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길 나

햇빛 쟁쟁한 한낮에 해 조각을 베어 물고

둘레 공기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밀알들이 잘 익었다 그리고

그 황금빛 생애는 사라졌다

땅을 떠난 밀알들이 줄을 서서 방앗간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방앗간에 내걸린

부서진 살 거울에 ‘너’는 보이지 않고

‘나’는 없어졌다

(….)

애찬의 식탁에서

밀알들이 삼킨 해 조각들 둥글게 모였다

밀떡에서 뜨는 해 한 덩이! 눈부시다

햇살 끝에 매달린 눈물방울

그 처연한 슬픔까지도

시인은 해 조각을 베어물고 자라나 방앗간에서 한 톨 밀알로 생을 마치는 밀의 생태를 모티브로 삼아 시를 얽어내고 있다. 푸른 밀밭을 떠올리고 황금빛 생애를 마감하는 밀의 생태에서 허무를 발견한 시인은 한 덩이 밀떡이 되어 식탁에 오른 밀알에서 헌신과 보람을 느끼고 있음을 본다. 0시에서 0시로 순환하는 우주, 자연의 순리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시인>