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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바람에 마른 수숫대만 서걱이는 빈들입니다 희망이 없는 빈들입니다 사람이 없는 빈들입니다 내일이 없는 빈들입니다 아니 그런데 당신은 누구입니까 아무도 들려하지 않는 빈들 빈들을 가득 채우고 있는 당신은 희망이 없고 사람도 없고 내일이 없는 빈들은 도대체 어디일까. 소외된 농촌일 수도 있고 메카니즘이 지배해 버린 문명의 현대사회일 수도 있다. 목사이기도 한 시인의 눈에는 극에 달한 타락한 종교적 현실일 수도 있다. 이 시는 그런 절망적 상황의 제시로 끝나지 않고 그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희망의 빛을 비춰주고 있다. 치유와 위로, 극복과 희망, 종교적 구원에 대한 확신이 시 후반부에 제시돼 있다.
시
등록일 2015.11.09
게재일 2015-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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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 유성이 자신을 태우는 건 사랑하는 별에게 갈 수 없어 분신(焚身)하는 것이라는데 단 한번만이라도 유성처럼 사랑하고 싶다 길게 곡선을 그으며 저 쪽 하늘 끝으로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며 시인은 필생의 사랑을 생각하고 있다. 누구의 가슴으로 지는 별이기에 저리도 아름다운 빛을 길게 끌며 소리없이 지는 것일까. 자신을 태워 온전히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투신하는 유성처럼 사랑하고 싶어하는 시인의 절절한 심정이 이미 하나의 별똥별인지 모른다.
시
등록일 2015.11.08
게재일 2015-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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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서둘러 왔다는 듯 바위틈에서 물줄기는 한번 몸을 뒤튼다 산고(産苦)를 겪는 사람처럼 물줄기는 한번 크게 아파하고 싶은 거다 꽃은 꽃을 피워내어 그 아름다움의 절정을 이루듯 온갖 자태로 진초록 하얀 꽃을 패워내는 물줄기의 모습은 그 아름다움이 극한에 이르렀을 때 우지끈 새로운 정신을 낳아버리고 싶은 거다 그리하여 뒤틀리며 소용돌이치며 저렇게 된통 앓아버리는 거다 먼바다에 닿기 전 한번쯤은 자신의 삶에 대해 깊게 고뇌하고 싶은 거다 여울물 소리를 들으며 시인은 자연이나 사람이나 극한의 순간에서는 최선을 다해 자기를 발산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애쓴 물줄기들이 개화의 순간 우지끈 새로운 정신을 낳는다는 표현에서 그걸 느낄 수 있다. 사람도 산고의 힘겨운 순간에 몸을 뒤틀고 마침내
시
등록일 2015.11.05
게재일 2015-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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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비는 소리가 없다는 걸 이대도록 까맣게 모르고 살았습니다 하늘 어드메쯤에서 길 떠나 지상의 어딘가에 닿을 때까지 비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는 걸 내 가슴이 텅 빈 이후에야 알았습니다 비에도 길이 있어 그 길을 따라 바다에 가 닿으면 파도소리가 나고 키 큰 나무에 내리면 푸른 나뭇잎소리가 나고 시골 학교 운동장에 가 닿으면 맑은 노래 환한 웃음소리가 난다는 걸 그와 헤어져 돌아오는 날 인사도 없이 돌아선 그 날 내 가슴으로 내리는 비에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는 걸 알고서야 비는 소리가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떨어지는 비가 어디에 닿느냐에 따라 소리가 나고 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러나 시인은 허망하고 외로운 가슴에 내리는 비는 소리가 나지 않음을 깨닫는다. 비를 어떤 마음으로 바
시
등록일 2015.11.04
게재일 2015-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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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원자탄에 맞은 사람 태백줄기 고을 고을마다 강남제비 돌아와 흙 물어 나르면 솟아오는 슬픔이란 묘지에 가 있는 누나의 생각일까… ? 산이랑 들이랑 강이랑 이뤄 그 푸담한 젖을 키우는 울렁이는 내 산천인데 머지 않아 나는 아주 죽히우러 가야만 할 사람이라는 것이라 오랫동안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시를 써온 시인의 현실인식이 치열한 시다. 외세와 식민지적 현실을 극복하겠다는 의기가 시 전편에 깔려 있다. 지금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핵과 전쟁, 테러로부터 소중한 우리의 인명과 재산을 보호받아야 함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어 깊이 동의하고 싶은 작품이다.
