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독일 드레스덴과 드레스덴공대는 이제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다.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작센주(州) 주도(州都)드레스덴의 드레스덴공대에서 통일프로세스(드레스덴 선언문)를 밝혔기 때문이다. 당시 박 대통령은 “핫 이슈인 5·24 문제 등 남북한 당국이 만나 책임 있는 자세로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누어 풀어 나가야 한다”고 남북간 대화 의지를 밝혔다. 최근 북한의 실세 3인방이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가를 이유로 한국을 방문했다. 방문한 속내와 의미는 워낙 예측을 불허하게 만드는 북한이지만, 한 걸음씩 신뢰가 쌓여 훗날 통일이 이뤄진다면, 드레스덴은 우리에게도 의미 있는 도시가 될 것이다. 국내 여러 도시들도 상황에 따라 드레스덴과 직·간접적 협력체계를 갖추고 있다.
`인류에의 봉사가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사업임을 우리는 믿는다`는 신조로 뜨거운 열정과 청년의 용기로 역동하는 대한민국 역사 발전과 성장의 원동력이 된 한국JC(㈔한국청년회의소) 1만6천여명의 회원과 가족들이 창조도시 포항(Creative Pohang)을 방문한다. `제63차 한국JC 전국회원대회 포항 개최`는 창립 48년의 전통과 500여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로컬 포항JC(㈔포항청년회의소)의 `지역사회의 개발 이념`을 실천하고자 하는 부단한 유치 노력의 열매다. 지역경제 발전의 신성장동력이자 일자리 창출의 원천으로 기대되고 있는 `창조경제`는 강력한 네트워크로서 질적·양적으로 확대돼 `연결된 지식`이 창출하는 집단지성이 뿌리내려 `도시`, `지역`의 창조경제의 핵심인프라가 됐다. 소통을 바탕으로 한
큰일을 치르다보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일화들이 있기 마련이다. 포항종합제철도 건설과정에서 숱한 일화를 남겼는데 그중 몇 가지만 소개한다. 1967년 7월 종합제철의 입지가 포항으로 확정되면서 건설부의 첫 번째 업무는 포항공사사무소 설치였다. 필자는 당시 건설부 포항현지 창구 역할을 맡았기에 포항공사사무소를 구하는 일에 매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부적으로 정한 사무실 규모는 100평 내외. 포항시내에 위치해야 하는 조건이 달렸다. 문제는 당시의 포항 여건으로는 그만한 사무소를 구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100평이 넘는 평수를 가진 건물이라고는 현재의 포항소방서 2층이 유일했던 것이다. 필자는 집안 어른들은 물론 지역의 모든 요로를 총동원하는 방법으로 소방서를 설득했다. 처음엔 완강하던 소방서
서울 서초동 국립도서관에서 근대문학 자료수집에 관한 회의를 마치고 우리는 성북동의 화봉 책박물관으로 갔다. 그곳에 우리가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문학 책들이 있기 때문이다. 여승구라는 분은 평생 우리의 문학유산을 수집, 정리, 보존해온 분으로, 그 분의 개인 박물관에 우리 문학의 귀중한 자산들이 포갑에 쌓인 채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몇 년 전인가 관훈동인가에 있던 화봉문고를 찾아가 서정주의 화사집을 만난 적이 있었고, 그때 우리 선배들이 책을 얼마나 멋드러지게 만들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성북동, 이태준 고가 쪽으로 올라가는 어느 언저리에 그곳은 새로 자리를 잡고 있다. 막상 찾아가니 건물 전체는 외부 리모델링 공사중, 마음이 심난하다. 그러나 그 책들의 주인은 우리를 반갑게
인간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나만의 새로운 통찰을 발견한 건가 싶어 나름대로 정리해보지만 늘 나만의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모든 희로애락의 성찰들은 이미 오래 전에 선각자들이 완벽하게 정리해놓았다. 후세대인 우리는 그 내용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과정을 취할 뿐이다. 가령 이런 문장은 어떤가. “사랑을 구하는 사람은 즐거움 때문에 상대방을 사랑하고, 사랑을 받기만 하는 사람은 유익 때문에 상대방을 사랑한다. 이런 근거로 성립하는 친교는 그들을 사랑하게 만들었던 바로 그것이 얻어지지 않으면 해체된다. 그들이 사랑한 것은 상대편 자체가 아니라 그들이 가진 것이었는데, 그 소유물은 지속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품성에 근거한 친교는 사랑 자체로 성립하기 때문에 지속적이다.” 아리스토텔
