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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뒤틀린 기억을 껴안은 돌각담에 아스란히 새어드는 주먹만한 정적의 흐름을 읽고 있습니다. 뒤안길 외발로 걸어나온 때늦은 오후 힐끗힐끗 하늘 우르며 대숲으로 밀어내버렸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파문이 잠복하고 있습니다. 대숲에 머문 두터운 어둠, 속이 탈 난 굴뚝새의 자멱질, 댓잎을 떨게 합니다. 막다른 골목에서 뒤를 돌아보는 바람이 따스히 그들의 적소로 등을 돌리는, 이 아스라한 적요 늘 소란스러운 소리들을 생산해내면서도 깊은 적요에 빠져있는 대숲은 엄청난 서사를 품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시인은 정적의 흐름을 좇아 시선과 귀를 기울이고 있다. 아니 깊은 마음의 귀를 세우고 비밀에 쌓인 그 서사에 다가서고 있다. 굴뚝새의 자멱질에도 때로는 더센 바람의 흔듦 속에서도 가만히 그 소리들을 잠재우며
시
등록일 2015.07.08
게재일 2015-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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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 밑에 도시가 숨었나? (…) 밤, 비가 오면 승강장에 서 있던 나는 발밑에 누워있는 나를 본다 아스팔트 밑으로 스며들고 있는 도시를 본다 빗물에 녹아난 어둠도 본다 안경을 고쳐 쓴다 고쳐 쓴 안경을 호주머니에 넣고 아스팔트 밑에 숨은 도시로 걸어 들어간다 밤, 비가 내리는 도시의 서정을 특유한 발상으로 그려내고 있다. 현대인, 도시 사람들이 겪는 슬픔 혹은 한계들을 보여주고 있다. 단절되고 은폐되거나 무관심과 폐쇄되어버린 문명 혹은 사람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위기의식 같은 것이 시 정신으로 숨겨져 있다. 기껏해야 안경을 고쳐 쓰는 일 밖에 할 수 없는 도시인의 한계에 깊이 공감되는 작품이다.
시
등록일 2015.07.07
게재일 2015-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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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양간 앞 나무백일홍과 우산도 없이 심검당 섬돌을 내려서는 여남은 명의 비구니들과 언제 끝날꼬 중창불사 기왓장들과 거기 쓰인 희끗한 이름들과 석재들과 그 틈에 돋아나는 이끼들과 삐죽삐죽 이마빡을 내미는 잡풀꽃들과 목숨들과 목숨도 아닌 것들과 함께 젖는다는 공통의 정황 속에 자연도 중창불사 기왓장도 비구니들도 잡풀들도 사람도 다 들어있다. 모두 비에 젖으며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찰 경내의 많은 요소들이 서로 기대며 도우며 함께 젖는 것은 아름다운 상생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아무 조건 없이 똑 같이 비에 젖고 있는 것이다.
시
등록일 2015.07.05
게재일 2015-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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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되고 싶은 날은 저녁 숲처럼 술렁이는 노천시장 간다 거기 나무 되어 서성대는 이들 많다 팔 길게 가지 뻗어 좌판 할머니 귤탑 쓰러뜨리고 젊은 아저씨 얼음 풀린 동태도 꿰어 올리고 노천시장에선 구겨진 천원권도 한몫이다 그리고 사람이 내민 손 다른 사람이 잡아주는 곳깎아라, 말아라, 에이 덤이다 생을 서로 팽팽히 당겨주는 일은, 저녁 숲 바람에 언뜻 포개지는 나무 그림자 닮았다 새들이 입에서 튀어나와 지저귀고 포르르릉 날다가 장바구니에, 검정 비닐종지에 깃들면 가지 끝에 매달고 총총 돌아오는 길 사람의 그림자, 나무처럼 길다 이 땅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노천시장 풍경을 정겨운 언어들로 그려내고 있다. 노천시장에는 삶의 진국이 배어있는 사람들이 소품들을 사고팔면서 아름다운 동행을 하고 있다. 함께 어울려 물
시
등록일 2015.07.02
게재일 2015-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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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짝물 얼고 시주 보살 끊기고 수흥루 회승당 짝신 신은 사미마냥 계단계단 올라서는 절집 그림자 극락보전 추녀마루 너머 휑하니 노고단 길 뚫렸으니 올 겨울도 턱받인가 아미타불 내일 아침 또 책상 물린 신중들 헐떡헐떡 구례 장터로 내려가 초발심 몸과 마음 마냥 버리겠고 노을 퍼지고 저물어가는 지리산 자락의 천년고찰 천은사의 풍경을 운치있는 언어로 그려내고 있다. 묘사가 깨끗하고 정갈하다. 고요하지만 그 속에 활발한 득도를 위한 정진이 있는 곳, 수행과 침묵의 시간들이 가만히 흘러가는 절집의 저녁 평화가 편안하게 한다. 바쁘고 분탕스런 세속의 시간을 버리고 깨끗한 그 풍경 속으로 스며들고 싶다.
