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옴스크 가는 길, 중국 라이더들과 만나다옴스크에서 드디어 현묵 군을 만났다. 대구가 고향인 현묵 군은 같은 배로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고 오토바이를 열차에 실어 옴스크로 보냈었다. 러시아를 벗어날 때까지 동행하기로 했다.옷을 얼마나 껴입었는지 헤아려보니 상의만 여섯 벌이다. 티셔츠, 조끼, 슈트 내피, 슈트, 비옷, 형광조끼. 그렇게 입고도 이가 딱딱 마주칠 정도로 떨었다. 비가 눈보라로 변하더니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 옷에 붙은 눈이 바로 얼어붙을 정도였다. 시베리아 날씨는 정말 종잡을 수 없다. 5월 말에 난데없는 눈보라라
◇ 칸스크 가는 길, 드넓은 숲과 초원이르쿠츠크에서 아침 일찍 출발해 크라노스야르스크까지 가려했으나 결국 칸스크에서 멈췄다.로시를 지하 주차장에서 꺼내지 못해 출발이 늦어져 크라노스야르스크까지 가는 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지하 창고 열쇠를 가진 직원이 늦게 출근하는 바람에 일정이 꼬여버렸다.모든 짐을 챙겨 숙소 마당에 내려놓고 아침 일찍부터 직원이 오길 기다렸지만 그는 평소와는 다르게 하필 내가 출발하려는 날 늦게 출근했다. 이르쿠츠크에서 칸스크까진 약 800킬로미터, 크라노스야르스크까진 1000킬로미터가 넘는 거리. 아침 일찍
◇시리도록 푸른 호수를 지나다드디어 바이칼호를 보았다. 집을 떠난 지 11일만이었다. 유라시아대륙에서 가장 큰 호수이자 아직도 원시 상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바이칼호는 눈부시게 푸르고 아름다웠다. 6월이 가까워졌는데도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아 얼음이 호수 가장자리에 밀려와 있었다.바이칼 호수 남쪽엔 설산들이 우뚝 솟아 있었다. 태고부터 저 산의 눈이 봄볕에 녹아 숲을 적시고 낮은 곳으로 흘러 지금의 바이칼을 만들었을 것이다. 멀리서 보면 호수 그 자체가 푸른 보석이지만 가까이 가면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가 지천을 통해 흘러 들어간
◇짐 줄이기, 안전하고 편안한 여행이 기본장거리 오토바이 여행을 안전하고 편하게 하려면 자신만의 짐싸기 법칙이 필요하다. 짐을 실을 공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경박단소하고 효율 높은 용품들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런 물건들은 대부분 비싸기 마련이라 어느 선에서 타협해야만 한다. 여유가 있다면야 그런 제품들을 구하겠지만 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면 이전 경험에 따라야 한다. 필요 없는 물건은 줄이고 방한 용품은 빠짐없이 챙겨야 한다.‘젊은 스쿠터 팀’이 치타를 향해 떠날 때, 불편하게 짐을 싣고 다니는 친구도 있어 어떻게든 단단히
◇ 자유시 참변의 현장을 찾다비를 피해 하룻밤 보낼 수 있었지만 타이어 공기압 문제는 여전히 해결하지 못했다. 공기가 반쯤 빠진 타이어로 장거리를 속도를 내어 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출발하자마자 주인아저씨가 알려준 에어 펌프가 있을만한 주유소로 갔으나 허탕, 다른 주유소를 찾아나서야 했다. 이른 아침이라 자동차 정비소는 문을 열기 전이었다. 마을 어귀에 있는 마지막 주유소에 가서도 에어 펌프는 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실망하긴 일렀다. 휘발유를 넣는 동안 내게 어디서 왔느냐 질문을 던진 노신사가 직원과 하는 이야기를 들었는지 자