경주 형산강 둔치를 따라 나있는 북천 산책로는 전국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낀 시민들의 `힐링`공간이다. 도심과 도로로부터 가깝지 않아 공기가 맑은데다 사시사철 유유히 흐르는 물소리를 들을 수 있어 매일 밤 늦은 시간까지 많은 시민들이 걸으면서 에너지를 보충하는 생동감이 넘치는 곳이기도 하다. 경주여고 앞에서 시외버스터미널에 이르는 둔치에는 강 쪽으로부터 보행로, 인라인스케이트로, 자전거로 등으로 나눠 3개 라인을 두고 있다. 그런데 용도별로 이용하는 시민들은 극소수이다. 보행로로 자전거를 타는 가 하면 심지어는 자전거로로 오토바이가 질주하는 경우도 있다. 또 강을 접한 보행로는 낚시꾼들의 오토바이와 자전거로 잠식 당해 보행에 지장을 받고 있는 가운데 낚시꾼들이 휘두르는 낚시대로 인
대한민국을 뒤흔든 세월호 참사가 많은 과제를 미봉으로 남긴 채 조금씩 그 관심이 사그라지고 있지만,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졌다. 얼마 전 있었던 삼척시 자체 원전 유치 찬반 주민투표에서 반대가 80%를 웃도는 것은 안전불감증에 빠진 대한민국에 대한 우려감이 그대로 반영된 현상이다. 삼척시의 위 주민투표결과는 그 자체로 법적인 효력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또 다른 신규 원전부지인 영덕에 이어진다면 2035년까지 국내 발전설비 부분에서 원자력발전의 비중을 29%까지 높이는 정부의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이행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원자력발전산업은 세계적 탄소배출 저감에 대한 합의의 바람과 UAE 원전 4기 수출 쾌거의 호조를 타고 원전 르네상스의 도래를 외쳤
포항에 살면서 가볼 곳이 매우 많지만 20년전 포항으로 이사 후 즈음해서 가장 많이 가던 곳이 칠포해변이었다. 특히 봄, 가을이나 겨울에는 찾는 사람 별로 없는 한가한 해변이었지만 바닷가에 서서 몰아치는 파도를 바라보는 게 취미였었다. 그리고 해변가 관광호텔에 딸린 `엘리제`라는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배가 고프면 그곳 특유의 두툼한 돈까스를 시켜 먹기도 했었다. 그러나 영일만항이 건설되는 몇 년 동안은 번잡하기도 해서 칠포 쪽 바다를 찾지 않았었다. 하지만 영일만항이 개항된 이후에는 주변에 새로 건설된 방파제를 찾아 바다도 보고 낚시꾼들의 모습을 지켜봄이 가끔의 일과였다. 요즈음은 영일대해수욕장 피어(Pier) 위에 건설된 누각에도 가보고 해맞이공원의 미술관에도 가보고 여남동의 횟집이나
전설의 탁구 선수 덩야핑. 1990년대 탁구사에서 그녀를 능가한 활약을 보여준 이는 없었다.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던 현정화 선수마저 번번이 좌절케 한 탁월한 기량을 보여줬던 선수. 24세 정상에 있을 때 은퇴를 선언한 그녀가 선택한 것은 못다 한 공부였다. 특기자로 칭화대에 입학했을 때 그녀는 거짓말 조금 보태 알파벳도 제대로 모를 정도였다. 다섯 살 때부터 탁구만 해왔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런 그녀는 운동할 때의 근성을 공부에도 접목시켰다. 지독한 공부 끝에 학부를 졸업하고 영국 유학까지 갔다. 끝내 캠브리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거머쥐었다. 것도 운동 관련이 아닌 경제학 박사. 영어와 거리가 먼 선수생활을 했던 사람이 이룩하기에는 힘든 성과였다. 평생 공부만 해온 사람도 해내기 어려운 일이었다. 캠브리지
포스텍은 전쟁터 같은 모양이다. 릴레이 단식을 하고 있는 교수들의 모습, 여기 저기 보이는 총장연임반대 성명서, 그리고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은 하루 종일 총장 연임문제로 갑론을박으로 시끄럽다. 대학은 갈라지고 서로간의 대화는 끊어진 지 오래다. 포스텍의 가을은 정말 쓸쓸하다. 서로가 서로를 안아주기 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비난만 하고 있다. 감동이 사라진 캠퍼스엔 황량한 바람만 불어온다. 포스텍 역사상 초대 김호길 총장만 제외하고는 연임한 총장이 없다. 그것은 총장 말기에 총장의 지지도가 낮았기 떄문이고 그러한 여론을 쾌히 받아들이는 페어 플레이(Fair Play)정신 때문이었다. 포스텍의 각 총장들은 각각 장점이 있었고 단점도 있었다. 그래서 각자가 가지고 있는 장점에