시
등록일 2015.11.03
게재일 2015-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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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동이 가득 남실거리는 물동이를 이고 서서 나를 불렀습니다 용태가아, 애기 배 고프겄다 용태가아, 밥 안 묵을래 저 건너 강기슭에 산그늘이 막 닿고 있었습니다 강 건너 밭을 다 갈아엎은 아버지는 그때쯤 쟁기 지고 큰 소를 앞세우고 강을 건너 돌아왔습니다 이 소 받아라 인생이란 부모로부터 목숨을 받아 태어나 살면서 끝내 그 부모님의 끈을 이어받고 다시 자식에게 그 끈을 물려주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시인의 의식이 자연스레 잔잔한 감동으로 이어지는 시다. 섬진강 강가에서 태어나 거기서 아이들을 가치는 선생이 되어 평생 고향을 지킨 시인의 가족사적 순응과 계승의 아름답고 정겨운 끈을 본다.
시
등록일 2015.11.02
게재일 2015-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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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방이 더럽고 누추해서 줄 것이 별로 없어서 힘들여 열어논 서랍엔 너의 슬픔을 잠재울 것 대신 세상의 아픔을 기록한 요오드징크빛 서한과 결린 데 바르는 물파스뿐이어서 훔쳐갈 무엇이 있는 것처럼 도금을 한 채 살아서 이 시대의 시인이면서 네가 훔쳐갈 좋은 시 하나 갖지 못한 채 부자로 살아서 미안하다 전문의로 일하면서 시를 써온 시인의 솔직한 고백이 감동적이다. 의사로 일하면서 많은 재화를 모을 수 있는 처지에 있지만 청빈하게 살아가는 삶의 모양이 정겹게 다가온다. 또한 시대 정신을 꿰뚫고 치열하게 시를 쓰지 못하는 자신의 문학적 자세에 대한 겸허한 반성과 성찰이 있어 더욱 잔잔한 감동에 이르게 한다.
시
등록일 2015.11.01
게재일 2015-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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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을 흔들던 미친 바람은 어디로 갔는가? 돌멩이를 쪼개던 햇빛의 망치는 또 어디로 갔는가? 차가운 강물에 손을 담그고 이제 발톱이 자라면 발톱을 깎고 눈썹이 자라면 눈썹을 깎고 설움이 자라면 설움을 깎고 담담하게 현실에 대응하겠다는 차분하고 건강한 시인의식을 본다. 살아가면서 닥치는 그 어떤 절망의 장벽과 힘겨운 상황일지라도 유연하고 담담하게 대처하고 극복해 나가겠다는 강단진 정신을 느낄 수 있다. 한 때 치열하게 현실에 맞섰던 시간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차분하고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뚫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시
등록일 2015.10.29
게재일 201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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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축제가 한창인 광장 한 켠 국화빵 가게가 홀로 피어 있다 사람들은 노랗고 빨간 꽃의 난무 속을 걸어 국경처럼 남루한 가게에 도착한다 모래바람이 부는 사막의 어느 나라처럼 1톤 트럭 짐칸은 붐비는 천막 밀가루 반죽을 채워 넣고 그 위에 꽃술 같은 팥 앙금을 살짝 포개면 화분마다 둥근 압화들이 피어난다 우리는 모두 가을의 국경을 넘어가는 초조한 시간 여행자 출입증 같은 빵 하나씩 받아들고 사람들은 조금씩 겨울이 되는 걸까 호호, 뜨거운 김을 삼키며 더러는 서로의 표정을 곁눈질하며 천둥과 비바람과 뙤약볕으로 속이 꼭 찬 빵 속으로 계절의 난민 몇 걸어가고 있다 맞다, 우리 모두는 가을의 국경을 넘어가는 초조한 시간의 여행자인지 모른다. 국화꽃 피어 향기롭고 환하지만 옷깃을 여미는 늦가을, 쓸쓸하게 저무는 시간
시
등록일 2015.10.28
게재일 201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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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가난하고 외로웠던 유년시절을 돌아보며 뜨겁게 눈시울을 적시는 시인을 본다. 가난과 병마에 찌들고 힘들었던 유년의 시간이 이 땅 어딘들 누구엔들 없었으랴. 시장에 열무 팔러간 어머니를 기다리며 몰려오는 두려움과 배고픔과 그리움에 젖었던 어린 시절이 아프게 새겨져 있는 것은 비단 기형 도시인에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 유년의 윗목엔 지금도 눈시울 뜨겁게 만
시
등록일 2015.10.27
게재일 201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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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 지나가다 돌탑을 보거든 돌 하나 얹어 주오 억겁을 쌓아온 업보를 품기 위한 풀잎 같은 발원이니 행여 지나가더라도 돌아와서 돌 하나 얹어 주오 내생에 나아갈 긴 연등 행렬에 새순 같은 축원이니 행여 지나가서 못 돌아와도 돌 하나 얹어 주오 꿈꾸는 성불을 오솔길 돌아오듯 기다리는 마음이니 인생이란 끝없이 기다리고 기다리는 것이리라.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마음 졸이며 기다리고 기원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길고 긴 연등 행렬 같은 인생길에 새순같은 바람을 품고 살아가는 시인의 바람을 본다. 그것이 성불을 위한 것이던 한 생을 걸고 추구하고 갈구하는 그 어떤 목표이던 그것의 성취를 위해 끝없는 기다림과 기원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시인의 겸허하면서도 질긴 정신을 본다.
