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문`이 서울에 왔다. 피렌체를 대표하는 이 걸작은 초기 르네상스 시대에 제작된 청동 문짝 부조물이다. 로렌초 기베르티의 작품인데 7m 높이에 6t 무게가 나간단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기념해 경복궁내 고궁박물관에서 다른 작품들과 전시되고 있다. 피렌체에 가면 이 `천국의 문`과 `두오모 쿠폴라`(대성당 돔)만은 꼭 봐야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는 작품이다. 피렌체의 산 조반니 광장에는 세 개의 중요 건물이 있다. 대성당, 세례당, 종탑이 그것이다. 그 중 세례당을 장식하는 세 문 중의 하나가 천국의 문이며, 대성당 두오모의 돔 지붕 형식이 쿠폴라이다. 구약성서의 주요 내용이 각 10장의 판에 새겨진 `천국의 문`은 동시대의 예술가인 미켈란젤로가 인정할 정도였다. `너무 아름다워
나는 매일 우리 아파트 경내(境內)를 산책한다. 지은 지가 오래되어서 건물은 낡았지만 조경수는 울창하고 아주 멋진 조그마한 단지의 아파트이다. 컨디션이 좋은 날은 다섯 개 동 전체를 열 바퀴 돌고 별로인 날은 여덟 바퀴쯤 돈다. 소요 시간은 40~50분 정도, 그렇게 걷고 나면 등이 촉촉하게 젖는다. 간단한 정리 운동 몇 동작을 하고는 바로 내 노래방으로 향한다. 웬 노래방? 마이크 시설이 갖춰진 그런 노래방이 아니다. 아파트 정원의 커다란 단풍나무 아래 벽돌 여섯 장을 삼 층으로 쌓아 놓은 지극히 단출한 노래방이다. 밀폐된 지하 노래방같이 답답하지 않아 좋고 담배 냄새가 배어 있지 않아서 더 좋다. 반주는 딱따구리, 뻐꾸기, 종다리, 얘네들이 알아서 해준다. 가을에는 풀벌레들도 한 몫 거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내 차는 달린다. 노란 우산에 노란 장화를 신은 꼬마가 자박자박 걷는다. 빗물이 통통 튕긴다. 꼬마 뒤를 따라 할머니도 저벅저벅 따라 간다. 한참을 달려도 목적지가 안 나온다. 나비부인의 머릿속에는 입력되지 않은 길이다. 어림짐작으로 나선 길이라서 나비부인을 탓하지도 못한다. 막다른 골목길에 부딪히는 상황을 되도록 만들지 않지만 인생살이에서 피할 수 없는 운명 같은 길을 만날 때가 더러 있다. 그럴 땐 참 난감하다. 갈 수만 있다면 큰길로 가길 원한다. 시골 길이 도시처럼 넓은 곳이 얼마나 된다고 내 생각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몇 번이나 돌면서 망설이다가 농로로 들었다. 우회전하려고 핸들을 돌리는데 돌아가질 않는다. 비는 쏟아지고 내 차는 논 가운데 서 있
강아지풀은 개의 꼬리를 닮았다. 강아지풀을 손바닥 위에 놓고 `오요요`하고 부르면 강아지풀이 앞으로 다가온다. 어린 시절 함께 놀이했던 기억이 새롭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 강아지풀의 이삭을 밥과 섞어서 먹거나 떡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강아지풀에 얽힌 슬픈 전설이 있다. 옛날 옛적에 소녀가 외로이 살고 있었다. 소녀에게는 레이라는 아끼는 개가 있었다. 어느 날 사냥꾼이 여우를 잡으러 숲 속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레이는 숲 덤불에서 놀고 있었는데 사냥꾼이 여우인 줄 알고 레이를 쏘자 죽고 말았다. 소녀는 한없이 울다가 죽고 말았다. 죽은 레이와 소녀의 무덤에 강아지풀과 들꽃이 피었다. 이런 이야기도 전한다. 옛날에 유명한 의사가 있었다. 당시 의사는 병의 치료뿐만 아니라
어느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95%가 음식물쓰레기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고 한다. 절대 다수의 국민들 사이에는 어떻게든 음식물쓰레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음식물쓰레기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지만, 결론적으로 가장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데 있다. 나라 전체로 볼 때, 음식물쓰레기로 버려지는 손실 비용만도 한 해 20조원을 훌쩍 넘는다고 한다. 우리 포항만 해도 하루에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가 약 150t에 이르고, 한해 처리비용만 약 70억원에 달한다. 곧 다가올 추석과 같은 명절이나 집안의 대·소사를 앞뒤로 해서는 집집마다 음식을 넘치게 장만하는 식문화로 인해서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 양은 어마어마하다. 언제부터였