가을이 주는 선물이 실로 놀랍다. 가을은 우리에게 매일 `아침의 이슬, 점심의 청명한 하늘, 밤의 영롱한 별`이라는 세 가지 선물을 준다. 이슬과 하늘, 하늘과 별, 별과 이슬! 이들이 만들어 내는 풍경과 이야기는 그 자체가 우주를 채우고도 남을 만하다. 우리가 굳이 먼 데 여행을 가지 않아도 가을이 즐거운 이유는 바로 매일 우주를 보고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풍성하고 눈부신 가을이 고맙다. 소풍과 운동회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 수식어는 뭘까? 여름 소풍, 겨울 운동회는 뭔가 낯설다. 그러면 봄은 어떨까? 봄 소풍, 좋다. 봄 운동회? 물론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필자는 봄 운동회보다 가을 운동회가 훨씬 더 정겹다. 학생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요즘 필자는 한 시간 남짓 출근길에 결근에 대한 수많은
`삐라`는 전단(傳單), 또는 포스터를 뜻하는 영어 `빌(bill)`의 일본어식 발음으로 시작돼 상용어가 됐다. 삐라는 16세기 루터의 종교개혁에서 위선적 행동을 일삼는 교황을 고발한 그림을 뿌린 것에 기원을 두고 있다고도 전한다. 6.25전쟁 중 남북 간 치열했던 `삐라전쟁(Leaflet War)`은 종전 후에도 한동안 지속됐다. 많은 중년들이 어린 시절 동네 야산에서 북한체제를 선전하는 조악한 삐라를 주워 파출소에 갖다 주고 포상으로 공책 같은 학용품을 받았던 기억을 갖고 있다. 한반도의 정세기상 변덕은 그야말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다. 황병서, 최룡해, 김양건 북한 3거두가 아시안게임 끝물에 별안간 비행기를 타고 내려와 대한민국을 온통 헷갈리게 한 기억이 채 갈무리되기도 전에 저들은 NLL에
“우리에게 기억되고 각인되는 건 이를테면 한 남자가 살해당했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죽음이 닥치는 순간, 그는 매끄러운 책상 위에 놓인 클립을 집으려고 책상 위를 긁고 있었고, 미끄러운 클립 때문에 얼굴 가득 불만스러운 표정이며, 고통으로 입은 반쯤 벌어져 있었고, 그리고 그가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떠올린 것이 죽음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편지 한 구절이다. 챈들러 소설의 묘미는 묘사와 대사에 있다. 그런 그의 글쓰기 방식을 선호하지 않은 편집자는 더러 작가의 의향도 물어보지 않고 그 부분을 빼곤 했다. 편집자는 독자들이 오로지 `행동`(결과)에만 주목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편집자나 평론가들에 대한 불만 섞인 예를 들어 챈들러는 저런 편지를 썼다. 챈들러에 백번 공감한다.
이미지란 인간이 어떤 대상에 대해 가지는 지식이나 신념 등의 인지적 요소와 인상이나 느낌 등의 정서적 요소의 총합이다. 따라서 이미지는 총체적이며 추상적인 지각의 결과이다. 관광지의 이미지는 관광지 선호도와 직접 연결되므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관광지와의 직접적인 접촉 없이도 관광지의 이미지가 형성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관광지 방문으로 형성되는 이미지도 있지만, 광고와 같은 촉진활동으로 형성되는 유인적 이미지(Induced Image)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관광지-포항`에 대한 이미지는 어떨까? 포항테크노파크 김도경 팀장이 지난 8월1~2일 동안 포항을 방문한 관광객 3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포항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철강산업도시(76), 해안도시(52), 수산물(50
할머니들이 왁자지껄하다. 주변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꺄르르 웃으며 커피와 팥빙수를 먹고 있다. 시끄러운 음악이 흐르고 있지만 오히려 그것을 즐기는 분위기다. 언뜻 봐도 일흔은 다들 넘어 보인다.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인 실내에서 분명 이색적인 풍경임엔 틀림없다. 이른바 고령화시대다.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7% 이상을 차지하는 사회를 고령화 사회라고 한다는데 한국은 2000년에 진입을 했다. OECD 국가 중에서도 그 속도가 급격하게 진행됐다고 하니 새로운 사회현상이다. 과학과 의학이 발달되고 평균적인 생활수준과 주변 생활환경이 개선된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아무튼 거리에는 할머니들이 넘쳐난다. 아메리카 대륙의 라코타 인디언들은 살면서 어려운 일이 있을 때면 할머니들에게 지혜
