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일전에 다큐영화 ‘그림자 꽃’(감독 이승준) 시사회에 초대 받았다. 이 영화는 탈북자 김련희가 10년간 남한에 살면서 평양에 살고 있는 남편과 딸을 만나기 위해 투쟁하는 사연을 잘 그리고 있다. 영화는 가족이 살고 있는 평양에서 다시 피어나기를 바라는 취지로 ‘그림자 꽃’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땅에는 3만5천여 명의 탈북자뿐 아니라 6·25 전후 탈북한 수많은 실향민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들의 삶의 모습이 통일 이후의 우리의 모습일 것이다.

주인공 김련희는 평양의 김책공대에서 양복디자이너로 일했던 사람이다. 의사인 남편과 딸 한 명을 평양에 두고 있다. 그는 간경변 치료를 위해 중국에 갔다 남한행을 결심하였다고 한다. 그는 중국에서 남한에 가면 지병도 치료하고, 돈도 벌어 다시 귀국할 수 있다는 꼬임에 빠져 남한에 왔다고 주장한다. 이 다큐영화는 남한에서의 그의 일상뿐 아니라 평양의 남편과 딸이 엄마를 그리는 모습까지 소개되고 있다. 감독은 핀란드인의 도움으로 평양의 남편과 딸의 근황까지 촬영했다고 소개했다. 영화는 지루하지 않고 감동적인 장면이 많다.

이 영화는 주인공 김련희의 평양 귀환을 위한 피나는 노력이 잘 그려져 있다. 대구에 정착한 김련희는 평양에 가기 위해 투쟁하다 국가 보안법 위반으로 2년형을 선고 받았지만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그 후에도 그는 북한 귀환을 위한 여러 차례 시위를 하다 경찰에 연행되기도 한다. 그는 경찰의 보안 감시를 비판하고 그의 생계 수단인 일자리까지 감시받는다고 토로했다. 평창 올림픽 시에는 북한 선수단을 만나려다 경찰의 가혹한 저지를 받기도 한다. 그는 최근 베트남 대사관에 무단 진입하여 망명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하고 만다.

김련희는 여느 탈북자처럼 국정원에서 조사를 받았고 하나원의 남한 정착 교육도 3개월 이수하였다. 그는 첫 정착지를 대구로 선택하여 이곳에서 여러 해 살았다. 당일 감독과 함께 대구 시사회에 참석한 김련희는 대구를 거주지로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남한 실정을 모르는 그는 본래 직업인 양복 재단사의 특기를 살려 유명한 섬유도시 대구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의 착각이었고 그는 한동안 폐철 수집상 등 막노동판에서 일했다. 현재 그는 거처를 서울로 옮겨 개인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다.

김련희의 간절한 소망은 오직 평양 가족과의 재회이다. 최근 그는 대한민국의 여권까지 발급받았다. 한국 국민인 그는 북한인민공화국 인민은 될 수 없는 운명에 처해 있다. 그가 북으로 잠입탈출하면 국가 보안법 위반이 되기 때문이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국회에서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면 그의 북송을 고려하겠다고 언급했다.

과거 김영삼 정권 시 인도적인 비전향 장기수들의 북송 이후 그들의 남한 정부 비난이라는 나쁜 전례를 남겼기 때문이다. 영화 ‘그림자 꽃’을 감상한 필자의 가슴은 아직도 멍멍할 뿐이다. 분단과 이산의 비극을 다시 한 번 체감하였다. 우리도 언제쯤 새들처럼 남북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