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판시에 손배소 신청 대란
범대본 사무실 연일 100m 긴 줄
관공서도 서류 발급 업무 과부하
법조계 일각 “3년~5년 연장 가능”

포항 촉발 지진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는 배상 판결 이후 관공서에도 문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28일 북구 장량동 주민센터 민원실 입구에 안내센터를 만들어 소송관련 안내문 배부와 문의사항을 해결해주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포항 촉발 지진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는 배상 판결 이후 관공서에도 문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28일 북구 장량동 주민센터 민원실 입구에 안내센터를 만들어 소송관련 안내문 배부와 문의사항을 해결해주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최근 포항 촉발지진에 대한 포항시민들의 대규모 손해배상청구 소송 신청이 봇물 터진 듯 이어지는 가운데 ‘손배소 소멸 시효’를 둘러싸고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시민들은 지진소송 소멸시효 완료를 내년 3월 20일로 보고 추가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 날짜는 대구지법 포항지원 재판부의 판결에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지난 16일 지진피해를 입은 포항시민 4만7천850명이 정부 등을 상대로 낸 지진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판결을 하면서 이같이 판시했다.

이 판결대로라면 시민들이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시효가 앞으로 100여 일 정도 밖에 남아 있지 않게 된다. 피고(국가)가 원고(시민)에게 1인당 정신적 위자료 200∼3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오자 소송을 제기치 않았던 시민들이 차가운 날씨 속에서도 줄지어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 청구하고 있는 이유다.

실제, 포항 육거리 ‘범대본’ 사무실은 소송 신청자들로 인해 일주일 넘게 100m 이상의 대기 줄이 늘어서 있고 장성동 포항지진 공동소송단 소속 변호사사무실 등도 연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지난 일주일간 소송 신청 시민 수만 무려 3만여 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연일 ‘줄 소송 신청 대란’이 이어지면서 지진피해 관련 입증 서류를 발급해 주는 읍면동 등 관공서도 업무 과부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법조계 일각에서 ‘손배소 관련 시작점을 언제로 볼 것인지와 관련, 이의 제기를 하고 나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포항지역 일부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소멸시효가 3∼5년 더 연장될 수 있다’고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선 것.

이들은 일단 2가지 경우로 소멸시효가 연장된다고 주장한다.

우선 이번에 판결을 내린 포항지원 재판부는 현재 소멸시효의 기준을 정부조사연구단이 ‘포항지진이 촉발지진’이었음을 발표한 2019년 3월 20일로 적용했는데 이 부분이 적확한지 여부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소멸시효 연장 주장을 하는 변호사들이 제기하는 2가지 경우 중 첫째는 포항지진 특별법에 따라 국무총리실 산하에 꾸려진 포항지진진상조사위원회(조사위)가 지난 2021년 7월 29일에 ‘포항지진은 지열발전 사업 수행자, 관리·감독자가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못해 발생한 문제’라고 인정한 만큼 지진특별법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5년 기한을 감안하면 소멸시효가 2026년 7월 29일이어야 한다고 반박한다.

지역 A변호사는 “그동안 판례 등을 살펴봤을 때 이 사안은 정부 조사위의 결과 발표 시점을 법적 기준으로 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소멸 시효를 연장 주장하는 변호사들이 제기한 두 번째 경우는 ‘피해자가 처음 손해를 안 날로부터 산정을 시작해야 한다’는 민사재판의 소멸시효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소멸시효는 2028년 11월 16일까지로 연장된다. 법조인 B씨는 “대법원 판례에는 ‘가해자를 알게 된 날로부터 판결 확정일 5년 이후를 공소시효 기간으로 볼 수 있다’고 나와 있다”며 이 경우라면 이번에 지진소송 1심 판결이 나온 만큼 이 사건 소멸시효는 앞으로 5년이 더 남아 있다고 했다.

법조인 C씨는 “포항시민 50여만 명의 집단 거대 소송은 사실 우리 지역에서 엄청난 에너지의 낭비”라며 “일단은 포항시가 나서 법제처 의뢰 등을 통해 소멸시효 기간부터 깔끔히 정리해줘야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변호사들이 시효가 얼마 안 남았다고 홍보하면서 시민들이 불안한 나머지 소송 줄 신청을 하고 있다”며 “시효 문제가 정리되면 재판을 통해 지진 피해 배상을 받을 것이 아니라 정부의 피해 위자료 일괄 지급 등이 가능한지 향후 포항시와 지역 시민단체 등에서 추진해야 할 일이 많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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