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간담회 ‘정부 일괄배상’ 관련
법조인들 “법리적으로 불가능”
특별법 개정 국회문턱 넘는 사이
시효만기로 소송불가할 수 있어
공동대응보다 ‘자발적 참여’ 가닥

포항시 육거리 포항지진범대본 사무실은 추가소송에 나선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장은희기자
지난 16일 법원의 포항지진 손배소 1심 판결이 난 후 포항시 육거리 포항지진범대본 사무실 앞은, 일주일이 넘도록 추가소송에 나선 시민들로 매일 북새통을 이뤘다. /장은희기자

속보= 포항 지진 손배소 소멸시효 논란<본지 11월 29일자 1면 보도>과 관련해 포항시가 법조계와 논의한 결과, 시민들이 위자료를 받기 위해서는 ‘소송 참여 외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역시 ‘소멸시효 기준 시점이 명확치 않고, 시효 역시 대법원 판결을 통해 정리돼야 할 사안’이라면서 ‘시민들의 손배소 동참이 위자료 배상의 가장 효율적 방법’이라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지난 27일 이강덕 포항시장은 장량동행정복지센터에서 엄종규 변호사회 포항시지회장 등 변호사 20여명과 간담회를 열고, 포항지진 손배소 판결 후 시의 대응 상황과 향후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핵심쟁점은 ‘정부의 배상금 일괄 지급’과 ‘소멸시효 문제’였다.

포항시는 “시민 50여만 명이 정부를 상대로 개별 소송 하는 것은 소모적이고 무의미한 공방전”이라면서 “지진 당시 포항 주소지 시민이라면 누구든 배상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방법이 있는지를 논의했다.

하지만 참석 법조인들은 ‘일괄 배상이 법리적으로 불가능 하다’고 했다고 한다.

포항시민들에게 일괄배상하려면 전제 조건인 ‘지진특별법 개정’이나 ‘새로운 법 제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과연 그것이 앞으로 가능하겠느냐는 것이었다.

이날 포항지진 손배소 시민 측 A변호사는 “지진특별법 개정은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하는데 지역에 민주당 국회의원 한명 없는 상황이라 만만치 않을 것”이라면서 그러다 시간이 흘러 이번에 재판부가 판결한 시효만기일인 내년 3월 20일을 넘겨버리면 소송할 수 있는 길도 막혀버린다고 밝혔다.

B변호사는 “정부 역시 1조5천여 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금액을, 배상금으로 일괄 지불 하는 것에 대해 반대 할뿐만 아니라 이런 선례를 남기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일괄 보상에 회의적 반응을 냈다.

법조계의 입장과 의견을 전달받은 포항시는 이날 그 자리에서 더 이상 공동 대응 등의 시책은 추진치 않기로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지진 손배소를 행정적으로 지원할 경우 ‘공직선거법’과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반하는 경우에 해당될 수도 있다는 의견에 따라 향후 법률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지원한다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포항시의 지침이 결정됨에 따라 지진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보상금 200∼300만원을 보상 받을 수 있는 자격 대상이 되는 시민은 이제 개인적으로 소송 절차를 거칠 수밖에 없게 됐다.

시는 앞으로 이런 부분과 소송 가능한 소멸시효 기일 등을 시민들에게 적극 알리는 등 편의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논의와는 별도로 소멸시효 논란과 관련해 법조계 일각에서 소를 제기할지도 관심거리다. 이들은 이번에 재판부가 소멸시효 날짜를 ‘정부조사연구단의 포항 촉발지진 발표 시점’을 기준으로 한 내년 3월 20일까지로 한 것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법리상 따져보면 ‘포항지진 특별법에 따라 국무총리실 산하에 꾸려진 포항지진진상조사위원회가 포항 지진은 인재(人災)’임을 인정한 시점 기준인 2026년 7월 29일까지이거나 ‘시민이 피해를 처음으로 안 날로부터 산정돼야 한다’는 민사소송 소멸시효를 기준으로 하면 2028년 11월 16일까지가 소멸시효 시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켠에선 이 부분과 관련 소송을 하더라도 대법원 판결까지 가려면 너무 시일이 많이 걸려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설령 승소를 한다 하더라도 그것 판례로서만 남을 뿐 내년 3월 20일까지인 소멸시효 시점과는 별무 상관이라는 것이다.

또 내년 3월 20일까지 항소심 판결도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현재로선 1심 재판부 판단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는 실정이다.

지역의 한 변호사는 “항소심에서 1심 보상금액이 유지될지는 지켜볼 사안이고 또 조정되어 얼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정신적 피해보상금을 받으려면 기일 내 소송 신청 밖에는 길이 없다”며 시민들도 이를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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