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교촌한옥마을 관광활성화 어떻게 할 것인가
⑥ 성공적 교촌한옥마을 만들기에 대한 제언

▲경주 교촌한옥마을 전경

지난 2개월여간 일본 유후인온천마을과 서울 남산골한옥마을, 전주 한옥마을을 취재했다. 저 앞서고 있는 관광지들을 보면서 경주교촌한옥마을의 관광 활성화 방안과의 어떤 유사성을 생각해 보게 됐다. 모두 도심 재개발의 연장선에서 관광산업의 기초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시재개발은 그것이 가져다 주는 이익에도 불구하고 방심해선 안되는 부분이 있다.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대규모적인 도시재개발의 결과 도시공간의 전통성이 손실된다는 사실이다. 도시재개발은 도시공간구조에 있어서 기존 공동 사회의 형태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지역공동체에 의미를 부여했던 사회적 관계성에도 부응하지 못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도시 재개발의 결과로 산업사회 이전 도시에 생명을 불어넣은 자생적인 문화적 다양성이 제거되는 것이다. 훌륭한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제대로 디자인된 외부공간이 제대로 디자인된 건물만큼이나 중요하다. 건물들 사이의 공간을 훌륭히 디자인해 도시민들이 적절히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줄 때에야 비로소 도시공간은 공공생활에서 우러나오는 풍요함과 도시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문화적 다양성을 지니게 된다. 우리나라 관광산업을 살리고 지역적 특성을 살리는 교촌한옥마을 만들기를 제안한다.

글 싣는 순서
① 경주 교촌한옥마을의 관광 인프라 가능성
② 국내 한옥마을 벤치마킹
③ 일본 유후인온천마을 명소들
④ 일본 유후인온천마을 성공비결 1
⑤ 일본 유후인온천마을 성공비결 2
⑥ 성공적 교촌한옥마을 만들기에 대한 제언

전통한옥, 최부자 고택 한채뿐… 게스트하우스도 없어
현지주민 일상 뒤섞일때 지속적 관광지로 자리매김
파행 운영중인 체험시설, 市 직영으로 활성화시켜야

□ 교촌한옥마을의 아이덴티티 정립

도시 공간의 아이덴티티라는 것은 먼저 하나의 도시공간이 바로`그`도시공간답다라는 것이다. 아이텐티티는 하나의 도시공간이 그 도시공간다울 뿐 아니라 다른 도시공간과 다르고 또 무엇인가 뛰어나다라고 할 때 비로소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도시공간의 특성은 도시공간 자체가 가지고 있는 속성이기 보다는 그 도시공간에 대한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즉 도시공간의 아이덴티티를 구현하는 매체는 도시공간 자체의 속성보다는 그 도시공간에 대한 이미지가 도시공간 아이덴티티의 주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지가 도시공간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내용이라면 그것을 표현하는 매체는 도시공간을 구성하는 장소가 된다.

이같은 도시공간 관련 전문가들의 견해에 반해 교촌한옥마을은 아직 공간 아이덴티티가 부재한 상태다.

문화공간은 어떤 개인이 그 공간환경의 일부 혹은 모든 양상들을 경험함으로써 지각할 수 있는 시각적 이미지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시각적 이미지 속에서 이용자는 역사적 사실이나 시각적 청각적 혹은 육체적 경험에 반응해 과거 환경을 회상하거나 현재 환경을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교촌한옥마을은 고풍스러운 조선시대의 한옥이 잘 보존돼 있거나 다양한 전통문화를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제대로 없다.

한옥마을 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요소가 전혀 없다. 마을 내에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싶어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도 한 채 없다.

또 최부자 가문의 생활현장을 교육·체험 관광지로 활용하고 품격 높은 관광 명소로 개발하고자 했다는 부분도 많이 부족하다.

