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잔 /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포항 첫 ‘장애인 미술가 교류전’
임수린 화가 등 22명 데뷔 도와
“특유의 집중력, 새로운 세계 창조
사회 당당한 일원으로 자리잡길”

“미술에 재능 있는 장애인 작가 10명을 발굴해, 세계적인 거장 백남준 작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최근 포항서밋컨벤션에서 만난 서진영(54·사진)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는 자신의 꿈을 소개하며, 장애인 예술 활동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지난달 포항 최초로 ‘장애인 미술작가 교류전’이 서밋컨벤션에서 열렸는데, 서 대표는 전시회 주관사 대표로 일을 하며 장애인 작가 발굴에 적극 나섰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포항지역 장애인 화가 임수린 작가를 비롯해 장애인작가(Challenged Artist) 22명이 정식 데뷔했다. 장애인 작가들에게는 이번 전시회가 ‘예술의 힘으로 장애를 이기고, 전문 작가로서 첫발을 내딛는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고 한다.

서 대표는 “장애인 작가들은 일반 작가들이 볼 수 없는 또 다른 세상을 그림으로 표현해 낸다”면서 “특유의 집중력과 집요함으로 일반 작가들이 범접할 수 없는 새로운 미술 세계를 창조해 낸다”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이어 “이번 전시회를 통해 작가들은 ‘장애를 가진 예술가’로 평가 받기보다는 ‘비장애인들과 동등한 예술가의 한 사람’으로 대우 받기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대표와 장애인 예술 활동과의 인연은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97년 8월 서울에서 ‘자의누리경영연구원’을 설립한 그는 챌린지드 아티스트 협회(ACA)를 통해 K-ART를 발전시키고 세계에 알리는 일을 지난 26년간 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서 대표는 연구원 근거지를 포항서밋컨벤션으로 옮긴 후 지식·문화·예술 장애인 근로자와 함께하는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지역에서 새롭게 시작했다.

서 대표는 “1998년 故이어령 교수와 한국미술대전 남북한 판문점 공동기획 전시를 준비하며, 세계 최초 인터넷 작품 전시를 했다”면서 “이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미술분야 전문 교수 3명을 초빙, 전국에서 미술을 배우길 원하는 신청자들에게 온오프라인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지역 장애인 미술 발전을 위해 물심양면 많은 지원도 하고 있다.

그는 서밋컨벤션의 한편을 장애인 작가 전용 교육장으로 꾸몄고 컨벤션 갤러리 로비층에서는 장애인 작가 작품 전시를 주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정부가 장애인 작가들에게 금전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미래를 위한 교육 투자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며 “지역 미술 작가들이 탄생하면, 그들의 생계를 담보할 경제적 기반도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애 작가 지원 활동으로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작가가 지인들의 지지와 격려로 장애를 이겨냈던 추억’을 꼽았다.

그는 “자폐인은 자기만의 세계에 고립 돼 외부와의 관계를 단절하는 사람으로 오해받기 쉽다”면서 “발달장애인들이 예술을 통해 잠재된 재능을 발휘하고 자존감이 회복, 세상 밖으로 비상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올해 포항시와 함께 ‘장애인 미술 대회’를 준비 중인 서 대표는 “장애인들이 우리 사회의 아름다운 문화·예술 창조자로 당당하게 자리 매김 할 수 있도록, 모든 사람이 도와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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