔다 신월동 바닷가 겨울 저녁 광주로 공부 나간 둘째는 끼니나 제대로 찾아먹는가 몸만 상하고 돈은 마음같이 모이질 않고 간조가 아직도 닷새나 남았는데 땡겨먹은 외상값은 쌓여만 간다 바다는 촐랑촐랑 무언가를 졸라대고 개들은 바람을 좇아 컹컹컹 짖고 잠이 깬 정씨가 바다 쪽으로 부스스 괴타리를 푼다 힘없이 오줌이 옆으로 날린다 노동자의 곤고한 삶의 모습이 가슴 아프게 하는 민중시다. 굳이 여수라는 특정된 공간의 노동자가 아니어도 좋다. 여수의 노동자인 석수 정씨의 일상을 소개하면서 이 땅 도처에 아직도 수많은 정씨가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하루 벌어서 하루를 사는 노동자들의 힘겨운 생활을 소개하면서 시인은 핍진한 민중시의 가능성
시
등록일 2016.04.05
게재일 2016-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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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피는 꽃들은 바다를 향해 핀다 한결같이 바다 쪽을 향해 여리고 긴 목을 빼놓고 누군가를 기다린다 하늘을 가리는 장맛비도 잠시 발길을 멈추고 가만히 눈을 감고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본다 삶이 어떤 모습일 지라도 마음을 잡고 있는 뿌리가 있다면 바다 끝을 향해서도 두렵지 않음을 섬 꽃이 알려 준다 섬에서 피는 꽃은 먼 데를 바라보며 핀다는 말로 바꾸어 시작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시 전반에 그리움과 기다림의 정서가 소복 담겨져 있다. 어디 섬에서 피는 꽃 뿐이겠는가. 먼 곳을 바라보며 뭔가를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것은 외따로 떨어져 있는 섬에 있는 모든 것들은 그런 목마름에 젖어있는 것이다. 자연물도 그렇거늘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사람은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끝없는 기다림과 그리움의 정을 가슴에 품고 먼
시
등록일 2016.04.04
게재일 2016-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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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살무늬토기를 사용할 것 같은 비구니절 그 정갈하다는 절집살림이 궁금했을까 새벽 빗질자국 남아있는 질박한 사선을 따라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홀린 듯 찾은 공양간은 저녁밥 짓는 시간이었나 보다 새파란 행자승과 눈이 마주쳤는데 서둘러 외면하기까지 잠시지만 어쩌다 남의 길 엿보게 된 것 같아 미안하기 그지없다 산문이라 들고나기가 조심스럽고 무소의 뿔을 당간처럼 내세우지만 뿔도 깃발도 사부대중과 함께 가나니 너무 외롭다 마시게 그날 인연이었던 초짜스님 지금은 진짜 중 되었겠네 시인은 정갈하게 한 풍경을 이루는 절집으로 든다. 아득한 시간이 흐르는 곳이며, 철저하게 자기를 꺾고, 갖가지 욕망으로부터 자신을 봉쇄하고, 비우고 또 비우는 수행의 공간인 산사에서 시인은 아직 불계를 받지못한 행자승을 만난다
시
등록일 2016.04.03
게재일 201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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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오래 집을 비워 산그늘도 적막 한 채 하늘빛도 무거운 나뭇가지 어깨를 바람이 떠받드는 집 낮달 신발 벗는 소리로 복사꽃은 지고 어깨 좁은 들길로 쑥부쟁이 하늘 길로 마구 자라나 담을 넘는 한나절 이 봄날 외로움이 비칠거리네 넓은 마당가에는 귀 닫은 지 몇 십 년이 된 산그늘 한 채 사립 대문으로 걸어 나오고 나뭇가지 흔들거리는 하늘 길은 뒤뜰 담자락마다 나뭇가지로 흔들리는 가슴이네 먼 길 떠난 주인의 그리운 가슴이네 들길이 사립 대문을 혼자 열고 있네 빈집에는 온기가 없다. 따숩게 사람의 온기를 나누며 알콩달콩 살았던 사람들이 떠나고 텅 빈집에는 무거운 산그늘이 들기도 하고 무심히 떨어지는 햇살도, 지나는 바람도 잠시 머무는 황폐한 공간이다. 언제 다시 사람의 온기가 퍼지는 생명의 공간이 될 지는 모른