시
등록일 2015.07.01
게재일 2015-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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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자리들, 혹은 별이 긋는 빛의 길들, 마음이 끌어당기는 무늬들, 그는 별의 전언(傳言)을 화폭에 옮긴다. 오래 그 짓을 하다 이제 제 이름자도 별자리처럼 새겨넣을 줄 알게 되었다 성좌들은 서로 끌어당기고 밀며 아득히 흐르다 어느 한 순간 또 되돌아선다. 유혹은 그 끌어당김의 이름, 그 이름끼리의 간절한 몸짓이다. 깊은 물의 속울음 같은, 그 깊은 소용돌이의 합창, 길게 내지르는 빛의 소리가 몇 억 광년의 시간을 건너 지금 그의 가슴에 쏟아지고 있다. 이 시는 화가 어세두의 `유혹` 이라는 그림에 대한 시인의 느낌을 산문으로 풀어낸 시다. 시인은 투명한 환상의 유혹에 사로잡혀서 그림을 해석하고 있다. 우주 혹은 자연 근원의 유혹에 대해 깊은 미학적 접근을 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의 정신세계도 어떤 끌어당김
시
등록일 2015.06.30
게재일 201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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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유리컵 같은 저 동해의 자궁을 열고 몇 조각 뼈로 태어나 백두의 핏줄 독도가 산다 수줍은 태초의 햇살이 맨 처음 닿는 곳 해협 밖 미친 바람이 제 뿌리를 흔들 때는 시퍼런 힘줄이 돋는 겨울 바다의 등뼈 결연히 창검을 세운다 그 실존의 벼랑에서 부르르 살을 떨던 혈육들도 잠든 바다 거친 풍랑에 꺼질 듯 깜박이다 때로는 고독에 깎이며 소금꽃을 꺾어 문다 몇 조각 뼈로 태어나 백두의 핏줄을 이어 푸르게 깨어있는 독도를 우리 가슴 속에 새겨주는 시인이 간절함이 뜨겁게 다가온다, 최근 일본의 반인륜적 저들의 과거 침략행적을 부정하고 지우려는 시도에 온 나라와 아시아가 분노하고 있는 즈음의 이 시 한 편은 부르르 살을
시
등록일 2015.06.29
게재일 2015-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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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밤이면 연못 속에서 찌륵찌륵 울던 늙은 잉어, 아버지가 놓아준 그 잉어 아버지의 잠을 빌려 만월 속을 헤엄치는 꿈 그 환한 꿈을 꾸느라 은비늘들 고요히 떨릴 것이다 아름다운 풍경 한 폭을 본다. 아버지의 낚시와 늙은 잉어, 환하게 밝아 풍덩 빠지고 싶은 만월과 은비늘 같은 소재들이 꾸며내는 평화롭고 정겨운 그림 하나를 우리에게 건내주고 있다. 아버지가 잉어의 몸을 빌려 물속의 꿈같이 조화로운 세계를 이루고 있음을 보여주면서 시인 또 그러한 아름답고 조화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음을 본다.
