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기자가 만난 경북 사람
포항 흥해 마을활동가 김명준

김명준 씨는 외형적 재건과 문화·예술적 향유가 어우러지는 도시재생을 꿈꾼다.

‘눈빛과 표정이 티 없이 맑은 사람’. 포항 흥해에서 마을활동가로 일하는 김명준(49)씨를 처음 만났을 때 든 느낌이었다. 서른아홉에 포항으로 온 김씨는 현재 사회복지사와 마을활동가 역할을 병행하고 있다.

마을활동가란 자신의 거주하는 공간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그곳의 미래 발전 방안을 고민하는 사람.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지향하며 구체적 개선 방식을 공부하고, 전파하고, 실행하는 게 마을활동가다.

‘도시재생’도 마을활동가가 맡은 역할 중 하나.

‘인구 증가와 산업기술 발달로 이미 만들어진 도시 환경이 그 구실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돼 가는 걸 막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계획적으로 개선하는 사업’이 도시재생의 사전적 의미.

외형과 내면이 균형을 이루는 바람직한 ‘재생의 방법’을 고민하며, 자신의 생활 기반인 흥해의 긍정적 변화를 하나하나 만들어가고 있는 마을활동가 김명준을 지난주 수요일 본사 편집국에서 만났다. 김씨는 마을활동가와 협동조합의 일원으로서 살아가는 일상을 편안한 말투로 들려줬다. 아래 그의 꿈과 희망, 오늘의 삶과 내일의 계획을 소개한다.

 

경북시각장애인복지관 사회복지사로
서른아홉에 포항 정착 마을활동가 병행
흥해 특별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서 활동
지진피해 복구 등 도심 재건에 힘 보태
흥해특산물 이용한 제빵 협동조합도 설립
“장애인·노인 등 소외계층이 함께 잘 사는
자생공동체마을 만드는 꿈 이루고파”

-출생지와 출신 학교, 전공은.

△대구에서 태어나 어릴 때는 경기도에서 자랐다. 대학은 안동과 경산에서 다녔다. 보건학을 공부하다가 공대로 옮겼고, 대학원 전공은 사회복지학을 선택했다. 2010년 포항으로 왔다. 경북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일하게 되면서다. 30대 후반에 포항과 인연을 맺게 됐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뭔가.

△중앙엘림복지재단에서 사회복지 일과 흥해에서 마을활동가 일을 하고 있다.

-‘흥해 특별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에서 활동한다고 들었다. 어떤 단체인지.

△2017년 포항 지진 이후 생겼다. 포항시에서 지진 등 재해를 담당하는 부서가 도시산업안전과인데 거기서 방재와 도시재생 등의 업무를 맡는다고 알고 있다. 현재 포항시청에서 공무원들이 파견돼 흥해행정복지센터에 자리 잡고 지진 피해 복구 등 지역이 처한 어려움을 돕고 있다.

-‘마을활동가’라는 단어가 생소하다. 무슨 일을 하는 것인지.

△지진 이전부터 마을활동가는 존재했다. 주민을 위해 일하고픈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이웃과 소통하며 공동체를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들었다. 거주하는 마을의 복지 향상과 환경 개선 등을 위해 일한다. 급료는 받고 있지만 최저 시급 수준이다.

자부심과 열정이 없다면 하기 힘든 일이다. 내 경우도 사회복지 일을 하는 시간 외에는 거의 대부분을 마을활동가로 동분서주한다. 휴일에도 일을 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힘들기보다는 보람 있다.

-흥해는 포항 지진 당시 큰 피해를 입었다. 지금 상황은.

△거기서 삶을 이어온 주민 중 상당수가 집이 부서지는 등의 크고 작은 피해를 겪었다. 그간 정부와 지자체에서 피해 주민 주거 안정 등 복구를 위해 노력했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흥해를 떠났다. 남아 있는 주민들의 삶도 녹록지 않다.

경제적인 어려움은 물론 정신적인 고통과 상처를 아직 극복하지 못한 이들이 없지 않다. 마을활동가로 일하는 여섯 사람 중 한 분도 아직 약을 복용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흥해는 아직 지진이 준 생채기를 온전히 극복하지 못한 상태다.

-도시재생을 위해 만든 ‘흥해 특별도시재생대학’은 어떤 일을 하는지.