시
등록일 2016.03.31
게재일 201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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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가엔 라일락이 피고 뒷산에선 뻐꾸기가 울었다 볕이 좋아 아내는 이불 빨래를 널었다 병든 아버지를 위해 나는 수돗가에서 닭을 잡았다 더 마르기 전에 모습을 남겨두어야 한다며 아버지는 대문간 옆에 양복 상의만 갖취 입고 마당으로 걸어나왔다 맨발에 슬리퍼를 신은 아버지는 웃고 백숙은 솥에서 저 혼자 끓고 하지만 백숙은 살이 녹을 때까지 더 오래 끓이는 것 나는 아버지의 얼굴 속에 5월의 라일락과 뻐꾸기 소리, 우아하게 지붕 위로 날아오르는 구름을 담고자 찰칵찰칵 셔터를 눌렀다 그리고 모여 백숙을 먹었다 참으로 따스한 풍경 한 컷을 본다. 볕이 좋고 라일락 꽃 향기가 퍼지고 뻐꾸기 소리 들려오는 어느 봄날, 삶의 시간을 얼마 남겨놓지 못한 아버지와의 추억을 조금이라도 붙잡아두기 위해 시인은 닭을 잡고 사진
시
등록일 2016.03.30
게재일 2016-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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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새 울음 선잠 깨는 산 언덕에 노오랑 물보라 오르네 어룽어룽 열리는 새 하늘 가슴 들먹인 언덕 너머로 자춤자춤 발돋움하는 맘 산수유 노오란 혼불을 지피네 노랗게 터지는 산수유꽃이 소매에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깔끔하고 생명감 넘치는 그림 한 장을 본다. 간절히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과 자연에 봄의 전령으로 피어나는 산수유꽃을 그리는 시인의 마음을 따라가다보면 알 수 없는 슬픔이 서려있음을 느낄 수 있다. 명징하고 아름다운 생명의 잔치가 환하게 다가오는 아침이다.
시
등록일 2016.03.29
게재일 2016-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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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날의 그리움이 아득한 깊이로 내린다 만 리 밖 넓고 깨끗한 하늘 나라로 떠난 어머니의 무거운 침묵이 갓 깨어난 목련화 하얀 꽃잎처럼 내 가슴에 피어나고 있다 이른 봄 지독한 몸살 흔들림 살아온 허공 같은 삶 낡은 세월의 창가에 비가 내리고 있다 아직은 잔설이 산자락에 남아있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데 이른 봄비가 내리고 있다. 봄비를 바라보며 지난 한 생을 돌아보는 노 시인의 눈도 시안도 깊고 그윽하다. 생명을 얹어주신 어머니가 떠나간 하늘 자락으로 머지않아 그 길을 가야하는 자신을 들여다보며 때로는 지독한 몸살에 아팠던 시절도 있었고 흔들리는 허공의 삶을 산 적도 있었다고 고백하는 시인은 그래도 깨끗하게 내리는 봄비를 바라보며 하얀 목련화 꽃잎을 가슴 속에 떠올리며 새로운 삶에의 희망을 가져보는 것이
시
등록일 2016.03.28
게재일 2016-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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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갠 날 아침에 가장 빨리 달리는 건 산안개다 산안개가 하얗게 달려가서 산을 씻어 내면 비 갠 날 아침에 가장 잘생긴 건 저 푸른 봄 산이다 폭설과 혹한으로 움츠렸던 대지에 봄비가 내린다. 만물이 다시 기지개를 펴고 되살아나는 반가운 봄비다. 하얗게 산벚꽃이 피어나기 전에 산수유 노란 꽃들이 피어나고 얼음새꽃들이 피어나는 산자락에서 시인은 하얗게 덮여가는 산안개를 바라보고 있다. 그 안개 걷히고 나면 연두빛 새순들이 번지고 푸르른 봄 천지가 열리는데 대한 기대와 기다림이 가득 묻어나는 시다.
