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선거를 흔히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하고 아름다운 제도라는 말일 터이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국가권력에 직접이든 간접이든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우리나라도 민주주의국가이므로 국민투표권과 공무담임권 같은 참정권을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선거는 국민 개개인의 정치적 의사 표현일 뿐만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선택으로 모든 국민의 다양성을 아우르는 민주주의의 기본이 되는 제도다.

그러나 선거는 독재자를 탄생시키는 산파역을 하기도 한다. 독일의 전신인 바이마르공화국 국민들은 보통·평등·직접·비밀이 보장되는 민주적인 선거를 통하여 전폭적인 지지로 히틀러의 나치를 탄생시켰다. 왜곡된 집단기억, 주류정치권의 실책, 경제위기, 반세계화·반민주 정서, 진영갈등 등의 이유로 국민들이 분노와 혼란에 빠져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었던 상황이 그런 결과를 낳았다는 후일의 분석이다. 그 밖에도 선거를 통해 집권한 독재자들이 적지 않지만, 최근 러시아에서 치러진 선거에서는 80%를 넘은 압도적인 지지로 블라디미르 푸틴의 장기집권을 선택했다. 그에게 선거란 자신의 권력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일 뿐이다.

지금 한창 열기를 더해가는 우리나라 총선 정국도 그리 아름다운 광경은 아니다. 아름답기는커녕 역대 어느 선거판보다 추한 행태를 드러내고 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우선은 그 선거판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들의 자질과 인성이 과연 국민을 대표할 만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제일야당의 공천권을 쥐고 있는 이재명 대표의 경우, 4건의 전과는 차치하더라도 성남시의 대장동과 백현동의 개발사업에 관련된 혐의와 성남FC, 대북송금, 위증교사 등에 관련된 범죄 혐의로 기소된 사건만도 9건이나 된다. 이런 인물을 국민의 대표로 선출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납득이 될 수 없는 일인데도 상당한 지지를 받으며 선거판을 누비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업무방해·청탁금지법 위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1심과 2심에서 징역 2년형을 받은 조국 전 장관이 비례정당을 만들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3년 형을 받은 황운하 등을 영입한 것에도 국민 상당수가 지지를 하고 있다. 곧 감옥에 가야할 범법자들이 정당을 만든 것도, 그들을 지지하는 국민들도 정상적인 사고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병적인 현상이 극심해진 것은 가뜩이나 뿌리 깊은 이념 대립이 상존해 있는데다 정치인들의 편 가르기가 주된 원인일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정치인들이 가장 손쉽게 지지기반을 확보하는 데는 편 가르기 만큼 좋은 전략이 없다. 일단 편을 갈라놓고 한 편에서 싸움을 부추기면 절반은 아군이 되어 피터지게 싸워주는 구도가 형성되는 것이다. 지금 선거판에 횡행하는 이런 몰이성적이고 반지성적인 행태들이 나라를 어디로 몰고 갈지 불안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