△특별재난지역 선포로 국토부에서 예산이 지원됐다. 그것으로 흥해의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됐다. 특별도시재생대학은 특별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에서 마련한 하나의 프로그램이다. 도시재생 과정의 방법과 필요성을 교육하고, 사업 수행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발굴해 해결해나가는 방법 등을 강의하고 있다. 또한, 도시재생과 관련된 기획서를 작성하는 방법도 가르친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초급과 중급 과정에 20명 정도가 수강하고 있다.

-흥해에서의 도시재생은 어떤 방법이 돼야 할까.

△도시의 중심지역이 신시가지로 옮겨가는 경우 구도심은 소외된다. 그 소외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환경을 개선하는 도시재생은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흥해의 경우엔 지진 피해 보상 등과 함께 예전의 활력 넘치던 지역으로 돌아가기 위한 다양한 방면의 노력들이 함께 진행돼야 진정한 의미의 도시재생이 되지 않을까.

-‘건빵제작소’라는 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고 들었다.

△‘건강한 빵 제작소’라는 의미를 담은 명칭이다. 지난해 경북 협동조합 창업자금으로 설립됐다. 마을활동가 3명과 함께 공모사업에 기획서를 내면서 그 출발을 알렸다. 흥해의 특산물인 시금치와 딸기 등을 이용해 좋은 빵을 만들고, 이를 통해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을 주민들에게도 나눠준다는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다.

사실 작년까지는 상황이 어려웠다. 하지만, 올해 다시 주민공모사업에 선정됐으니 철저하게 준비해 본래 목적한 사업을 현실화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반기면 실무 작업이 진행될 듯하다.

 

바람직한 마을활동가의 역할을 고민하는 김명준 씨.
바람직한 마을활동가의 역할을 고민하는 김명준 씨.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하고 있다. 세상과 인간에 대한 관심 때문인가.

△중고교 시절까지는 문학소년이었다. 윤동주의 ‘서시’를 암송해 칭찬을 받기도 했다.(웃음) 사실 보건학과 공학을 전공한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현실적인 문제를 감안한 아버지의 권유로 대학에선 실용적 학문을 공부했다. 그런데, 대학원에선 사회복지를 전공했으니, 결국 내가 좋아하던 분야로 돌아온 것이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현재 가장 집중하고 있는 일은.

△마을활동가에 중점을 찍고 있다. 매주 목요일 도시농업 전문가 과정을 공부 중이다. 협동조합과 마을기업에 관해서도 좀 더 깊이 있는 고민을 하고 싶다. 내가 꿈꾸는 건 장애인과 노인 등 소외계층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자생공동체마을을 만드는 것이다. 그 꿈을 이룰 기회를 흥해에서 잡은 것이라 생각한다.
 

바람직한 도시재생은 외형적 재건과 문화·예술적 향유가 더불어 어우러지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믿고 있다. 어느 한쪽에만 치우쳐선 제대로 된 길로 가기 어렵다. 도시재생에 관심을 가진 기업도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경제적 기반을 만들어가야 한다.

-바람직한 도시재생 방안은 뭔가.

△외형적 재건과 문화·예술적 향유가 더불어 어우러지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믿고 있다. 어느 한쪽에만 치우쳐선 제대로 된 길로 가기 어렵다. 도시재생에 관심을 가진 기업도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경제적 기반을 만들어가야 한다.

-진정한 의미의 ‘좋은 마을’이란 뭘까.

△그곳에 사는 사람들 스스로가 자신이 생활하는 공간의 긍정적 가치를 알아가면서, 거기서 함께 살아갈 다음 세대를 마음 놓고 길러낼 수 있는 곳이 아닐까.

-마을활동가로서 추구하는 가치는.

△성별과 사회적 지위, 세대를 뛰어넘어 누구나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자신이 존중받기 위해선 먼저 남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누구나 각자가 지향하는 최고의 가치가 있고 나름의 세계관이 있다. 그게 다를지라도 언젠가는 하나의 길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인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마을활동가와 협동조합 일을 하며 순수해진 것 같다. 현실에서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 성과와 실적이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시적(詩的)으로 말하자면 이제야 보는 꽃의 아름다움이 아닌 기르는 꽃의 아름다움을 알게 됐다고 할까.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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