시
등록일 2016.03.27
게재일 2016-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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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보리밥과 누룩이 자박자박 눌려진 독이 부뚜막에 올려져 있었다 하루 이틀 사흘, 밥풀이 녹아내려 식은밥단술 되었다 하릴없이 얼굴 그을리다 몰려온 아이들은 식은밥단술에 사카린을 탔다 한모금만 마셔도 밍밍한 여름방학이 달큼해져왔다 니 뺨이 더 뻘겋다 니 뺨이 더 뻘겋다 뒷마당 장독대에는 분홍 주홍 빨강 봉숭아꽃들이 시끌벅적하니 피어올랐다 먹다 남은 보리밥과 누룩을 섞어서 단술을 만들어 군음식으로 먹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시인은 정겨운 언어들로 짧은 서사 하나를 우리에게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람다움이 넘치는 아름다운 시골의 정경과 정서속에서 각박하기 이를 데 없는 현실의 냉랭함과 가파른 정서와 사람관계들, 거기서 입은 상처들이 치유되는 감동을 거느린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시
등록일 2016.03.24
게재일 201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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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네가 있어 행복하지만 천 년 후에 태어나도 내 딸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도 네가 있어 눈물 없이 살지만 천 년 후에 태어나도 너랑 한 집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이 이 땅 어머니들의 마음이 아닐까. 천년 후에 태어나도 한 집에 사는 딸과 어미로 만나 살고 싶다는 이 간절한 어머니의 바람이야말로 거룩한 본능이 아닐 수 없다. 따스한 모성애가 스며있어 잔잔한 감동에 이르게 한다.
시
등록일 2016.03.23
게재일 201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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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를 풀어놓았다 몸집 작은 까만 개가 살여울처럼 뛰쳐나간다 치켜든 꼬리 아래 아, 항문이 복사꽃 같다 영문 모르는 벚꽃이 놀라 몸을 움츠린다 노란 민들레꽃 지린내 아른아른 아지랑이 피어오른다 오줌을 갈긴다 앞서 달려나가던 개가 찔끔 오줌을 갈기니 따라가던 다른 놈이 그 자리에 다시 갈긴다 나무가 움찔 진저리친다 지린내 노랗게 뿌리로 스며들어 숨 가쁘겠다 가쁜 숨결, 소용돌이치는 하늘 팽팽하게 괄약근이 조여든다 씨방 속 씨알 둥그스름 굵어지겠다 엄동의 시간들은 닫혀있고 폐쇄돼 있다. 산자락마다 따뜻한 봄볕이 내리쬐이면 아른아른 아지랑이 속으로 개울가 버들강아지의 솜털이 파르르 바람에 떨리고 노란 민들레꽃이 피어오른다. 어디 그뿐인가 겨우내 털갈이도 하고 움츠렸던 개들도 뛰어다니기 시작하는 생명의 계절이 도
시
등록일 2016.03.22
게재일 201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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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속에는 댓잎이 참 많이도 모여 살지 우우 소리를 내며 나란히 줄지어 바람을 닮은 솟대까지 세우고 말이야 우산 속에는 사람들이 참 많이도 모여 살지 이마를 부비며 서로를 받쳐주는 일에 깃발을 걸고 무등까지 타면서 말이야 먹장구름 속일수록 더 단단히 모여들지 이렇게 우리가 우산처럼 모여 산다는 것은 더함께 수직에 맞서 둥글어지는 일이야 초록은 모여서 살고 부대끼며 어울린다는 시적 발상에 시인 정신이 나타난 작품이다. 군림하는 수직의 힘에 맞서기 위해서 둥글어지면서 모여 힘을 모은다는 것은 스스로 일어서는 것을 의미한다. 부드러운 직선이라는 말이 있다. 그 의미를 우산이라는 시에서 다시 읽는다.