시
등록일 2015.06.28
게재일 2015-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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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둔 책, 쓰다 둔 원고지 벗어둔 옷가지나 양말짝 마구 흩어져 있는 엽서들 나는 가끔 이렇게 흩어져 있다 물건들만이 아니고 궁리하는 생각의 부스러기조차 흩어져 방의 허공을 떠돈다 흩어져 있는 것들의 편안함 책은 나의 베개가 되고 옷가지는 침구가 되고 엽서는 환상의 궁전이 되고 방안 가득 넘쳐나는 자유스런 생각의 파편들 그 조각들을 짜 맞추며 무료한 시간을 떼우는 식곤증 나는 때때로 흩어져 있는 것들을 즐긴다 메모지, 사진첩, 손수건 버려진 고향집 지붕 위의 기왓장 흩어진 이웃들의 얼굴, 얼굴들 저 떠도는 입자들의 반짝이는 갈증 일상 속에 흩어져 있는 소품들과 시인의 정리되지 않은 내면의 궁리들은 가만히 혹은 평안하게 존재한다. 어떤 허무나 절망의 그늘도 없이 반짝이며
시
등록일 2015.06.25
게재일 2015-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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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 말라붙은 시멘트길도 산길이라 느즈막 유월의 오후가 개운하다 특별관 건물 지나 기숙사 가는 산책로 1미터 남짓 폭의 시멘트길 걸어 엉키고 들뜬 마음자락들 풀어 던지니 잎새마다 초록의 길 마음이 앞서 걷는데 무심하듯 내디딘 발걸음 앞에 저도 마음 쉬는 듯 멧새 한 마리 앉았는데 초록의 그 마음 행여 다칠세라 걷던 길 가지 못하고 걸음마다 숨 죽이고 돌아를 섰네 엉킨 마음들 온전히 산길에 두고 고향집 따나 오듯 돌아서 왔네 시인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학교의 뒤란의 숲길은 비록 콘크리트길이긴 해도 싱그러운 생명의 터로 가는 푸르른 길이다. 시인은 초록이 풍성한 그 길을 걸어 엉키고 들뜬 마음을 힐링하러 가다가 멧새 한 마리 앉아있음을 본다. 풍성한 초록도 초록이거니와 한 마리 고운
시
등록일 2015.06.24
게재일 2015-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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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여름은 짧구나 시간의 단두대 앞에서 고개 떨구지 않는 자 없다 서리가 한 번 치니 푸른 잎들 다 내린다 내일 바람 불면 남아 있을 잎 없겠다 동지들 다 가고 없는데오는 겨울 어떻게 맞을 것인가 다시 길을 묻는 수밖에 질문을 사냥개처럼 물고 늘어져 엄혹한 현실의 매질 앞 사소한 것에 화내거나 목숨 걸지 않고 내 안의 나약함과 부도덕을 먼저 때려죽이며 부드럽게 견디는 수밖에 시대를 뜨겁게 살아온 시인의 현실인식이 강하게 나타나있다. 90년대적 정신사의 황량함 속에서 고뇌하는 시인의 모습을 본다. 동지들은 다 흩어져버리고 다시 시린 겨울이 다가오고 엄혹한 현실의 매질은 이어지는데 어떻게 살아야할지에 대한 고민이 나타나있다. 고민과 고뇌는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서운 현실을 견디겠다
시
등록일 2015.06.23
게재일 201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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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층이 아파트마다 환히 불이 켜지고 투명한 쌀이 보얗게 밥으로 익는 동안 발벗은 이른 적막이 식탁 위에 가지런하다 뜨거운 밥으로도 데워지지 않는 말갛게 빈 저녁 한 때 아, 문득 낯선 얼굴 하나 국그릇에 떠있다 혼자서 하는 저녁식사는 외롭고 지루하고 어둡다. 식탁 위의 어두운 적막을 걷어내고 혼자서 먹는 저녁식사는 싸늘하고 시리다. 식탁 위에는 맑은 물이 흐른다. 온갖 생각들이 잦아들고 혹은 온갖 사념의 무늬들이 국그릇 속에 떠오르기도 한다.
