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동덕여대 교수·교양대학
이재현
동덕여대 교수·교양대학

“거리로 마을로 산으로 골짜구니로 / 이어가는 전선은 새 나라의 신경 / 이름 없는 나루 외따른 동리일망정 / 빠진 곳 하나 없이 기름과 피 / 골고루 돌아 다사론 땅이 되라 // 용광로에 불을 켜라 새 나라의 심장에 / 철선을 뽑고 철근을 늘이고 철판을 피리자 / 세멘과 철과 희망 위에 /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새 나라 세워 가자”

1946년 7월 15일에 조선문학가동맹이 펴낸 ‘문학’지 창간호에 실린 김기림의 시 ‘새나라송(頌)’의 1연과 3연이다. 이 시는 1948년 4월 아문각 출판사에서 간행된 시집 ‘새노래’에 다시 실렸다. 김기림은 광복으로 이 땅 구석구석까지 신경이 이어지고 피가 골고루 도는 따뜻한 나라가 되기를 소망하였다. 그리고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새 나라’의 건설을 주문하고 다짐하고 있다. 시 일부가 2019년 8월 15일 문재인 전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인용되면서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8월 24일. 현재 전쟁의 참화 속에 있는 우크라이나의 독립기념일이다. 소비에트 연방공화국의 일원이었던 우크라이나는 1991년 오늘, 독립을 선언하였다. 이 독립선언으로 우크라이나는 유럽에서 땅덩어리가 가장 큰 러시아에 이어 두 번째 큰 나라가 되었다. 두 번째라고는 하지만 러시아 국토 총면적의 3.5%에 불과하다.

한때는 같은 나라였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지난 2월 24일 개전 이후 6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어른과 아이의 싸움에 비견될 수 있을까 한데, 대통령을 비롯한 국민들의 항전 의지에 더하여 미국과 나토의 직간접적인 지원으로 아직까지는 잘 버티고 있는 듯하다. 독립의 과정도 지난하지만, 독립 후 나라가 바로 서고 유지되고 발전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우크라이나 사태는 가르쳐 주고 있다.

같은 8월 24일이지만 시간을 거슬러 1945년에는 한반도의 북쪽에 소련군 사령부가 설치되었다. 물론 남쪽에도 같은 해 9월 9일에 재조선미국육군사령부군정청이 세워진다. 독립의 기쁨을 만끽할 충분한 시간을 누리지도 못한 채 우리나라는 다시 외세의 통치 아래 놓이게 된 것이다. 다행히 미군정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약 3년 만에 마감되었지만, 그 이후 새 나라를 만들어가는 과정 또한 매우 어려웠음을 우리는 잘 안다.

독립은 감격스럽고 기쁜 일임과 동시에 새로운 길을 열어나가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는 것이다. 새롭게 홀로 서는 나라의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미래 개척을 수행하려는 의지와 실행력을 갖추어야 한다.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리고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기도 하고 ‘밤마다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는 수고와 먼동 트기 전에 ‘가슴에 이슬이 맺도록 달려오’는 수고도 해야 한다. 때로는 ‘서릿발 칼날 진 위’에 서는 고통도 감수해야 한다. 독립을 위해서도 새 나라 건설과 발전을 위해서도 그렇다.

더 나아가 국민이 편안하고 따뜻하게 살아갈 나라,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위한 이러한 노력들은 앞으로도 쭉 계속되어야 한다.

정부는, 그리고 우리 각자는 이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