경북매일신문사의 고충처리인 홍승현 변호사입니다. 부부가 평생을 화목하게 함께 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여 이혼을 하는 경우에 협의이혼 또는 재판상이혼을 하게 됩니다. 부부가 이혼에 합의하지 못해 어느 일방이 법원에 재판상이혼을 청구해 이혼소송이 진행되는 경우, 법원은 이혼사유, 위자료, 재산분할, 미성년 자녀의 친권자 및 양육자의 지정, 양육비 등을 심리하게 됩니다. 이혼소송 과정에서 다른 쟁점보다 재산분할 문제에 관하여 복잡하고 치열하게 다퉈지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고, 이혼소송을 제기했다가 오히려 상대방에게 재산분할을 해줘야 할까봐 소송을 취하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재산분할제도는 혼인 중에 부부 쌍방이 협력해 이룩한 재산을 이혼 시에 청산, 분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제도입니다.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대유행이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사회운동으로,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여름에 시작돼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급격히 퍼져나가면서 널리 알려졌다. 운동 방식은 참가자가 동영상을 촬영하면서 도전을 받을 세 명의 사람을 지목하고, 24시간 내에 이 도전을 받아 얼음물을 뒤집어 쓰고 10달러를 기부하든지 얼음물 대신 100달러를 미국 ALS 협회에 기부하든지 선택하도록 유도한 뒤 참가자가 얼음물을 뒤집어 쓰는 것이다. 아이스버킷 챌린지의 기원은 지난 2013년 찬물에 입수하는 방식의 콜드 워터 챌린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운동은 미북부에서 유행이 됐으나, 심장마비 위험 등의 이유로 비판을 받았고, 이후 물을 뒤집어 쓰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러던 것이 2014년 6월30
작가 곁에 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나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항상 많았지만 그들을 좋아한 적은 없다.” 이런 말로 대변되는 작가적 투망에 잡힐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머싯 몸의 저 말을 나는 이렇게 해석한다. 인간이란 존재는 근원적으로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부러 좋아하려고 노력할 필요까지는 없다, 라고. 서머싯 몸은 인간 내장에 돋은, 까칠한 돌기까지도 잡아낼 정도로 통찰 깊은 작가이다. 인간 관찰에 대한 그의 문장들을 읽다 보면 나쁜 짓하다 들킨 아이처럼 뜨끔해지곤 한다. 그가 작가로서 우뚝한 순간은 음악으로 치자면 감성 발린 발라드를 부를 때가 아니라 격정적인 몸짓까지 노래하는 락 음악을 보여줄 때이다. 이제 고전의 반열에 올라버린 `인간의 굴레에서`에서를 살핀다. 인간을 노래하는 그의
어떤 나라 국민의 인성이나 풍속을 이용하는 마케팅이 에스노 마케팅(Ethno Marketing)이다. 민족 마케팅 혹은 인종 마케팅이라 부를 수도 있지만 `민속 문화 밀착 마케팅으로 부르는 것이 아무래도 부드러운 표현이 될 것 같다. 유럽에서 에스노 마케팅이 발달한 나라 중 하나가 바로 독일이다. 각 지역의 기업에는 에스노 마케팅만을 연구하는 전문가가 배치돼 있을 정도다. 터키,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뿐만 아니라 동구권 등 곳곳에서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독일로 들어와 정착해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전후 경제성장기에 불가피했던 노동력을 외국 인력으로 채우면서 라인강의 기적을 일구어낸 독일은 지금까지도 외국 인력의 선별적인 유입을 허용하고 있다. 합리적이고 꼼꼼한 나라인 만큼, 외국인
미래 언젠가에는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인간과 유사한 로봇은 인간의 여러 능력을 갖출 수 있다. 미세로봇이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가서 세균이나 암세포와 싸운다든지 로봇이 인간적인 자질인 실수를 바로 잡을 수 있는 능력도 가질 수 있다. 인간 보다 더 똑똑한 로봇이 등장하여 인간을 지배한다면 대재앙이 오지는 않을까? 암이나 각종 질병의 발생을 차단할 RNA간섭 기술, 미토콘드리아 등 세포 수준의 치료, 체세포의 유전적 치료, 유전자 칩 사용 등이 가능하다. 나노 기술의 발달로 유전 공학에서 생물학 원리를 파악한다면 인간은 두뇌 활용을 통하여 생물을 만들므로 신적 존재가 된다. 닳아서 생겨나는 퇴행성 질환의 원상회복 치료, 사망 원인 90%인 심장발작, 뇌졸 중, 암, 간 질환도 정
시장 재임시절에 과거부터 잘 알던 모 국회의원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나보다 나이는 어렸지만 재선 국회의원이었다. 그가 한 말을 나는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형님, 국회의원 두 번 하니까 내가 참 무식해 진 것 같습니다. 도대체 책을 볼 시간이 없더군요” 그렇다. 나도 그 말에는 완전히 공감했다. 사회생활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책 볼 시간이 많은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정치인들은 시간이 더 없을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지방자치단체장은 특별히 더하다. 직업 중에서도 책(문서)를 가장 많이 보아야 할 직업은 판사인 걸로 알았다. 소송관련 문서를 보지 않고는 재판을 할 수 없을 테니까. 그런데 내가 시장을 해 보니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매일 매일 그 많은 결재서류를 보지 아니하고는 결재를 할 수 없으니까.