◇ 아무르 강을 건너 시베리아 고원으로하바로프스크를 지나 아무르 강을 건너 벨로고르스크까지 달렸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바로프스크까진 북으로 올라가지만 하바로프스크를 기점으로 달리는 방향이 서쪽으로 바뀐다. 아무르 강부터 시베리아로 들어섰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시베리아는 서쪽 우랄산맥에서 태평양 연안까지의 지역을 가리키는 말(러시아말로는 ‘시비르’)이다.시베리아라는 말에 ‘추위’가 함께 연상되는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걸 확인하며 달렸다. 낮인데도 해가 구름에 가리면 냉기가 손끝과 목덜미로 파고들었다. 아무르강에서 150킬
◇ 여행의 필수품, 휴대폰 유심카드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으나 로시(오토바이)를 바로 받을 수 없었다. 통관에 걸리는 시간이 보통 이틀, 길면 일주일을 넘길 수도 있다고. 오토바이를 찾기까지 통관대행회사 근처 숙소에서 마냥 연락을 기다려야 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 내려 입국심사를 받고 난 다음 통관대행회사 직원을 만나 가장 먼저 했던 일은 휴대폰 유심카드 구입이었다. 옛 여행자 같으면 가까운 서점에 지도를 구하러 갔겠지만 요즘엔 인터넷이 연결되는 휴대폰만 있으면 지도뿐만 아니라 숙소 예약부터 통역까지 여행자가 겪는 거의 모든 어려움을
블라디보스토크 행 페리를 타기 이틀 전 아침, 소파에 앉아 가족사진을 찍었다. 매번 긴 여행을 떠날 때마다 이렇게 사진을 찍었다. 몇 개월 동안 보지 못할 테니 사진 한 장쯤 남겨두는 편이 좋다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레 사진을 찍었다. 그리곤 평소처럼 아내와 아이들은 집을 나섰고, 홀로 남아 집안 정리를 끝내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 짐을 싣고 로시(오토바이 애칭)의 시동을 걸었다. 드디어 출발…◇무사귀환 고사 지내고 동해로블라디보스토크 행 페리를 타기 이틀 전 아침, 소파에 앉아 가족사진을 찍었다. 매번 긴 여행을 떠날 때마
남자들의 철없음은 아내의 현명함을 이기지 못한다중국 칭다오에서 포르투칼 렐루 서점까지… 각국의 서점 투어아내의 응원 힘입어 허락된 여행길, 오토바이 정비에 짐을 꾸린다욕심을 버리고 고생을 줄이려 싼 짐 꾸러미들 속 뺄 수 없었던 공구들…불혹에 계획한 여행을 10년이 걸려 꿈을 이루다◇독만권서 행만리로… 불혹의 꿈불혹이 되면 1년 동안 여행자로 살겠다는 꿈을 꾸었다. 서른일곱 살 되던 해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내려와선 인생을 다시 설계했다. 3년 후 마흔 살이 되는 해엔 지금까지 삶을 완전히 내려놓고 다시 출발선에 서겠다는
◇러시아 입국이 이렇게 쉬웠다니!공기 속 습기가 얼어 빛을 내며 흩날렸다. 귓불을 지나는 찬바람 매서웠다. 네오 로만티카 호에서 내리자마자 북국의 도시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처음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던 날(5월 13일)은 봄이었고 내가 사는 한반도의 남녘이나 블라디보스토크나 따뜻하기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12월의 추위는 매서움의 차이가 컸다. 겨우내 눈 구경하기가 쉽지 않은 곳(경남 진주)에 사니 이런 풍경을 보는 일은 색다른 경험이다. 여권 입국도장 찍으면 러시아 시내가 눈앞에현지인보다 관광객 많았던 ‘아르바뜨
포항이 환동해와 유럽을 잇는 관광과 인적·물적 교류의 시발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 영일만항은 포항시를 출발해 아시아 동쪽 끝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유럽 대륙의 끝자락 포르투갈까지 가는 육로 여행의 출발지가 될 것이다. 바로 그 길을 오토바이 타고 완주한 조경국이 본지 연재기사를 통해 ‘새로운 길과 만난 유라시아 횡단 여행자’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선보인다. 왕복 38000km. 지구 둘레에 맞먹는 그 먼 거리를 함께 달릴 독자 여러분들의 관심과 애정을 기대한다. 바다 위 작은 도시 구현한 ‘네오 로만티카 호’여행객 위한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