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양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지만, 시간의 속도는 그 무엇보다 빠르다. ‘푸른 용이 여의주를 물고 온다’는 갑진년 벽두에 술렁이는 마음으로 새해 희망을 설계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미 올해의 1/3이 흘러버렸다.외투 깃을 올려 세우던 1~2월 추위가 지나고, 3월엔 개나리와 매화를 필두로 벚꽃과 목련 등 봄꽃들이 피었다 지고, 중국에서 몰려온 누런 황사에 따가운 눈을 부비며 넣어뒀던 마스크를 꺼내 낀 채 거리를 걸었던 4월도 이제 막바지다.때론 날이 궂고 미세먼지가 호흡기를 위협하는 날들도 있지만, 그래도 봄은 산책하기 좋은 계절.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며칠 전 끝났다. 그 결과 야당은 크게 웃었고, 여당은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전 법무부장관이 만든 신생 정당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어 곧 개원될 국회에서 정치적 입지를 다지게 됐다. 필부(匹夫)에 불과한 기자로선 어느 당이 국회의 패권을 장악하건 입법 권력이 국민들에게 희망과 신뢰를 주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기자의 기억 속에 자리한 첫 국회의원 선거는 1985년 실시된 12대 총선. 유세가 진행된 인근 초등학교 운동장이 시끌벅적했고, 목소리 높인 후보들 간의
“실정을 거듭하는 정권을 심판하자”는 구호와 “야당의 부도덕한 범법자들에게 표를 주면 안 된다”는 주장이 대립하는 2024년 봄이 지나고 있다. 오늘은 22대 국회의원 선거일. 가파르게 상승하는 물가와 뉴스를 통해 연일 들려오는 국회의원 후보자들의 탈법과 불법 사례, 양보와 화합이 아닌 극한 대결로만 치닫는 정치권을 보고 있으면 “봄은 왔으나 봄이 봄 같지 않다”는 끌탕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여당과 야당 모두에게 실망했다고 해서 유권자로서의 권리를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정치학자들의 말처럼 ‘선거란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는
까마득한 옛날, 그러니까 100여 년 전 어느 봄날. 미국의 젊은 시인 T.S.엘리엇(1888~1965)은 유럽으로 건너가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쓴다.화사하게 피어나는 꽃들과 추위를 피해 멀리 떠났던 새들이 웃으며 돌아오는 빛나고 환한 4월을 왜 ‘잔인하다’고 했을까?몇몇 문학평론가는 그걸 세상과 인간을 비극과 한탄 속으로 빠뜨린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황폐화된 유럽을 떠올리며 쓴 문장이라 했지만, 아직까지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왜 엘리엇이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혼잣말을 웅얼거렸는지.한 세기를 넘어서까지 수많은
꽃샘추위가 며칠을 이어져 넣어뒀던 겨울옷을 다시 꺼내게 만들고, 어둡고 습한 하늘에서 쏟아지는 궂은비가 잠시잠깐 심사를 우울하게 만들어도 결국 올 것은 오고, 갈 것은 간다.“봄꽃의 개화가 늦어지고 있어, 꽃이 없는 꽃 축제가 열리고 있다”는 소식이 방송 뉴스와 신문 기사를 통해 들려오지만 머지않아 겨울이 온전히 사라지고, 봄이 올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는 수천 년간 변하지 않은 세상사 순리.추위는 몸과 더불어 의식까지 일정 부분 마비시키는 힘을 가졌다. 그래서다. 봄에 비해 겨울엔 이런저런 인간의 상상력이 뻗어나가기 어렵다
인천상륙작전에 참가한 전설의 해병대 1기 이봉식옹이 22일 낮 12시께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향년 93세.이봉식 옹은 생전 경북매일신문에 자신의 1기 해병대 군 생활과정과 그 이후 6·25 전쟁때 전투참여과정을 상세히 구술했었다.1931년 2월19일 충북 보은에서 태어난 고인은 18세 때인 1949년 군에 입대했다.이후 해병대 1기로 지원, 1950년 9월 해병대 제1연대 3대대 10중대 1소대 1분대장으로서 12명의 분대원을 이끌고 인천상륙작전에 참전했다.인천상륙작전에는 당시 한국 육군 제17연대와 해병대 1연대, 경찰
산에는 울긋불긋 갖가지 꽃이 피고, 바다는 겨울을 이겨낸 온화함으로 사람들을 손짓해 부르는 시절이다. 떠났던 봄이 돌아왔다.경북의 여러 지자체들은 저마다 성큼 다가선 봄을 맞이할 다양한 축제를 준비하고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곧 펼쳐질 화려한 페스티벌이 가족과 친구, 연인을 설레게 할 것이다.겨울은 아무래도 방 밖으로 나오기가 망설여진다. 매운 추위와 활동하기 좋은 낮 시간이 짧은 탓이다.하지만, 이제 바람에도 따스함이 스며들고 해도 부쩍 길어졌다. 누군가의 손을 잡고, 만약 동행할 사람이 없다면 혼자라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
