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주 환

내 감성의 여울목에 푸른 불길로 타는

아직 마르지 않은 영혼의 탯줄 같은

아득한 경상도 길섶의

능금 꽃을 따 문다

보현산 산그늘 따라 대추나무 뿌리로 늙은

큰댁 골기와 쪽에 그리움만 파랗게 돋고

추억은 낙엽을 흩으며

빈 가지를 흔든다

칼 끝 같은 슬픔이 박혀 더욱 푸른 그 하늘빛

금호강 강물로 울던 내 젊은 날 상흔은 지고

휘어간 산굽이 아득히 한 생애가 저문다

금간 항아리처럼 등이 굽은 내 노모는

모진 세월로 퇴행성관절을 앓고

바람은 눈발을 날리며

갈대처럼 흔들린다

시인은 모진 세월을 온몸으로 살아온 어머니가 계신 고향집을 찾아가며 감성의 여울목을 스치는 푸른 시간을 읽고 있음을 본다. 푸른 불길이 타오르던 청춘의 시간들 속, 상흔들을 안고 허망한 세월의 강은 유유히 흐르고 이제는 저물며 오래된 대추나무 뿌리처럼 늙어간다고 고백하는 시인의 가슴이 아득히 젖어있다. 생을 깊이 성찰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