시
등록일 2016.03.21
게재일 2016-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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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바위를 기어가던 어린 게 한 마리 어두운 그림자 다가서자 바위틈에 몸 찰싹 붙는다 몸 찰싹 붙는다 잡아떼려 했으나 필사적으로 앙버티는 발가락들 좀더 힘을 주자 우두둑 뼈마디 부서지는 소리를 낸다 `힘으로 끝장을 보자` 그예 손이 나가려는데 문득, 등 뒤가 서늘하다 싸움에서 이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지 모른다. 그런데 이 시의 제목처럼 지는 싸움은 어려운 것이다. 필사적으로 힘으로 하면 어찌 갯바위에 달라붙은 어린 게를 뜯어내지 못하랴. 시인은 손이 나가려다가 멈추고 머리를 스치는 생각으로 그 싸움에서 물러서고 만다. 세상사에도 이런 싸움은 가끔 있다. 이기는 것이 이기는 것이 아니고, 져도 지는 것이 아닌 싸움이 말이다. 이게 인생이다.
시
등록일 2016.03.20
게재일 2016-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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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물시장 한 켠 낡은 궤짝들 틈에 낀 정어리의 붉은 눈 앞에서 멈춘다 모든 사랑들은 겹겹의 안개를 헤집고 찾아낸 새벽 모퉁이 그 한 여자의 충혈된 불면 속으로 모였었음을 발길을 돌려 스무 해 전의 내 몽정 속으로 때늦은 귀향을 한다 새벽 어물전에서 청춘의 시간들을, 그 열정의 순간들을 기억해내는 시인은 그 순간들이 헛된 것이 아님을 느낀다. 붉은 눈, 새벽, 충혈, 불면, 어쩌면 충동적이고 격정적인 지난 시간들의 기억을 더듬으면서 가만히 현실의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다. 우리에게도 지나간 아름다운 청춘의 시간들이 있었다. 가만히 뒤적여보고 싶은 아침이다.
시
등록일 2016.03.17
게재일 2016-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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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산행 길 약수터 양지 기슭 철 이른 진달래가 분홍 입술을 산도 몸 풀어 푸석한 흙 흘리자 봄 풀 싹이지 마구 밀어 올린다 올 때가 된 것이다 복사꽃들도 몽우리를 터질 듯 두근거리는 눈이 휘황한 어디서 본 듯한 그래 봄이다 입춘 무렵은 어떤 예감들로 온갖 기류가 팽팽하게 흐르거나 나지막한 소리들이 사방에서 들리는 듯하다. 겨우내 움츠렸던 차가운 대지에 따순 생명의 기운들이 차오르고 새순을 내놓기 위해 몸부림치는 자연의 부산함 때문이리라. 시인은 이러한 예감을 입춘 무렵의 이른 아침 산행길에서 느끼고 자연의 소리를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생명의 계절이 도래하고 있다. 희망 크다.