장재현 감독이 연출한 영화 ‘파묘’의 관객 동원력이 무서운 기세로 속도를 더하고 있다. 이른바 파죽지세(破竹之勢). 마른 대나무가 쪼개지는 형국이다. 개봉 20일을 넘긴 이 영화를 관람한 사람이 벌써 820만 명에 육박했다.인구가 5천만 명 남짓한 나라에서 특정 영화 한 편을 1천만 명 이상이 관람하는 ‘기이한(?) 현상’은 이제 한국에선 드문 일이 아니다.“일부 상업영화를 과도하게 많은 스크린에서 독점 상영함으로써 예술·독립영화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비판이 없지 않지만, 그런 목소리는 ‘최대치의 이익 획득’이 지상 목표인 자
우수와 경칩이 지났으니 머지않아 새로운 계절이 올 것이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잦은 요즘. 아직은 바람이 차갑지만 언제나 봄은 새로운 희망과 꿈의 은유로 사람들의 가슴을 따스하게 만든다. 그 먼 옛날에서부터 오늘날까지 변함없이.지구 반대편에선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의 죽고 죽이는 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 가파르게 오르는 장바구니 물가로 인해 서민들의 한숨은 깊어가지만, 그럼에도 그것들과는 무관하게 봄은 빠른 속도로 우리 곁에 오고 있다.매서운 추위와 폭설이 어깨를 웅크리게 만드는 혹한의 겨울이 가면, 벚꽃과 개나리 피고 환
‘에너지와 신명이 넘치는 사람’.포항제철공고 김명훈(58·사진) 동창회장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든 생각이다. 덩치는 크지 않지만 김 회장의 목소리와 행동에서는 자부심과 자신감이 느껴졌다. 당당하게 세상에 맞서온 이들에게서 보이는 특징일 터.중학교 때까지는 고향인 충청북도 제천에서, 고교 시절과 사회 초년생 시절은 경상북도 포항에서, 20대 중반부터는 전라남도 광양에서, 50대를 넘어서면서는 광양과 포항을 무시로 오가며 살고 있는 김명훈 회장.그는 잘라 말한다. “어디서건 지역감정 같은 걸 느껴본 적이 없다. 자신이 발 딛고 선 곳
운동선수에게 올림픽 출전이란 개인적 영광인 동시에 자신이 살아온 국가의 이름을 드높이는 의미 있는 일이다. 그래서 많은 선수들이 각자의 종목에서 ‘올림픽 출전’이란 목표를 가지고 오랜 세월 피땀을 흘린다.여기 안타깝게 올림픽 출전이 좌절된 유도인이 있다. 현재 경북체육회 유도팀을 맡아 지도하고 있는 김정훈(43) 감독.김 감독은 현역 시절인 2004년과 2008년 아테네올림픽과 베이징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섰다. 하지만, 결과는 아쉽게도 두 번 모두 2위. 한 국가에서 단 한 사람만 출전할 수 있는 올림픽 무대에 서지 못했다.그
맹렬한 추위 속에서 시작된 갑진년. 하지만 설 연휴가 지나고나니 어느덧 봄기운이 찾아들었다. 앞으로도 꽃샘추위 정도야 있겠지만, 혹한과 폭설 소식은 더 이상 없을 것 같다. 올해 봄은 세계 곳곳에서 지속되고 있는 분쟁과 다툼, 이번 명절에도 어김없이 반복된 가족들 사이 불화가 깔끔하게 사라진 분홍빛 희망으로 맞이하고 싶은 게 사람들의 꿈 아닐지.아래 차별과 갈등을 넘어 화해의 웃음으로 다가올 봄을 기다리는 독자들이 찾아보면 좋을 영화 2편을 권한다. ‘헤이트풀 8’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영화가 보여주는시간·시점 무시로 드나드는 재기
21세기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애틋하게 떠올릴 고향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눈 쌓인 낡은 기와집 지붕 위로 저녁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사람을 잘 따르는 강아지와 놀던 예닐곱 살 아이들이 “저녁 먹어라”는 엄마의 외침을 듣고는 각자의 집으로 흩어지는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동네.가끔은 그리워지는 이런 모습은 이미 지난 세기의 풍경으로만 남았다. 21세기에 태어난 10~20대들의 고향은 천편일률 ‘콘크리트와 네온사인의 도시’라고 해도 무방한 시절이다.하지만, ‘고향’이란 단어 안에 담긴 따스함과 포근함이 우리들 인
‘시간은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빠르다’.부정할 수 없는 이 사실은 나이를 먹을수록 더 절실하게 체감하게 된다. 2024년 푸른 용의 해가 불과 며칠 전 시작된 듯한데, 벌써 그 첫 달이 다 지나갔다.한국 곳곳이 혹한과 폭설에 몸살을 앓고 있는 겨울의 한복판. 아직 새해 계획을 온전하게 세우지 못한 사람이라면, 지루한 일상을 훌쩍 떠나 낯선 여행지에서 남은 11개월 동안 무엇을 할 것인지 궁리해보면 어떨까.눈발 흩날리는 풍경을 보며 달리는 기차에 몸을 싣는 건 누구에게나 설레는 일이다. 이럴 때 맞춤한 시가 있으니 바로 저 먼 북쪽