시
등록일 2015.10.26
게재일 201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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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까닭은 언덕에 서서 내가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언덕에 서서 내가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 까닭은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겠다고 고백한 `소풍`으로 깊은 감동에 이르게 한 시인 천상병의 생을 관조하는 시다. 천진무구함으로 우리가 가야할 생의 길을 일러준 시인의 눈에 비치는 강물은 무엇일까. 강물을 바라보며 온종일 울기도 하고 해바라기처럼 서서 그리움에 젖기도 하고,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기도 한 강물은 도대체 무엇일까. 깊은 사념에 빠져들게 하는 시가 아닐 수 없다.
시
등록일 2015.10.25
게재일 2015-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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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은 벗기면 초라해지고 저 잘났다고 설치는데 형체마저 알아볼 수 없이 으깨어진 콩은 뭉쳐서 네모난 두부를 만들고 어우러져 하나 되는 법을 가르친다 간장을 쏟아붓고 시어빠진 김치를 쏟아부어도 허연 살덩이는 꿋꿋하다 칼로 자르면 분배의 원칙을 가르쳐주고 시커먼 손으로 제 살 파먹으면 얼굴 마주하는 법 가르쳐준다 냉장고에서 꺼내 뜨거운 물 속에 처넣어도 넉넉함을 잃는 법이 없다 어떤 것들은 제 살 파먹으면 두 눈 치켜뜨고 지랄이건만 으깨어져야 비로소 하나 되는 법을 가르쳐준다 두부를 제재로 쓴 의미가 깊은 작품이다. `어우러져 하나됨`에 시인정신이 집중되어 있음을 본다. 우리가 흔하게 먹는 두부를 가만히 관찰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세상 살다보면 각자의 개성이 돋보일 때가 있다. 그러나 더 소중한 것은
시
등록일 2015.10.22
게재일 201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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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엔 예쁜 독사진 하나 가지고 싶다 빛바랜 미소 하나 힘없이 나부끼는 그곳에 빨갛게 단풍 들어도 떠나지 않을 잎새 하나 새로이 매달고 싶다 풍성한 결실의 계절 가을을 시인은 결핍과 생성에 대한 시안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 간절히 기원하고 소망하는 그 무엇이 있다. 예쁜 독사진이나 거친 바람이 불어와도 떠나지 않는 잎새 하나를 간직하고 싶어하지만 실상은 가을의 황량함과 말할 수 없이 쓸쓸한 시인의 가슴에 담고 싶은 그 무엇을 기다리고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다. 뭐라 규정하기 힘든 그것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시
등록일 2015.10.21
게재일 2015-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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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지처참으로 사지 끊긴 그것으로도 모자라 부은 양 어깨와 등짝 속 깊이깊이 새빨간 잉걸불 몇 덩이를 뜸장들로 박고 견디는 제 발원에 뜸 뜨고 섰는 강진만 길 저문 해안도로 옆 전신에 땀 비 오듯 흘리고 섰는 주변에 살 타는 매운내 진동하는 늙은 동백나무 한 그루를 만났다 박모(薄暮)의 이십세기 어느덧 그렇게 쉰 나이 지난 나를 만났다 20세기의 끝자락에 남도를 기행하며 만난 늙은 동백나무에서 시인은 자신을 본다. 능지처참으로 사지가 끊기고 어깨와 등짝 속 깊이 새빨깐 잉걸불을 박고 선 늙은 동백나무에서 자신의 지난 삶을 보고 있다. 상처와 시간의 풍화작용을 온몸으로 견디며 생명의 불꽃을 태우며 살아온 시인의 쉰 해 동안의 삶을 성찰하는 시인의 눈이 깊이 젖어있다.