시
등록일 2016.03.16
게재일 2016-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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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폭설이 내려 집과 집으로 난 마을과 마을로 난 길을 지워버리는 것은 그리하여 너와 나를 오도 가도 못하게 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이 그리 쉽게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일러주려 하심이다 그리하여 그리움의 전용도로인 하얀 길을 만들게 하려 하심이다 그리하여 눈이 녹을 때까지 밤새워 긴 편지를 쓰게 하려 하심이다 그리움의 자음과 모음이 맨발로 하얀 길을 가게 하려 하심이다 시인은 폭설로 마을과 마을 사이의 길이 지워져버리고 고립되어 오도 가도 못하는 경우를 단순한 소통과 교류의 단절만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이 쉽게 만나지 못하도록 폭설로 길을 지워버림은 그리움을 더 깊은 그리움으로 깊어지게 하려는 하늘의 뜻이 있다는 것이다. 하여 그리움이 더 짙어져서 밤새워 긴 편지를 쓰게 하려 하심이라
시
등록일 2016.03.15
게재일 2016-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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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밖에 비 내리니 남의 글이 읽히지 않는다 이런 날은 팔만경전도 다 남의 집 얘기 곱은 손 펼치니 못 보던 손금 하나 저 홀로 가지를 친다 절집에서의 수련과정은 참으로 힘든 고뇌의 길이다. 자기를 온전히 비워내지 못하면 그 어떤 경전도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고 시인은 고백하고 있다. 철저하게 자신을 비우고 욕망의 그 어떤 것도 떨쳐버리지 않고는 이르를 수 없는 경지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시
등록일 2016.03.14
게재일 2016-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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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결엔 듯 비가 내린다 해어진 손금처럼 갈라진 가슴으로 이른 새벽 물길 인도하시는 어머니 이 비 다 맞으시고 하늘 한 번 쳐다보고 알맹이는 다 빼내주고 품안엣 것들 젖 물리시려고 잠 머리 조심조심 건너 와 빗소리 감추시는 어머니 소중하지 않는 것들 있을까 사는 게 늘 어린 양 같아서 배냇짓 표정 보듬으시는 두 손안에 환한 당신의 얼굴 알맹이는 다 빼주고 품 안에 것들 젖 물려 다 퍼내 줘 버리고 빈 껍데기로 살아가는 것이 이 땅 어머니들의 한 생이다. 자식 새끼 잠 깰까봐 조심조심 잠 머리 건너와 빗소리까지 감추시는 어머니의 위대한 헌신과 사랑을 대신할 그 어떤 것도 세상에는 없다. 다 키워 세상에 내놓은 자식이라 할지라도 늘 어린 양 같은 생각이 들어서 마음 동동이며 걱정하
시
등록일 2016.03.13
게재일 201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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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망초꽃은 어디서도 핀다 거기 있어도 못 보았을 뿐이다 초록으로 옷을 입고 하얗게 웃으며 가까이 오라고 손짓을 한다 곱게 빗질한 꽃잎이 풋 각시 얼굴처럼 앳되다 옛날에도 들길에 피어 있었고 작년에도 어디서든 피었을 것을 옷깃을 스쳐도 모르고 갔다 목이 마르면 시들면서 제 몸을 짜내고 바람에 넘어지면 스스로 일어나서 꽃이 핀다 밝은 얼굴로 웃다가도 금새 울 것만 같은 개망초꽃이 오늘은 나를 똑바로 보고 있다 우리는 언제 만났고 또 언제 헤어졌는지 생각 하고 있다 개망초꽃은 이 땅 어디든 피어올라 늘 푸근하게 눈맞춰주는 정겨운 꽃이다. 그리 화려한 색깔이나 모양을 갖춘 꽃도 아닌 그냥 수수한 들꽃이다. 삶은 계란을 칼로 잘라보면 그 모양이 개망초꽃 같다고 하여 계란꽃이라고도 부른다. 언제 보아도 수수
시
등록일 2016.03.10
게재일 2016-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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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봉지들은 서너 달씩 그대로 방치되었다가 도저히 형체를 알 수 없는 지경이 되면 물풍선처럼 터지고 만다 … 불안의 그늘이 그녀를 엄습한다 또 다른 검은 봉지로 냉장고를 채우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낯빛은 밝아진다 도대체 알 수 없는 검은 속이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채우고 또 채워도 늘 부족함을 느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욕망이 지나치면 이 시에서처럼 물풍선처럼 터져버리고 만다. 그러나 인간은 끝없는 욕구에 목말라하고 더 많이 더 새로운 것으로 채우고 또 채우려고 하는 것이다. 도대체 알 수 없는 검은 속은 냉장고 속이 아니라 인간 욕망의 속이 아닐까.
시
등록일 2016.03.09
게재일 2016-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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