한옥마을의 아이덴티티 정립에 있어 특히 고려해야 할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전주한옥마을 관광객들의 모습

◆ 작은 것부터 차별화하라

사실 관광마케팅의 기본인 지역 차별화전략은 아주 단순한 것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색깔 하나만으로도 차별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교촌한옥마을은 최부자 고택 한 채 이외에는 한옥을 현대적으로 복원한 것들이다. 새롭게 한옥을 더 짓거나 건물을 증축한다면 작은 것 하나라도 내 것으로 차별화 할 수 있는 시각과 자세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 좋은 컨셉트를 빨리 선점하라

국내에는 비슷한 성향을 가진 많은 한옥들이 있다. 남산골, 전주 한옥 마을 이외에도 서울 북촌한옥마을 등 비슷한 도시들이 비슷한 개념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빠른 도시선언과 테마 도시 개발계획을 통해 이러한 개념을 선점해 내 것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남의 것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새로운 유혹에, 새로운 유행에 빠지지 말라

현재 각 지자체에는 또 다른 형태의 일원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환경과 생태의 중요성에 따라 대부분의 지자체가 또 한번 그린투어리즘이라는 환경생태 관광상품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생태관광이란 사실 아주 좋은 상품이다. 하지만 이 그린투어리즘은 도시의 기본을 구성하는 공통적인 한 부분이지 마케팅 대상으로 모든 지자체가 집중해야 할 부분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마케팅플랜을 세우고 실천하는 작업은 그간의 하드웨어적 고정관념에서의 탈피를 요하는 등 현재 지자체의 여건상 결코 접근이 용이한 작업만은 아니다. 막연히 공무원들에게 강요한다고 해서 달라질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여기에는 많은 전문가가 참여해 계획을 세우고 또 한편으로 이러한 새로운 작업들이 추진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관심과 재정적 후원 또한 당분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단선적인 중장기 개발계획 보다도 훨씬 더 많은 연구비용과 지속적인 실천이 필요한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계획을 토대로 교촌한옥마을이 자신들만의 고유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면 국가 전체적으로 예산 절감은 물론 세계적인 관광명소로서의 명성 또한 자연스럽게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 관광지로서의 지속가능성

우선 관광지로서의 지속가능성을 보장 받으려면 현지 주민의 일상적 삶이 뒤섞여 있어야 한다. 자연 경관을 자원으로 하지 않는 한 상업시설만 존재하는 관광지는 다시 찾지 않는다. 또한 오늘날 도시계획의 기본 개념이 쾌적성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잘 아는 사실이다.

일본 유후인온천마을과 전주한옥마을은 관광객들의 눈요깃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껍데기`만 복원한 민속촌이 아니라 현대인의 구미에 맞도록 전통을 재창조한 지역민들의 주거공간이 세계적 관광지로 이름나고 있다.

이들 마을들이 가난한 마을에서 최고의 주거지로 거듭나는데는 꼬박 20~30년이 걸렸다. 자치단체와 주민들이 합심해 살기 좋은 마을이 가장 뛰어난 관광지라는 원칙에 충실해 정성을 들여 가꾸고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것이다.

이처럼 문화는 관광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관광은 문화를 번성케 하는 상생 구조다. 문화에 역사가 더해지면 더 훌륭한 관광자원이 되고 관광객들이 더 많이 찾게 되면 국가 문화를 발전시키게 된다.

반면 교촌한옥마을은 현재 경주시가 새로운 관광명소 개발을 위해 215억원으로 이곳을 조성해 개장했지만 위·수탁 협약 해지 및 소송으로 파행을 겪고 있다.

개장한 지 불과 3개월도 되지 않아 이 마을의 관리운영 민간위탁사업자인 전통문화진흥원이 경주시의 사전승인 없이 전대 계약을 하고 과도한 임대료를 징수했다는 이유다. 또 사업계획 승인없이 전대업체를 모집하고 시설 일부도 임의로 변경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통문화진흥원은 건물 인도 및 퇴거에 불응하고 있고 시는 건물인도 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통문화진흥원이 직영하는 체험장 3곳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일본 유후인온천마을 인근의 관광지

□ 운영방법 바꿔야

현재 교촌한옥마을 수탁업체가 진행하는 체험시설은 운영이 거의 안되고 있다. 하루 빨리 한옥마을을 경주시에서 직영해 체험시설 등 여러 프로그램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저 남산골한옥마을의 선진화된 운영방식을 지침으로 삼거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깊은 고민이 요구된다.

경주 교촌 한옥마을 관광 활성화`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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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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