지난 10일간 남북 간에는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 연속적으로 벌어졌다. 아시안 게임 폐막식에는 북한 권력 핵심 3인이 전격적으로 참석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북한의 권력 실세인 황병서, 최용해, 김양건과 남한의 국무총리, 국가안보실장, 통일부 장관의 환담 모습은 아직도 뇌리에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 같은 경사가 있은 지 얼마 안 되어 북한 경비정의 NLL침범에 따른 남북 간의 함포와 기관포 포격사건이 있었고, 지난 10일 경기도 연천에서는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북한군의 기관총 도발사건이 있었다.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남북관계의 긴장된 국면이다. 이러한 연쇄적인 사태는 이미 약속된 남북 고위급 회담의 개최 가능성까지 어둡게 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보수적 여론은 북한의 일련의 평화 위장
맑은 날 해야 할 일을 비 내리는 날에 가서야 하고, 유행 지난 옷은 별 고민 없이 헌옷수거함에 잘도 던져 넣는다. 평범한 소시민들의 일상 중 하나이다. 웬만큼 게으르고 적당히 편안을 모색해도 살아가는데 큰 지장은 없다. 오히려 너무 부지런하고 너무 완벽할 필요가 없다며, 적당히 쉬어가고 인간적으로 흐트러지라고 부추기는 책들이 나오는 세상 아닌가. 요즘은 무조건 부지런하고, 한없이 절약하는 것만이 미덕이라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다산 정약용의 경우는 어땠을까. 유배가 길어지는 동안 본가의 식구들은 곤궁한 살림을 살 수밖에 없었다. 아내는 누에를 치고, 아들들은 농사를 배우고 닭을 쳤다. 물려줄 재산이 없는 다산은 자식들에게 편지를 쓴다. 가난을 구제할 수 있는 두 글자의 부적이라며 `근`(勤)과 `검`(儉
전어는 가을에 가장 맛있어 전국 곳곳에서 축제가 열리는 등 인기가 최고라 할 수 있다. 옛부터 `가을 전어 대가리에는 깨가 서말`이라는 말이 있고, `가을 전어는 며느리 친정 간 사이 문을 걸어 잠그고 먹는다`,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말로 가을 전어의 맛을 표현했다. 전어는 봄철인 3~6월에 산란을 하고, 여름내 각종 플랑크톤과 유기물을 먹고 자라 바닷물이 차가워지는 가을쯤 되면 몸길이 20㎝정도로 자란다. 이때는 누렇게 벼가 익을 무렵으로 1년 중 지방질이 가장 많아 뼈가 부드러워지며, 고소한 맛이 강해진다. 사실 가을에 나는 전어는 봄이나 겨울에 비해 지방성분이 3배나 높아지는데, 여기에는 DHA와 EPA와 같은 불포화지방산도 다량 들어있어 있어서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등
빠알간 옷으로 단장한 고추가 가을 낮잠을 즐기고 있다. 넓은 주차장에서. 동네 아주머니들은 느티나무 밑에 앉아 아들, 딸 자랑을 하다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얘기로 가을 볕에 얼굴 타는 줄도 모른다. “송일국 아 왜 그……누구제? 차만 보면 날리지기는 아. 있자나 밍국인가?” “아이다, 니가 말하는 아는 만센기라” 서로가 좋아하는 애들 얘기에 웃음꽃이 핀다. “고곳들 나올 시간되면, 요 안잤다가도 텔레비 볼라고 얼릉 들어가지요.” 나보고 들으라고 하는 얘기 같다. 숫기 없는 코스모스는 끼어들지 못하고 연신 고개만 끄덕인다. 들깨 냄새가 고소하게 풍겨 온다. 뉘 집에서 타작을 하는가 보다. “부산성 가려는데 여기서 얼마나 가야 하나요.” “요길로 쪽 올라가면 되요.” “차는 올라갈 수 없나요.” “차 가지고
더위에 길게만 느껴지던 여름도 어느새 가고 아침 저녁으로 바람결이 한결 선선해졌다. 방학이라 집에 와 있던 아들이 얼마전 미국으로 갔다. 떠나기 전 신형기기에 익숙치 않은 엄마를 위해 태블릿pc에 필요한 어플과 좋아하는 음악 등을 챙겨주고 가서 아주 유용하게 쓰고 있다. 여섯 살 터울의 형과 비교돼 늘 못미덥고 걱정이 많았는데 엄마를 생각하는 곰살맞은 마음이 찡하게 다가와 방학내 잔소리만 해댔던 게 벌써 후회된다. 작년에도 갈 때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CD로 만들어줘 아들이 보고싶을 때 들으면 적잖은 위로가 됐었다. 그래서 “녀석이 좋은 선물을 하고 갔구나 ”여러번 감동했었다. 조금전 친구가 SNS에 딸이 첫월급을 받아 사보낸 선물을 찍어 올려 대화창이 환성으로 시끌시끌했다. 부모를 생각하고 정성껏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