시
등록일 2015.06.22
게재일 201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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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풀은 이삭을 끄덕이며 제 길을 수긍한다 산국은 꽃 점점의 형광으로 제 길을 밝히고 은사시나무는 우듬지를 흔들어 길을 드높인다 동박새는 또 목청을 가다듬어 제 길을 노래하고 삵쾡이는 튀는 발이 날래어 없는 길도 뚫는다 시방 물들고 시드는 숲에서도 길은 닫히지 않는다 추풍 치고 잎 덮이고 그 밑에선 땅강아지가 길을 판다 시방 이 숲에서 숨 타지 않은 길은 하나도 없어 보이는 길도 보이지 않는 길도 썩 깊고 아득할 뿐! 이 시에서의 길은 사람 뿐만 아니라 나무나 새, 강아지풀 같은 자연물이 함께가는 생존과 생명의 길이다. 현대의 메카니즘을 비판하면서 다분히 문명비판적인 시적 경향을 보이는 시인들이 많은데 시인 고재종은 자연과 인간, 우주가 함께 가는 공생적 길을 제시하고 있다. 아름다운 동행이
시
등록일 2015.06.21
게재일 201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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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답에 까만 털투성이의 어둠이 와서 어슬렁거린다 내다버린 폐기된 사랑들이 잿가리처럼 그 바닥에 시대의 뚝에 쌓여 있다 차거운 공간으로 내비치는 환한 속살을 여미며 달밤들은 멀리 비켜서 있느니 꿇어 엎드린 산맥 뒤에서 허공은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이 밤에 우리가 뼈로써 곳곳에 뒤벼놓은 침묵을 공기들이 어석거리며 밟히는 소리를 밤이 더욱 까만 털투성이의 몸을 뒤설레인다 불길한 징조가 느껴지는 어둠이 깔린 조용한 상황을 연출하면서 시인은 음산한 시대의 밤을 그려내고 있다. 숙명처럼 답습되고 있는 가난과 배고픔, 시대의 아픔을 피폐한 민중들의 궁핍함을 시인의 폐허의식과 환멸의 의식에 담아 담담히 풀어내고 있다.
시
등록일 2015.06.18
게재일 2015-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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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돌아가리라 굽이굽이 이 비탈에 어둠을 묻고 거친 들 바다 건너 나 돌아가리라 속절없이 죄는 밧줄 내 손으로 풀고 날마다 잎 지는 가시나무 숲을 지나 빛이 되어 눈부신 아침으로 나 돌아가리라 오직 하나 불처럼 타는 꿈 온몸에 두르고 아직도 허공에 가득히 떠도는 넋들을 따라 거친 들 바다 건너 나 돌아가리라 나 돌아가리라 날마다 잎 지는 가시나무 숲 같은 아픔과 상처가 즐비한 세상을 살면서 시인은 그 거칠게 닥쳐오는 어둠을 헤치고 나가는 빛이 되어 눈부신 아침으로 나아가고자하는 강한 극복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불처럼 타는 꿈을 이룰 수 있는 세상을 향해 온몸으로 싸워서 끝내 이기겠다는 굳은 다짐을 하고 있다. 강한 현실극복의지가 나타난 시다.
시
등록일 2015.06.17
게재일 2015-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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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산정(山頂) 바라보면 신록이 나를 씻고 천만파(千萬波)로 몸을 틀며 입맞추어 노래한다 그 소리 너무 가늘어 어머님이 들으실까 오월의 우주는 온통 깨어있다. 바쁘고 시끄럽지만 푸르른 기쁨이 묻어난다. 말할 수 없는 생명감으로 자연은 잠들지 못하고 있으리라. 오죽했으면 시인이 천만파로 몸을 틀며 노래한다고 노래하고 있을까. 때로는 엄청난 힘이 느껴지는 대합창으로 때로는 가늘디 가는 미세한 소리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시인의 밝고 세미한 시안이 놀랍다.