조금이라도 책을 읽으며 20세기 후반을 보낸 사람이라면 ‘라라’와 ‘디디’라는 독특한 이름의 여성이 등장하는 소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어렵지 않게 기억할 것이다.1992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인 이 소설은 독일 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1898~1956)의 동명 시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드라마로도 만들어질 정도였다. 이후 우후죽순처럼 번져나갔던 운동권 후일담 소설의 효시로 불리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스토리뿐 아니라 이미지까지 표절했다는 풍문이 떠돌았고, 이는 장정일(시인
병적인 다중인격자 혹은, 괴이한 이상성격자에게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인간’이란 존재 안에는 악마와 천사가 더불어 함께 숨 쉬며 살아왔다는 걸 부정하기 어렵다.그 사실을 증명하듯 “욕망을 제지하고, 이성에 근거해 살아야한다” “탐욕은 인간의 본성이니, 욕망을 거부하지 마라”는 정반대의 속삭임이 하루에도 여러 번 번갈아가며 당신의 귓가를 어지럽히지 않는가.인간 내부엔 악마와 천사가 병존(竝存)한다. 소설가 이외수(1946~2022)는 생전에 아래와 같은 문장으로 욕심 없이 평화롭게 사는 방식을 독자들에게 설파했다.‘누가 어진 마음
2024년 갑진년(甲辰年)이 열렸다. 전국 곳곳에서 혹한의 추위와 폭설 소식이 들려온다. 춥고 쓸쓸한 겨울은 올해도 과거와 다를 바 없다.이런 날들이면 우리는 자연스레 위로와 위안을 선물로 들고 사람들 곁에 다가올 ‘메시아’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그 메시아가 어디서,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인지를 알기란 쉽지 않다.아래 소개하는 2편의 옛날 영화를 보면서 스스로 사랑과 연민을 실천하는 메시아가 되고자 애써보는 올 한 해를 만들어가면 어떨까? ◆ 메시아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바람계곡의 나우시카’기타리스트 로
가난하고 착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 라오스. 라오스와 태국, 베트남과 캄보디아까지 남동아시아 전역을 훑으며 흐르는 황톳빛 메콩강엔 하루하루 그물을 던져 식구들의 밥을 구해야하는 어부들이 산다. 인도네시아 바다를 근거지로 살아가는 어부들도 마찬가지다. 붉은 해가 저물며 2023년의 마지막을 알릴 때도, 떠오르는 태양이 2024년의 시작을 알리던 1월 1일에도 그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그랬듯 무심한 마음으로 바다에 그물을 던졌을 터. 그게 자신과 아내, 아들과 딸의 생계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었으니.한국이라고 크게 다를 바 없다. 새로운
희망은 다른 누군가가 선물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누구나 빛나는 미래와 밝은 꿈을 말하는 2024년 새해가 밝았다.푸른 용의 비상이 국운을 융성하게 할 갑진년(甲辰年)이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올해는 지역, 나아가 나라의 일꾼이라 할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열린다. 정치가 바로 서고, 정치인들이 올바름을 실천하기 위해선 제대로 된 일꾼을 뽑아 매섭게 감시하는 유권자가 필요하다. 바로 우리 국민들이 그 쉽지 않은 역할을 맡았다.청룡이 길을 잃지 않도록 어둠을 밝히는 게 여의주라면, 정도(正道)를 걷는 국회의원
반갑게 맞이했던 토끼가 쏜살 같이 흐른 시간 속에 아쉽게 작별 인사를 전하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연이어 푸른 용이 ‘희망과 꿈’을 여의주에 담아 물고 우리들 곁으로 다가올 준비를 마쳤다는 소식이 들려온다.2023년 계묘년(癸卯年)이 저물고, 2024년 갑진년(甲辰年)이 목전으로 다가왔다.사람들은 저마다 토끼의 해를 돌아보며 하려했으나 하지 못했던 일들을 떠올리고, 곧 다가올 용의 해에는 보다 나은 세상 속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꿈꾼다. 이는 매년 12월 막바지면 늘상 있는 일.지는 2023년의 마지막 해를 보며 회상에 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