이강덕 포항시장이 남구 호동 쓰레기매립장 유휴지를 갈대밭으로 조성할 계획을 내비쳤다. 이 시장은 27일 시청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이 같은 구상을 밝히고 서울의 난지도와 같은 시민휴식공간 또는 둘레길, 도심속 소공원 등으로 조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포항공항에서 여객기를 타고 내릴 때마다 민둥산으로 방치되고 있는 호동 쓰레기매립장 유휴지가 흉물스럽게 보여 안타까웠다”며 “이곳에 키가 큰 갈대를 심어 서울의 난지도나 갈대숲으로 유명한 경주 무장산처럼 가꾸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갈대숲으로 조성해 놓으면 가을엔 시민들이 즐겨 찾는 도심속 공원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시장의 이런 야심찬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우선 현재 호동 쓰레기
계용묵의 소설 `백치 아다다`를 보면 아다다는 말을 잘하지 못한다. 그녀는 지참금을 가지고 시집 갔다 남편이 돈을 잘벌게 되자 소박을 맞고 돌아온다. 새로 만난 남편도 아주 돈을 밝히는 사람이어서 아다다는 데려가는데 돈이 들지 않는다는 것을 대단한 장점으로 여겼다. 하지만 아다다에게는 아무 돈도 필요치 않았다. 아다다에게 필요한 것은 오로지 진정한 사랑이었다. 아다다는 돈이 자기 불행의 씨앗임을 직감했다. 새 남편이 감춰둔 돈을 몰래 가져다 바다에 내다 버린 아다다는 뒤늦게 알고 쫓아온 남편에게 맞아 죽는다. 아다다가 그냥 지냈더라면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까? 그보다 지금 이 글의 관심사는 왜 아다다를 말 못 하는 이로 그렸을까 하는 것이다. 말을 하지 못해야 아다다의 불행한 삶의 의미를 더
`프로파간다`라는 말이 어제오늘 검색어 상위에 오르내린다. 모 연극배우가 세월호 특별법 제정 관련으로 단식 투쟁 중인 유족 김영오씨에 대한 악담을 퍼부었다. “그냥 단식하다 죽어라. 그게 네가 딸을 진정 사랑하는 것이고, 전혀 `정치적 프로파간다`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유일한 길이다.” 이런 말을 자신의 SNS에 남겼다. 배려 없고 무례하기 그지없는 이 충격적 발언의 조회 수 만큼 사람들은 일제히 `프로파간다`라는 뜻을 검색을 한 모양이다. 프로파간다는 원래 `선전, 홍보`의 의미를 지닌 말이다. 특정한 원칙이나 행위를 전파하기 위해 세우는 체계화된 계획이나 그 운동을 말한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선동`이라는 부정의 뉘앙스가 남아있는 말이 되어버렸다. 선전이라는 중립의 의미가, 새빨간 거짓말인 선동의
날씨는 그 어느 해 보다 식었지만 신드롬 두 개가 달궜던 8월이 가고 있다. 얼마 있으면 서둘러 닥칠 추석 아침에 올해는 어떤 가을의 성찰을 해야 할까. 이 편한 세상에 제수 용품 걱정이 없으니 가을걷이가 아니라 `한해걷이`가 바빠지는 걸까. 좁은 좌석에 끼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덧 프랑크푸르트 공항 도착이 멀지 않다. 기금의 지원을 받아 양극화 문제 해소와 실업극복 사례를 찾기 위한 간만의 해외 취재길이다. 긴 시간을 교황과 이순신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검색을 하면 두 사람이 마치 신조어 인듯 합쳐져 `신드롬`이란 단어와 함께 온라인을 누볐었지. `영웅의 부재가 빚은 현실`이라는 파악이 대체적이었다. 맞다. 내치(內治)는 공직에 대한 잇단 호통이 상징하는 여성 지도자의 비장함으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한국 방문은 요한 바오로 2세의 방문에 이어 세 번째이다. 이번 방문도 여러 면에서 한국 교회와 사회에 많은 의미를 던져 줬다. 일차적으로 아시아 청년대회를 통해 한국의 가톨릭교회를 사목방문 하신 것이지만 나아가 한국 사회의 다양한 분들을 만났다. 특히 어린아이로부터 시작해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까지 또한 다양한 종교와 종단의 대표들까지도 만났다. 가톨릭교회교리서 882항에서 교황을 설명하고 있다. `로마 교회의 주교이며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요 그리스도의 대리이며 온 교회의 목자로서 교회에 대해 완전한 보편 권한을 가지며 이를 언제나 자유로이 행사할 수 있다` 보편적 권한을 행사함에 있어서 교황님은 권위적이지 않은 소탈한 모습으로 누구에게나 친숙하게 다가서시고 귀담아 들으며