시
등록일 2015.10.20
게재일 201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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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라 그리운 얼굴 산 넘고 물 건너 발 디디러 간 사람아 댓잎만 살랑여도 너 기다리는 얼굴들 봉창 열고 슬픈 눈동자를 태우는데 이 밤이 새기 전에 땅을 울리며 오라 어서 어머님의 긴 이야기를 듣자 쪼잔하고 술수에 등하고 권력에 업혀 권세를 누리며, 돈 좀 가지고 있다고 목에 힘주고 정직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을 힘겹게 하는 자들이 세상에는 많다. 이런 세상에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의롭고 고결함으로 시대를 뜨겁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립다라는 시인의 현실인식이 깊은 감동에 이르게 하는 시다. 세상에 타협하지 않고 오직 올곧은 시정신으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시를 써온 시인이야말로 그가 간절히 기다리고 기리는 바로 그 사람이 아닐까.
시
등록일 2015.10.19
게재일 201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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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홧가루 노랗게 버무려진 산 꿩 소리 한 입 베어 물고 새벽 산 오르다 입 안 가득 메아리치던 그 이름 삼키리 꾸역 꾸역 씹어보지만 첫 산모룽이 돌기도 전에 참았던 너를 꺼이 꺼이 뱉고 만다 지금은 조금 떨어진 곳의 대안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이주형 선생님의 시다. 몇 해 전 지역의 중학교에 근무하면서 겪은 일을 시로 표현한 감동적인 작품이다. 등굣길 교통사고로 의식불명상태에 빠진 사랑하는 제자의 아픔을 함께하면서 쾌유를 위해 시인의 헌신적이고 치열한 애씀을 곁에서 보아온 필자로서는 이 시 몇 줄이 가슴에 깊이 스며든다. 시 전편에 스민 제자 사랑의 마음에 거수경례를 하고 싶은 아침이다.
시
등록일 2015.10.18
게재일 2015-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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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지 못하는 사람만 아픈 것이 아니어서 사랑하지 못하는 자만 아픈 것이 아니어서 우리는 다 아픈가 봅니다 미움을 받는 이만 아픈 것이 아니어서 미워하는 자만 아픈 것이 아니어서 우리는 다 아픈가 봅니다 우리는 누구나 다 삭이기 힘든 아픔 하나 남몰래 가슴에 묻고 그렇게 사나 봅니다 사랑받길 원하고 사랑하길 원한다면 우리는 누구라도 별처럼 아름다운 잣대 하나씩 갖고 있어야 할까 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사람의 아픔은 땅의 척도로만 잴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요 인생의 원형질에는 아픔이 깊게 스며 있다는 시인의 인식에 깊이 동의하고 싶다. 그 어떤 사람도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없으리라. 우리 모두는 삭이기 힘든 아픔 하나씩 가슴에 묻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땅의 척도로는 도저히 그 아픔을 잴 수도
시
등록일 2015.10.15
게재일 2015-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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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면 고요한데 가까이 다가가 속을 들여다보면 흐른다 돌에 이마를 부딪치며 오만 잡쓰레기들이 얼크러져 서로 기대고 또 감싸 안고 피 튀기며 거칠게 비켜서서 숨 돌릴 곳은 세상 어디에도 없으므로 깊은 설움은 더 깊이 다스리고 치받는 신명은 소용돌이쳐 푼다 간발의 틈도 없이 사정없이 부닥쳐 박살이 나면 다시 몸 추슬러 더욱 세차게 몰아친다 삶의 이 진저리나는 격렬함 그러나 다시 멀리서 보면 한강은 백치같이 무심한 얼굴로 또한번 우리를 갈긴다 서울의 온갖 구정물과 더러움을 안고 유유히 한강은 흐른다. 시인은 한강을 얘기하면서 피튀기며 거칠게 살아가는 힘겨운 삶을 말하고 있다. 생존을 위해 깊은 설움에 들기도 하고 비켜서서 숨 돌릴 곳 조차 없는 문명의 극한인 서울에서의 생이 얼마나 격렬하고 힘겨운지를 암시
시
등록일 2015.10.14
게재일 2015-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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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사유상 그 기원이 궁금해질 때 바람이 마음 언저리를 맴돌다 꽃들 속으로 사라진다 반가사유상을 보면 왕좌를 버리고 진리를 찾아 떠난 싯다르타처럼 나 또한 무언가 버려야 할 것 같은 고약한 생각에 내가 갇힌다 막상 버릴 수 있는 것들 없어 당황스 런 순간 인생, 왜 이 단어가 떠오르는지 난감 하다 어쩌면 태초에 큰 것들 인생 같은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를 일 어쩌면 내 삶 작은 것들 하나 그리고 또 하나 그 먼지 같은 것들 삶을 관조하는 시안이 깊다. 영원의 사색이 빠져있는 반가사유상을 바라보면서 시인은 살아온 자신의 한 생을 돌아보고, 가야한 먼 길을 바라보고 있다. 인생. 거창한 의미와 가치로 포장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른다
시
등록일 2015.10.13
게재일 201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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