시
등록일 2015.06.16
게재일 2015-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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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의 영혼에게 휴식이란 없다 그는 늘 고통에게 아침 인사를 건내며 외출을 한다 벌새의 분주한 날개를 타고 상처받은 사람의 영혼은 언제나 몸 밖을 떠돈다 상처보다 깊은 어둠의 노래와 함께 하여 어느 날, 그대를 찾아온 죽음이라는 영원한 휴일도 그대 영혼을 만날 수는 없었으리 상처받은 영혼이 몸 밖을 떠돈다는 것과 그 시간에 쓰여진 시에는 어둠이 묻어난다는 것과 죽음이라는 영원한 휴일이 올 때까지 이 몸을 가지고 살아가야한다는 것을 독백하는 시안이 깊고 그윽하다. 시인은 인간이 근원적으로 가진 운명적 한계를 성찰하고 있다. 사랑하는 일의 곤고함 혹은 상처와 절망 같은 것에 대한 깊은 사유가
시
등록일 2015.06.15
게재일 2015-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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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내게 한 송이 붉은 꽃이 되라 하네 내 책상 위 빨간 장미 한 송이 꽃이파리 떨어져 그네들 포근한 꿈이 되라 하네 꽃다운 젊음 지키는 날카로운 가시가 되라 하네 푸르러 푸르러 무성히 자랄 때까지 날카로운 가시에 심장이 찔려 흐르는 피로 땅을 적시고 앙상한 몸뚱이 그네들 푸른 희망으로 덮일 때까지 스스로 붉은 꽃 자꾸자꾸 피워올리는 한 그루 붉은 꽃나무가 되라 하네 이 땅의 참 교육 실현을 위해 현장에서 확고한 신념과 뜨거운 열정으로 교단을 지키고 있는 시인의 다짐과 결의에 찬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작품이다. 한 때 교육운동으로 교단을 떠나는 아픔도 겪었던 시인으로는 어떤 형극의 길이 앞에 놓일지라도 꿋꿋이 걸어가겠다는 강단진 자기결의를 다지고 있다.
시
등록일 2015.06.14
게재일 2015-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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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구나무 서서 멀리 바라보는 세상은 참으로 아늑하고 평화롭기도 해라 나는 오늘도 목장갑 낀 채 앞산 중턱에서 한참을 거꾸로 서서 온 세상 내려다본다네 아득한 시가지는 환상과 동심의 세계 흰구름 위로 두둥실 떠가는 딴 세상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두 손 쳐들고 다리까지 번쩍 쳐들골랑 맨머리로 잘도 맴돌고 있구나 팽이처럼 팽이처럼 돌고 또는 세상에 나는 팽이채 든 거인 사람들은 갈수록 작아져 쳇바퀴 도는 개미들 사람들이 살기 힘들고 팍팍한 세상이라고들 하는 세상을 시인은 거꾸로 보고 있다. 물구나무 서서 바라보는 세상은 아늑하고 평화롭고 환상과 동심의 세계로 보인다는 것이다. 모든 사물과 현상을 거꾸로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실존의 세상은 어떤가? 살아가기 힘든 팍팍하고 삭막한 세상이다. 시인은 이러한 세상
시
등록일 2015.06.11
게재일 2015-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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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 벌판에 나가 나는 불을 지펴야 한다 이곳에 살기 위하여 목숨 바친 친구 머리맡에 불을 지펴야 한다 무덤이 그 영혼을 어떻게 가두었는지 내 눈으로 보리라 얼음 위에 불을 피우고 얼어붙은 그이 피가 내 몸 속에 어떻게 타오르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곳에 살기 위하여 어째서 그의 혼이 밤마다 언 땅 속에서 탈출하며 죽음과 삶이 어떤 형식으로 만날 수 있는가를 평생을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치열한 시대정신을 가지고 민주화운동에 비켜서지 않았던 시인의 시대인식이 깊이 배어나는 시다. 독재시대를 건너며 목숨 바쳐 싸워온 사람들의 그 고귀한 희생을 잊지 않으려는 다짐과 함께 아직도 세상의 곳곳에 혼재해 있는 불구와 불균형의 사회적 모순을 향해 의연하게 대결하겠다는 강단진 목소리를 들을
시
등록일 2015.06.10
게재일 2015-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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