인천공항에서 베트남 호치민시티까지는 5시간이 걸린다. 12~13시간 걸리는 북미노선에 비해서 짧은 거리이기는 하지만 지루한 비행시간임에는 틀림없다. 포항-김포노선이 비행장 공사로 인해 지난 7월1일부터 폐지된 이후, 포항인들은 외국 가기가 더욱 힘들어 졌다. 신경주나 동대구로 가서 KTX를 타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여러 차례 갈아타야하기에 무거운 짐을 동반한 경우는 비행기나 직통의 리무진버스와는 또 다른 차원의 어려움이 있다. 와인 한잔하고 잠이나 잘까 하다가 영화나 한 편 보기로 했다. 기내영화를 뒤척여 보니 엘비스 프레슬리가 주연한 `Blue Hawaii`라는 영화가 있다. 1961년 작품이며 코미디에 가까운 영화이지만 엘비스의 노래가 좋아서 여러 차례 보았던 기억이 있다. 빙 크로
조상들이 말했다. 아는 길도 물어 가고, 얕은 내도 깊게 건너라고. 흔히 완벽주의자들이라고 자청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말한다. 뭐든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으면 실행하지 않는다고. 정말 그럴까. 그런 사람들은 끝내 아무 것도 시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잘 돼 가냐고 물으면 그들 대답은 한결같이 꼿꼿하다. 여전히 `완벽하게 준비하는 중`이다. 아는 길도 물어 가고, 얕은 내도 깊게 건너는 일에 열을 내고 있을 뿐이다. 위의 예는 스스로를 두고 한 말이다. 절대 완벽주의자가 못 되는 나는 스스로를 위로할 필요가 있을 때 그렇게 위로한다. 실천력이 따라주지 않을 때 우리가 둘러대는 핑계가 바로 `완벽주의론`이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를 곧장 시작하지 못하는 것은 혹시 불어난 몸피가 살이 아니라 붓기일 수도 있으니
지난주 백성기 포스텍 5대 총장의 정년퇴임식 및 명예교수 추대식이 있었다. 1986년 포스텍에 부임해 28년간 포스텍에서 처장, 부총장, 가속기연구소장 등 주요 보직을 모두 거쳐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총장을 역임한 백 총장의 지난 세월은 포스텍의 역사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다. 포스텍은 1986년에 개교하여 백 총장은 그 첫 교수 그룹의 일환으로 부임했다.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인 코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테네시의오크리지연구소에 근무하던 백 총장은 “한국의 진정한 연구중심 대학”이라는 기치를 건 포스텍을 창설한 박태준 회장, 김호길 초대총장의 설득으로 영구귀국한 금속공학자였다. 포스텍에 부임한 후 그는 특유의 탁월한 조직력으로 여러 보직을 거치면서 포스텍의 28년을
참으로 긴 가을 장마다. 이젠 장마의 계절 수식어는 여름보다 가을이 더 어울리겠다는 생각에 확신을 가진다. 가을 장마 끝 무렵에 각급 학교는 개학을 했다. 방학 같지도 않은 방학에 학생들은 오히려 더 탈진한 상태로 자신들의 학교로 돌아갔다. 인권이다 뭐다 해서 집보다 더 시설 좋고 편해진 학교에서 학생님들은 방학 보충과 학원 때문에 즐기지 못한 여름 피서를 빵빵하게 나오는 에어컨 바람과 한 몸이 되어 마음껏 즐기신다. 등이 아프도록 잠을 자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 혹 누군가가 자신들의 잠을 방해하거나 자신들의 행동에 입을 대면 핵폭탄 보다 더 무서운 말인 “학교 안 다닌다”는 말 한 마디면 모든 상황이 깔끔하게 정리 된다. 교실 전쟁에서 승리자는 늘 학생님들이다. 승리자들은 언제 그렇듯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